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동물원이냐"...진상 탑승객 때문에 없어졌다는 기내 서비스의 정체

비행기에 공짜로 조랑말·캥거루를 태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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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로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가 보호자 옆에 얌전히 앉아 함께 여행을 떠나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마음이 훈훈해지는데요.

만약 내 옆자리에 조랑말, 원숭이, 캥거루와 같은 동물들이 탄다면 어떨까요?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불과 3년 전만해도 이런 것이 가능했습니다. 바로 지금은 바뀐 '정서적 지원 동물 제도(Emotional Support Animal, ESA)'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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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지원 동물은 우울증, 사회 불안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서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동물을 뜻하는데요. 시각이나 청각 등에 불편함이 있는 사람들을 돕는 서비스 동물(Service Animal)과는 달리 따로 훈련을 받지 않으며, 존재 자체로 안정감을 준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반려동물이 ‘정서적 지원 동물’로 인정되면 대중교통, 식당 등 대부분의 장소에 출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비행기를 탈 때도 기내에 함께 탈 수 있는데요.

해당 동물이 ESA임을 입증하는 의사 소견서와 동물의 건강증명서만 있으면 대부분 무료로 동물을 데리고 기내에 탑승할 수 있었으며, Cage에 넣어둘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끊임 없는 논란이 생겨왔습니다.

기내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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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미국 아메리칸 항공의 한 비행에서 정서적 지원 동물의 자격으로 탑승한 반려견이 승무원을 무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승무원은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한 후 다섯 바늘을 꿰매야 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는데요. 이에 승우뭔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노조 측은 "비행기에서 일어난 사고는 용납할 수 없으며 변명할 여지가 없다"라며 "수년간 아메리카 항공의 승무원들은 승객들이 훈련된 동물과 기내에 함께하는 것을 지지해왔지만 이제는 반려동물의 기준을 조정하는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는데요. 사실상 이는 정서적 지원 동물을 기내에 들이는 것을 금지 시켜달라는 요구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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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지원 동물이 기내에서 사람들을 해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018년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한 비행기에서는 6세 여자아이가 먼저 탑승해있던 반려견에게 이마를 물렸는데요.

개의 주인은 여자 아이에게 개 쪽으로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밝혔으나, 여자아이의 가족들은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동물을 좁은 기내에 데리고 타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맞섰습니다.

'원숭이·조랑말·펭귄'...기상천외한 악용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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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지원 동물에 관한 논란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일부 탑승객들은 정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특이한 동물을 기내에 데리고 타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원숭이, 캥거루, 칠면조, 개미핥기, 조랑말, 펭귄 심지어 공작새에 이르기까지 특이함을 넘어 황당함을 자아내는 동물과 동반 탑승을 강행해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습니다.

정서적 지원 동물의 가장 큰 문제는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서적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반려동물이 비행기의 화물칸에 탑승한다는 것이 불쌍하다는 이유로 서류를 조작해 정서적 지원 동물로 등록시킨 후 기내에 탑승하는 것이었죠.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이 제도를 악용한 것을 하나의 꿀팁처럼 자신의 블로그나 카페에 버젓이 적어놓은 네티즌들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정서적 지원 동물의 탑승은 무료이기에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인식도 생겼습니다.

'이 동물만 허용합니다' 규정 바뀌자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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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지원 동물 제도와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고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2020년 미국 교통부는 이 제도를 면밀히 검토하고 새로운 정책을 내놓았는데요. 바로 항공사에서 정서적 지원 동물의 탑승을 거부할 수 있게 된 것이었습니다.

동물 또한 훈련된 개로 그 범위를 한정시켰는데요. 즉, 서비스 동물 중에서도 충분히 훈련된 개만 기내에 탑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항공사에서는 규정을 속속들이 바뀌고 있습니다. 아메리칸 항공은 정서적 지원 동물과 동반 탑승하기 위해서는 125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만 7천 원 가량을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동물은 기내 휴대용 가방에 들어가야 하며, 정서적 지원 동물의 범위를 개와 고양이로 한정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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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새로운 규정에서도 서비스 동물은 동반 탑승이 허용되는데요. 그러나 비행 48시간 전까지 강아지의 훈련과 건강 상태에 관한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델타항공도 규정을 변경했는데요. 델타항공에서는 정서적 지원 동물의 동반 탑승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훈련된 서비스견이라도 핏불 타입의 강아지는 기내에 탑승할 수 없게 했습니다. 이와 같은 조치에 따라 그동안 정서지원동물로 항공여행을 했던 많은 동물들은 앞으로 화물칸을 이용하거나, 요금을 내고 기내에 탑승해 Cage 안에 머무르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대한항공

정서적 지원동물은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제도가 아닙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한국의 항공사에서도 일부 노선에 한해 예외적으로 정서적 지원동물의 탑승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미주 출도착편에서만 정서지원 기내 탑승을 허용해 왔으며 2020년 미 교통부의 규정 개편에 따라 그 대상을 훈련된 개로 한정했습니다.

대한항공은 일반 반려동물의 경우 개, 고양이, 새만 기내 탑재 또는 수하물 위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모든 동물은 화물로 운송해야 합니다. 기내에서 반려동물을 Cage 밖으로 꺼내는 것 또한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한편, 이러한 소식이 들려오자 정서적 지원 동물 제도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환자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제도라는 것인데요. 그러나 항공 업계와 대부분의 승객들은 이 제도의 재정비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더욱 안전하고 편안한 비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입니다.

이에 누리꾼들은 "일부 악용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조랑말은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비행기에 저런 동물을 태우고 탈 생각을 하다니", "주변 승객들 엄청 불편했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