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대세는 이제 ‘한남일녀’?
“일본인 여자친구와 너무 잘 맞아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화 차이가 강할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가치관이 비슷해 편합니다.”
최근 한일남녀 커플 매칭 서비스를 활용한 사용자들의 후기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연애, 결혼 시장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풍속도가 있다. 바로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교제·결혼이다. 일본 남성, 한국 여성의 교제와 결혼도 증가하고 있지만, ‘한남일녀(韓男日女)’ 커플 증가세에 비하면 상승세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한국 남성은 일본 여성의 상대방에 대한 존중·배려에 호감을 느낀다. 일본 여성은 한국 남성이 여성을 대하는 태도와 스타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남일녀 커플이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면서 결혼 정보 업체와 소개팅 어플이 관련 서비스까지 내놓으며 사업 확장에 나선다.

한·일 전문 결혼정보사도 급부상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 간 혼인·연애 증가세는 수치로 나타난다. 통계청의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혼인 건수는 1176건으로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3년(840건) 대비 40% 급증한 수치다.
한·일 청년층 교제·결혼 의향도 통계와 민간 조사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소셜 디스커버리 서비스 ‘위피(WIPPY)’를 운영하는 엔라이즈가 올해 한·일 2030세대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 남성 85%는 일본 여성과의 만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답했다. 실제 만남 의향도 96.9%가 긍정적이었으며 일본 문화 호감도는 91.3%에 달했다. 일본 여성 또한 한국 남성과의 만남에 적극적이라는 응답이 80%, 실제 만남 의향이 83.9%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상대방 국가에 대한 호감도가 한국 남성, 일본 여성에 국한됐다는 점이다. 한국 여성의 일본 남성에 대한 선호도와, 일본 남성의 한국 여성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낮았다.
엔라이즈 조사에서 한국 여성은 일본 문화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58.5%로 한국 남성보다 낮았다. 일본인과의 만남 참여 의향도 47%에 머물렀다. 일본 남성의 한국 여성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70.2%였다. 한국 여성보단 높았지만 일본 여성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혼인 건수도 낮았다. 한국 여성과 일본 남성 간 혼인은 147건으로 전체 국제결혼 중 10% 비중에 그쳤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트렌드에 힘입어 결혼정보회사와 소개팅 앱은 ‘한일남녀’ 매칭 서비스를 속속 내놓는다.
국내 1위 소개팅 앱 ‘글램’은 스타트업 ‘원앤온리’와 손잡고 한·일 전문 결혼정보 서비스 ‘트웨니스’를 선보였다. 일본 현지에서 결혼 의향이 분명한 20대 일본 여성 후보군을 직접 섭외·검증, 한국 남성과 매칭시켜주는 서비스다.
회사는 단순히 ‘만남’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매칭 이후 혼인신고 및 비자 발급 등 법률·행정 지원부터 주거·금융·의료·통신 안내, 지역 커뮤니티 연계 등 생활·문화 정착까지 제공한다. ‘만남 이후’의 불확실성과 이행 비용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커플을 매칭하는 ‘에이전트’도 남다르다. 한·일 국제결혼에 성공해 일본에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현지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했다. 후보가 될 만한 일본 여성들을 직접 선별·섭외한다.
엔라이즈가 운영하는 소개팅 앱 ‘위피’는 올해 9월 한국과 일본 사용자를 연결하는 한일 매칭 서비스를 공개했다. 지난해 9월 위피 재팬 서비스를 내놓은 지 1년 만이다. 일본 여성과 연애를 원하는 한국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에 주목해 내놓은 서비스다. 단순 커플 매칭을 넘어 언어 교환, 문화 교류 등 다양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특징이다.
한일 매칭 서비스 시작에 힘입어 위피 재팬 성과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25년 기준 매출은 론칭 초기 대비 20배 성장했고, 매칭 건수는 30배 증가했다. 2026년 일본 매칭 앱 Top1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엔라이즈 관계자는 “남성 소비자가 많은 업계 특성상 데이팅 앱은 유료 고객 중 여성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했을 때, ‘한일 매칭 서비스’ 도입 후 일본 여성 사용자 결제율이 상승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국, 일본 전체에서 한일 매칭에 관심을 보이는 신규 사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한男일女’ 조합 뜨는 배경은
경제·문화 틈새 맞물린 흐름
왜 유독 ‘한일남녀’의 커플 성사, 결혼 비율이 높아지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 이면에 있는 한국 남성이 처한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웨니스 내 한국 남성 회원은 대체로 30대 이상이다. 경제적으로 자립했지만 결혼은 미뤄온 세대다. 이들이 공통으로 호소하는 어려움은 한국식 결혼의 높은 장벽이다. 이른바 ‘프러포즈–결혼식–신혼여행–신혼집’으로 이어지는 결혼 과정에 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다. 결혼 전부터 자가 혹은 준중산층 수준의 주거 안정이 요구된다는 압박도 강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9000만원이다. 사회생활 십수년에 불과한 30대가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대다. 지난해 서울 30대 무주택 가구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였다. 반면 30대 주택 소유율은 25.8%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반면 일본은 성대한 예식 문화가 보편적이지 않다. 20대 후반부터 결혼 준비를 서두르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조아란 대표는 “일본에서는 신혼생활을 소형 월세나 원룸에서 시작하는 것이 흔한 일”이라며 “주택은 장기 모기지를 통해 천천히 마련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어 결혼 초기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구조는 초기 결혼 비용 부담이 큰 한국 남성에게 상당한 심리적·경제적 여유를 준다”며 “주택 가격 상승과 대출 규제가 강화된 한국 상황에서는 일본식 결혼관이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성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는 일본 결혼 문화가, 한국 남성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정서적·문화적 측면도 한국 남성·일본 여성 조합을 선호하는 배경으로 언급된다. 일본 여성들은 한국 남성이 보여주는 적극적이고 솔직한 감정 표현 방식을 매력으로 꼽는다. 꾸준한 연락과 사소한 배려, 감정을 숨기지 않는 진솔한 표현 등은 일본 연애 문화에서 찾기 어려운 요소다. 주말을 함께 보내려는 노력 등 한국 남성에게 자연스러운 연애 방식이 일본 여성에겐 ‘정서적 안정감’으로 받아들여진다. 트웨니스 일본 여성 회원들은 ‘작은 선물에도 크게 고마워하는 문화’ ‘조건보다 사람을 알아가려는 태도’ 등을 한국 남성의 장점으로 제시했다.
대중문화 영향도 크다. 일본 여성이 한국 문화를 접하는 경로는 K팝·드라마·여행이다. 한류가 일본 여성의 결혼 선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일본 매체 분석도 나왔다. 반대로 한국 남성은 게임·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일본 문화에 익숙하다. 양국 문화에 대한 거리감이 줄어들어 호감 형성과 첫 만남의 진입장벽도 함께 낮아지고 있다.
최근 ‘#한일부부’ 해시태그를 단 일상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에는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 간 연애를 다룬 예능 ‘한일로맨스 혼전연애’도 방영됐다. 매체 등장 빈도가 늘어나며 한일 부부도 안정적인 결혼 모델이라는 인식이 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라이즈 관계자는 “한국 남성은 일본 여성을 결혼 상대로 고려한다는 응답이 25.1%에 달했다”며 “한일 매칭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한 이후 한국 남성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남일녀 모두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 상호 간 연애·결혼은 더 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양유라·박환희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7호 (2025.12.03~12.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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