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하려 돈 번다" 日부자의 사망…법정 선 55세 연하 아내

2018년 사망한 노자키 고스케(왼쪽)와 아내였던 스도 사키. 사진 NHK 캡처

중세 유럽 전설의 바람둥이 '돈 후안'으로 불린 70대 일본 사업가가 사망한 사건 관련해 12일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2018년 5월 급성 각성제 중독으로 사망한 사업가 노자키 고스케(당시 77세) 관련 첫 공판에서 살인 혐의를 받는 전처 스도 사키(28)는 무죄를 주장했다.

노자키는 생전 스스로 '기슈의 돈 후안'이라고 말할 정도로 소문난 바람둥이였다. 돈 후안은 17세기 스페인 전설에 등장하는 호색한이다.

어렸을 적부터 고철 수집, 방문 판매 등을 하며 돈을 모은 그는 주류 판매, 부동산 투자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고액 납세자 명단에 오를 정도로 자산가가 됐다. 이후 자신의 여성 편력을 떠벌리고 다녔는데, 자서전 『기슈의 돈 후안, 미녀 4000명에게 30억엔을 바친 남자』를 보면 자신의 욕망은 성욕뿐이라며 돈을 버는 것은 미녀와 성관계하기 위해서라는 지론을 펼쳤다.

여성 편력을 다룬 노자키 고스케의 자서전. 연합뉴스

이런 그는 2017년 하네다 공항에서 스도를 처음 만났다. 자서전에 따르면 넘어지려는 그를 당시 스도가 도와준 게 연이 됐다. 이후 그는 55세 연하였던 스도에게 "마지막 여자가 돼 주겠냐"고 청혼해 2018년 2월 8일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 3개월 만인 5월 2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침실 소파에 알몸으로 쓰러져 있는 노자키를 스도와 가정부가 발견해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에는 여러 대의 CCTV가 설치돼 있었으나 사건 당일 저녁부터 노자키가 숨진 채 발견된 시각까지 출입한 이들이 확인되지 않았다. 노자키의 사인은 급성 각성제 중독으로 발표됐다.

경찰은 3년 가까이 수사를 거쳐 지난 2021년 4월 28일 노자키를 살해한 혐의(살인·각성제 단속법 위반)로 스도를 체포했다.

이날 검찰 측은 스도가 노자키의 막대한 유산을 얻기 위해 각성제를 사용한 완전 범죄를 노렸다고 주장했다. 노자키의 유산은 약 15억엔(약 141억)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스도는 결혼 후 노자키의 자택 와카야마에서 함께 사는 것을 거부했다. 이에 노자키는 주위에 이혼을 언급하며, 결혼한 지 한달 만인 3월 말 이혼 서류를 작성해 스도에게 보냈다. 스도는 노자키와 결혼한 2월부터 '완전 범죄'라는 단어를 검색했고, 이혼 서류를 받은 그 무렵에도 '약물' '노인 사망' 등의 단어를 검색했다.

스도 사키(須藤早貴)가 노자키 고스케(野崎幸助) 사망 후인 2018년 6월 6일 와카야마현에 있는 노자키의 집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 연합뉴스

노자키의 사인이 된 각성제에 대해 검찰은 "스도가 2018년 4월 7일 밀매 사이트를 통해 3그램 이상의 각성제(치사량의 3배 이상)를 주문했고, '각성제 과잉섭취' 등의 단어를 검색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스도는 "나는 노자키를 죽이지 않았고 각성제를 먹이지도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스도 측 변호인은 "노자키가 이혼 서류를 보냈다는 3월에 스도는 노자키와 함께 와카야마현에 전입 신고서를 제출했고, 4월 말까지 함께 살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스도가 치사량의 각성제를 노자키에게 먹일 수 있었는지, 노자키가 스스로 각성제를 마시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할 정도로 수사가 제대로 됐는지 검찰 측이 입증할 수 있는지 판단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아울러 변호인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스도의 범죄 혐의를 증명할 증거가 없다면 무죄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