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음식과 약] 음식에 정말 중독될 수 있을까

과식은 음식 중독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음식이 뇌의 도파민 증가를 촉발시켜 더 많이 먹게 만든다는 이론이다. 설탕·소금·지방으로 가득한 초가공식품은 특히 중독성이 강하여 마치 중독성 약물이 반복적 오남용을 일으키듯 과식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사람을 대상으로 이를 실제로 증명하는 연구는 아직까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과 달리 과식을 그저 음식 중독 때문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식과 비만에 대한 다양한 실험으로 유명한 과학자 케빈 홀이 주도한 연구로 2025년 3월 4일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실렸다.
![도파민 반응의 차이가 간식의 소비량에 영향을 주지만 중독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다. [AP=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13/joongang/20250313000429842tldj.jpg)
미 국립보건원이 진행한 이번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고지방 초가공 밀크셰이크를 마신 후 참가자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았다. 50명의 젊은 성인 참가자들이 밀크셰이크를 마시도록 한 뒤 PET 스캔(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으로 뇌 도파민 수준을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 밀크셰이크를 마시기 전과 후의 뇌 도파민 수치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밤샘 금식을 마친 상태에서 측정한 도파민 수치와 달콤한 밀크셰이크를 마신 뒤 수치가 거의 비슷했다는 이야기다. 초가공 밀크셰이크가 일으키는 도파민 반응은 중독성 약물에 비해 매우 작은 수준이어서 PET 스캔으로 검출할 수 없는 정도라는 게 연구자들의 결론이다.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음식 중독이 존재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종결된 것은 아니다. 일부 사람의 경우 초가공식품을 먹으면 기분이 더 좋아지고 이로 인해 과식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 중 일부는 밀크셰이크를 먹고 나서 도파민이 소폭 증가했다. 이들은 이후 진행된 뷔페 실험에서 다른 참가자보다 초콜릿 쿠키를 거의 두 배나 많이 먹었다. 도파민 반응의 차이가 달고 기름진 간식 소비량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차이가 중독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다. 남들이 하나 집어 먹는 과자를 두 개 집어 먹는다고 과자에 중독되었다고 말하면 지나치다. 약물 중독과 같은 정도로 강력하게 과식을 유발하는 음식은 없다.
고칼로리 식품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찌기 쉬운 것은 사실이다. 식사량 조절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음식에 약간의 중독성은 필요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음식을 먹는 것은 마약 오남용처럼 아무 의미 없이 해만 주는 행동이 아니다. 설탕·지방이 풍부하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에 끌리는 성향은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 요소였다. 중독이라는 용어를 쓰게 되면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도저히 과식을 피할 수 없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어떤 음식에도 그 정도의 중독성은 없다. 이제 중독이라는 용어의 오남용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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