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4배 뛰었다…‘광모듈’ 리딩 기업 어디길래 [미장 보석주]
인공지능(AI) 시대 경쟁은 ‘속도’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아무리 많아도, 데이터가 빠르게 오가지 못하면 연산 능력은 반쪽에 그친다. 이때 주목받는 영역이 있다.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실어나르는 ‘광모듈’이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통신 인프라 곳곳에서 필수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 AI 인프라 확장과 맞물리며 증시에서도 핫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 기업으로는 미국의 루멘텀홀딩스(이하 루멘텀)가 거론된다. 루멘텀은 광모듈 산업 중에서도 데이터센터 내부 광스위치 기술(OCS)과 차세대 광학 패키징 기술(CPO) 부문에서 강점을 지닌 회사다. OCS는 데이터센터 내부 트래픽을 초고속으로 분배·전환하는 기술이고, CPO는 광모듈의 집적도와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광학 기술이다.
주가는 일찌감치 고공행진 중이다. 2025년 한 해에만 300% 이상 올랐다. 2025년 1월 2일 85달러였던 주가는 12월 29일 372달러를 기록했다. 337.6% 상승이다. 월가가 내놓는 목표주가가 무색할 만큼 빠르게 치솟았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2025년 12월 17일 보고서에서 목표가 304달러를 제시했다. JP모건은 12월 5일 350달러를 언급했다. 이쯤 되자 일각에선 “고점을 찍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 주가 역시 조정 국면에 진입한 분위기다. 그럼에도 프라이빗뱅커(PB) 등 투자 전문가들은 2026년에도 주목할 종목으로 꼽는다. 단기 조정은 있어도 중장기 우상향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① 광모듈 산업 수요가 급증 ② 구글 텐서처리장치(TPU) 핵심 밸류체인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하면 추가적인 상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루멘텀 EML·OCS 수요 폭증
AI 시대 데이터 규모는 기가(GB) 단위를 넘어 ‘테라(TB)’ 단위로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속도도 마찬가지다. 400G, 800G를 지나 1.6T(초당 1.6테라비트)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 문제는 빨라진 속도를 기존 구리선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구리선은 구조적인 제약을 안고 있다. 네트워크 속도가 높아질수록 발열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는 신호 손실로 이어진다. 또 거리가 조금만 길어져도 신호가 약해진다. 증폭 장비를 덧붙여야 해 비용 부담이 크다. 효율성이 떨어지다 보니 전력 소모 역시 큰 편이다. AI 시대 네트워크의 핵심인 고속·저지연·저전력 키워드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대안으로 떠오른 게 광모듈과 광케이블이다. 데이터를 전기 신호 대신 빛(레이저)으로 바꿔 전송하는 방식이다. 광모듈은 서버와 스위치에서 나온 전기 신호를 빛으로 변환하고, 다시 들어온 빛을 전기 신호로 되돌린다. 속도와 오류, 전력까지 함께 관리하는 일종의 ‘전환기’다. 그 앞에 연결된 광케이블은 이 빛이 지나가는 통로다. 빛은 같은 거리에서도 신호 손실이 적고 간섭이 거의 없다. 구리선보다 빠르게 먼 거리까지 보낼 수 있다. 전력 부담도 적다. 네트워크 속도가 1.6T 이상으로 넘어가는 구간에선 사실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 과정에서 루멘텀이 주목받는 이유는 EML(Electro-Absorption Modulated Laser) 기술 때문이다. EML은 광모듈 안에 들어가는 필수 레이저 부품이다. 데이터를 빛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속도와 품질을 좌우한다. 특히 400G, 800G처럼 전송 속도가 높아질수록 레이저의 안정성·왜곡·발열 관리가 중요한데, 루멘텀의 EML은 장거리에서도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고 전력 효율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루멘텀은 EML 부문에서 점유율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수요도 상당하다. 우펀 위엔(Wupen yuen) 루멘텀 글로벌 비즈니스 부문 사장은 2025년 12월 바클레이즈 글로벌 테크 컨퍼런스에 참석해 “EML 레이저는 사실상 2026년 물량이 모두 판매 완료됐고, 2027년까지도 대부분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며 “앞으로 이 같은 수요가 최소 2년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증설 계획도 밝혔다. 우펀 위엔 사장은 “앞으로 몇 분기에 걸쳐 EML 생산 능력을 40% 정도 늘릴 것”이라며 “한 번에 늘리는 것이 아닌 분기별로 점진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다. 루멘텀은 OCS 기술로도 주목받는다. OCS는 광모듈 전환에 따른 병목 현상과 관련 있다. 광모듈로 처리 속도가 높아지면서 스위치 구간에서 대기하는 데이터량이 폭증했다. 이에 데이터센터들이 떠올린 대안이 ‘직접 연결’이다. 자주 연결되는 서버의 경우 스위치를 거치지 않고 직접 연결하는 형태다. 이때 활용되는 기술이 OCS다. 루멘텀홀딩스가 강점을 지닌 영역이다. OCS는 데이터가 오가는 서버 사이에서 일종의 빛으로 된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굳이 스위치를 거쳐 우회하지 않도록 돕는 형태다. 구글 역시 TPU(텐서 처리 장치) 클러스터의 연결 구조에서 루멘텀의 OCS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OCS 수요는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단계다. 시장조사기관 씨그널 AI(Cignal AI)는 2025년 12월 발표한 자료(Optical Circuit Switching Market to Exceed $2.5B in 2029)에서 2029년 OCS 총 시장 규모(TAM)를 최소 25억달러로 추정했다. 씨그널 AI는 “2025년 1월 초기 예측보다 약 40% 늘어난 규모”라며 “OCS 시장에선 루멘텀홀딩스가 약 절반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밸류에이션 부담은 주의
급증한 수요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2026 회계연도 1분기(2025년 9~11월) 매출은 5억3380만달러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다. 루멘텀 역사상 단일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이다.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도 39.4%로 전년(32.8%) 대비 7%포인트 이상 확대됐다.
마이클 헐스턴 루멘텀 최고경영자(CEO)는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고객들이 다년간 약정을 하고 있다”며 “이는 향후 6~8분기 동안 EML과 OCS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더라도 수요가 지속 가능할 것이란 확신을 주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워낙 치솟은 주가로 인해 밸류에이션 지표는 부담스러운 구간이다. 2025년 12월 29일 루멘텀의 최근 12개월 기준 주가수익비율(trailing P/E)은 240배 안팎이다.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도 66배 수준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한 회사의 주식이 1년에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보여준다. 선행 PER도 같은 논리다. 현재 주가를 12개월 뒤 주당순이익과 비교하는 형태다. 밸류에이션은 대표적인 경쟁 업체 시스코(Cisco) 등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시스코의 최근 12개월 기준 주가수익비율은 30배 안팎이다. 선행 주가수익비율도 18~19배 정도다.
다른 지표로 봐도 마찬가지다. 매출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PSR(주가매출비율) 역시 15배다. 미국 통신장비 업종 평균(약 1.9배)보다 크게 높다.
월가에서도 다소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온다. 실적과 업황을 두고선 긍정적 전망 일색이다. 반면 가격을 두고선 부담스럽다는 뉘앙스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1월 이후 목표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4곳(미즈호·로젠블랫·JP모건·모건스탠리)이다. 목표가는 304~380달러로 현재 주가를 밑돈다. 특히 2025년 12월 17일 목표가를 내놓은 모건스탠리는 304달러를 언급하며 ‘투자의견 홀드(Equal-weight)’를 밝혔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2호 (2026.01.07~01.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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