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 높이는 기업들]①경영권 방어조항‥밸류업 한국에 藥인가 毒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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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펀드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이어 최근 촉발한 사모펀드와 대기업 간 경영권 분쟁으로 한국 재계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성벽 쌓기에 분주하다.
대기업과의 분쟁을 금기시하던 자본시장의 관행이 무너지면서 차등의결권·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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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의결권·포이즌필 경쟁 막고 밸류업 후퇴 부정적 평가도
행동주의펀드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이어 최근 촉발한 사모펀드와 대기업 간 경영권 분쟁으로 한국 재계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성벽 쌓기에 분주하다. 대기업과의 분쟁을 금기시하던 자본시장의 관행이 무너지면서 차등의결권·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불필요한 우려를 내려놓고 주주 이익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재계 '초다수결의제, 황금낙하산, 이사자격제한, 시차임기제' 등 도입
21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재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정관에 규정된 '경영권 방어조항' 유형은 초다수결의제, 황금낙하산, 이사자격제한, 시차임기제 등이 있다.
초다수결의제란 특정 상황 및 안건의 경우 주주총회 통과 기준을 매우 높게 설정해두는 것으로 국내 상장사 중 264개 사가 도입하고 있다. 거액의 퇴직금이나 보상금을 설정해두는 황금낙하산 조항도 국내 상장사 중 200개 회사가 정관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초다수결의제와 함께 대표적인 적대적 인수합병(M&A) 예방책으로 꼽힌다.
이사 숫자와 자격을 제한하는 것도 역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꼽힌다. 이사 자격 제한은 국내 54개 사가 도입하고 있다. 시차임기제는 적대적 M&A의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흔히 쓰는 M&A 방어책 중 하나로 이사회 구성원의 임기를 서로 다르게 교차시켜서 점령군이 오더라도 예전 이사진이 최소한 3분의 1가량은 남아 있도록 유지하는 제도로 국내 27개 사가 정관에 명문 규정을 두고 있다.
재계는 정관의 이런 규정들이 실제 경영권 분쟁에서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초다수결의제는 상법상 결의 요건보다 엄격할 경우 무효라는 판례가 있다. 황금낙하산 제도 역시 과다한 퇴직위로금 규정이 회사의 자본충실을 저해한다는 측면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에 기한 손해배상소송을 당할 위험이 있다. 시차임기제 조항은 교체 시기를 지연할 뿐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재계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황금주' 등 추가적인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 필요성 주장
이에 따라 최근 부상하는 제도가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황금주 등 추가적인 경영권 방어 제도들이다. 차등의결권은 주당 부여되는 의결권 수가 다른 주식을 말한다. 경영자 등이 보유한 특정 주식에 2개 이상의 의결권을 부여하거나, 반대로 특정 주주에겐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
포이즌필은 특정 주주가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게 될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 인수자의 지분을 희석하는 방식이다. 황금주는 단 한 주만으로도 주주총회 안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필요성에 대한 주장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개정 논의, 적대적 M&A에 대한 대주주들의 위기감 등과 맞물리면서 급격하게 힘을 얻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나 승계 이슈가 있는 곳들은 기업 간 자사주 교환이나 배당을 늘려서 주요 주주가 주식 매입을 하는 형태로 지분을 늘려나가고 여러 안전장치를 만들려고 하는 분위기"라며 "미래 회사 가치를 키우는 투자 등에 활용돼야 할 자금이 경영권 방어에 소비되는 측면이 있어서 추가적인 경영권 방어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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