아이오닉 5가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로고를 달고 과격한 모습의 하이퍼포먼스 EV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아이오닉 5 N은 미래 모빌리티의 모터스포츠 버전이고 현대차 고성능 전기차의 새로운 전기(轉機, 전환점)가 될 모델이다.
트랙에서 0.1초를 줄이기 위해서는 날씨와 온도, 습도 등 외부적인 요소 이외에도 공기 저항, 무게, 열관리 등 수많은 기술적 난관을 극복해야만 한다. 그야말로 최첨단 자동차 기술의 집약체가 레이싱 머신이다. GT나 GT3처럼 경주용 자동차 기술을 그대로 가져와 양산형 모델로 제작한 스포츠카도 적지 않다.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며 순수 전기차에 모터스포츠의 DNA를 이식하려는 자동차업체들의 시도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는 전기모터와 인버터, 배터리의 조합으로 드라이브 트레인을 구성한다. 내연기관 차보다 단순한 구조로 높은 토크와 출력을 뽑아낼 수 있다. 하지만, 고성능 전기차는 전기모터와 배터리 용량이 커야만 하기에 배터리팩의 무게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다기통의 내연기관 차보다 경량화가 쉽지 않다.
모터스포츠에서 무게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무게의 중심과 이동에 따라 타이어의 그립은 변하게 된다. 이로 인해 가속과 회전, 감속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12년부터 N 브랜드를 통해 고성능 자동차 개발에 나서며 월드랠리챔피언십 등 모터스포츠에 참가해 왔다. 모터스포츠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기술을 전기차에도 적용해 왔다.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이오닉 5 N은 전기차여서 불리한 점들을 고성능 특화 설계로 보완했다.
일상에서 즐기는 N
아이오닉 5 N은 디자인을 부분적으로 변경했다. 우선 엠블럼의 변화가 눈에 띈다. 플랫 알루미늄 N 엠블럼을 N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과 리어 해치 하단에 달고 보닛에는 세미 글로스 블랙 컬러의 현대 엠블럼을 달았다.
N 전용 앞 범퍼의 컬러는 공격적인 블랙이다. 공기 저항을 줄이고 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앞 범퍼에 에어커튼과 액티브 에어플랩을 적용했다.
측면부는 N 전용 블랙 컬러 사이드미러와 N 전용 휠 아치 몰딩, 21인치 단조 알로이 휠과 275/35 ZR 21인치 광폭 타이어를 장착하고, EV N 전용 루미너스 오렌지 스트립을 적용한 디자인으로 차별화했다.
루프 라인 끝단에 일반 모델보다 100mm 더 길어진 리어 스포일러를 장착했고 리어 스포일러 가운데 역삼각형 보조 브레이크 램프를 달았다. N 전용 리어 범퍼와 리어 디퓨저, 볼륨감을 강조하고 공력을 향상하는 에어 아웃렛 디자인으로 역동성을 강조했다.
아이오닉 5 N은 차체 크기를 일반 모델보다 더 키웠다. 길이×너비×높이가 4715×1940×1585mm로 기존보다 길이가 80mm 늘어났고, 너비는 50mm 넓어졌으며 높이를 20mm 낮췄다.
특히 고성능 특화 설계로 지상고를 낮췄다. 그로 인해 최저 지상고가 일반 모델보다 프런트의 경우 18.5mm 낮아진 142mm이고 리어도 24mm가 낮아진 152mm이다.
실내도 N 전용 디자인을 적용했다. 스티어링 휠의 가죽, 메탈로 제작한 가속 페달 및 브레이크 페달, 알칸타라 스포츠 버킷 시트 외에도 한계 주행에 적합하게 디자인한 전용 센터 콘솔까지 디테일하게 디자인 변경이 이루어졌다.
스포츠 주행에 최적화한 스티어링 휠은 왼쪽 스포크에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달고 하단에 N 커스텀 버튼을 장착했다. 오른편의 스포크에 N 그린 부스트 버튼을, 아래에 N e-시프트 버튼을 두었다. 실내·외로 N의 위상을 강화하는 디자인 차별화를 꾀하여 제품의 가치를 높였다.
트랙에서 즐기는 고성능 EV
아이오닉 5 N의 최고출력은 650마력이나 된다. 슈퍼카 수준의 막강한 힘이 앞·뒤 전기모터에서 네 바퀴로 전달된다. 고출력 파워 일렉트릭 시스템은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를 일체형으로 제작한 175kW의 전륜 전기모터와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303kW의 후륜 전기모터, 84kWh 용량의 배터리팩, 통합 컨버터(ICCU)로 구성된다. 아이오닉 5보다 배터리 시스템의 출력과 용량, 에너지 밀도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배터리팩의 무게는 약 13kg 늘어났을 뿐이다.
N 그린 부스트 버튼을 이용하면 앞바퀴에 37.7kg·m, 뒷바퀴에 40.8kg·m의 최대토크가 전달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단지 3.4초 만에 통과한다. 최고시속도 260km나 된다. 이렇게 출중한 주파 능력을 갖추고도 배터리 1회 완충으로 351km를 이동할 수 있다. 800V와 400V 급속충전기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구동 모터와 인버터를 통해 400V에서 800V로 승압해 고전압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오늘의 임무는 태안에 자리 잡은 HMC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고성능 버전의 전기차 아이오닉 5 N을 한계치로 몰아보는 것. 운전자의 실력은 부족하지만, 트랙에서 한바탕 칼춤을 출 시간이다. 슬라럼 코스와 고속주행시험로, 테크니컬 코스로 구성된 트랙에 드리프트 코스까지 체험할 코스가 많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서둘러 차 안에 올라탔다.
버킷 시트에 앉아 보니 운전석이 낮다. 무게 중심도 낮다는 걸 바로 알아챌 수 있다. 묵직한 무게감 때문에 관성과 중력이 작용하는 힘 또한 크지만, 거리낌 없이 지면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강력한 파워와 압도적인 가속 성능에 심장의 박동이 빨라졌다. 아드레날린이 치솟으니 터프하게 차를 몰아붙인다. 가볍고 날카로운 스티어링만큼 제동 역시 그러했다. 운전자 손과 발의 움직임에 따른 반응성이 지나칠 정도로 빠르다. 헤어핀처럼 굽어지는 코너에서도 힘 안 들이고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차체의 비틀림 강성을 높이기 위해 휠 하우스 안쪽의 차체를 보강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조타 반응성이 개선되었고 비틀림 강성도 11% 높아졌으며, 차체의 용접 점을 42곳 늘리고 구조용 접착제의 사용을 늘리는 동시에 서스펜션의 주요 마운트 부분의 차체를 보강했다는 연구개발자의 말이 떠올랐다. 이 말인즉슨 더 빨리 달려도 된다는 뜻이다.
저속이나 고속주행에서도 안정적인 움직임과 장거리를 달려도 편안한 승차감을 만드는 전자식 제어 서스펜션, 네 바퀴의 구동력 손실을 줄여주는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 R-MDPS 전자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 등 아이오닉 5 N은 기계적인 성능 면에서 운전자를 매우 놀라게 했다.
수요는 낮지만, 기대는 높은 제대로 만든 최고성능 전기차가 아이오닉 5 N이다. 일반도로와 트랙에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715×1940×1585
휠베이스 3000mm | 공차중량 2200kg
엔진형식 전기모터 | 최고출력 650ps
최대토크 78.5kg·m | 구동방식 AWD
0→시속 100km 3.4초
1회 완충 주행거리 351km | 전비 3.7km/kWh
가격 7600만원(세제 혜택 후, 기본 사양)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