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승진하려고 해요?"... 학교 현장에서 들리는 교장 기피 현상
[송민규 기자]
"요즘 누가 승진하려고 해요?"
학교에서 종종 듣는 말이다. 예전에는 교감, 교장 승진이 교직 생애의 중요한 목표로 여겨졌다. 학교를 더 넓게 보고,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교사와 학생을 지원하는 자리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승진을 준비하던 교사들이 멈칫하고, 아예 승진을 생각하지 않는 교사들도 늘고 있다.
교감 자격연수 대상자가 줄었다는 신호
지난 4월 16일, <경인일보>는 '반토막 난 교감 승진, 현장 출신 더 줄었다'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경기도의 초등 교감 자격연수 대상자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2026년 경기도 초등 교감 자격연수 대상자는 195명에 그쳤다.2024년(383명)과 2025년(361명)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2024년 383명, 2025년 361명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교육청 소속 공립학교 교사가 교감으로 승진 임용되기 위해서는 해당 자격연수를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더 눈에 띄는 점은 주로 행정업무를 맡는 교육전문직보다 현장 교원 대상자의 감소 폭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교감 연수 대상자 중 초등교사는 2024년 332명, 2025년 309명으로 300명 대를 유지했으나 2026년에는 159명으로 급감했다. 감소율은 48.54%에 달했다. 교육전문직은 2024년 51명, 2025년 52명에서 2026년 36명으로 줄어 감소 폭은 30.76%였다.
이 숫자는 단순한 인사 통계가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교감, 교장으로 이어지는 승진 경로를 바라보는 교사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왜 교사들은 교감과 교장을 향해 가는 길을 망설이게 되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민원이다. 학교는 이제 교육만의 공간으로 설명되기 어려워졌다. 학부모 민원, 학교폭력 사안, 생활지도 갈등, 안전사고 책임, 교권 침해 논란, 언론 보도와 감사 대응까지 학교 관리자가 마주해야 할 일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교사는 교실 안에서, 교감과 교장은 학교 전체에서 이 문제들을 감당한다. 무언가 일이 생기면 학교가 설명해야 하고, 학교장은 최종 책임자로 호출된다.
학교 안팎의 갈등도 복잡해졌다. 학생 간 다툼은 학교폭력 절차로 이어지고, 생활지도는 법적 쟁점이 되며, 작은 사안도 지역사회와 언론의 관심 속에 놓인다. 교장은 학교의 교육과정을 이끄는 사람인 동시에 민원 대응자, 갈등 조정자, 행정 책임자, 안전 관리자 역할까지 맡는다. 책임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학교장은 책임만큼 권한을 가지고 있을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책임이 커진 만큼 권한도 커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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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ECD 국가 간 학교장 권한 비교 |
| ⓒ KEDI |
이 수치는 한국의 학교장이 형식적으로는 학교 운영의 책임자이지만, 주요 의사결정 권한은 OECD 평균에 비해 제한된 구조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학교자율화의 역설, 학교 권한은 줄고 교육청 권한은 늘었다
더 중요한 것은 변화 추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학교자율화를 이야기해 왔다. 학교가 지역과 학생의 특성에 맞게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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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도별 교육 권한 변화 추이: 학교·지역·국가 |
| ⓒ KED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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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역별 학교장 권한 변화: 학생 지도·교육과정·예산·교원 인사 |
| ⓒ KEDI |
권한 확대는 책임성과 투명성을 함께 요구한다. 학교는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하고, 교사의 전문성, 학생의 권리, 학부모의 참여도 함께 존중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논의는 학교장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방식이 아니라, 학교가 책임 있게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의 균형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교사들이 승진을 망설이는 이유는 여러 갈래다. 수업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 승진 경쟁 문화에 대한 피로감, 관리자가 되었을 때 감당해야 할 민원과 행정 부담이 함께 작용한다. 학교장은 학교 운영의 최종 책임을 맡지만, 학교를 변화시키는 핵심 권한은 그 책임의 무게만큼 주어지지 않는다.
좋은 학교는 한 사람의 의지를 넘어, 학교가 함께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 위에서 만들어진다. 교육과정 자율성을 말하려면 이를 실현할 인사와 예산의 자율성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학생 맞춤형 교육을 말하려면 학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교사와 학교의 판단을 신뢰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교장을 기피하는 현상은 학교 리더십의 조건을 다시 묻는 교육 현장의 신호다. 학교 운영의 자율화는 학교가 책임 있게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추는 일에서 시작된다. 책임과 권한의 균형이 회복될 때, 학교 리더십은 다시 선택 가능한 길이 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학교 현장의 승진 기피 현상을 개인 선택이 아니라 책임과 권한의 균형 문제로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여러 의견 부탁드립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KEDI에 있습니다. 원문도 파일로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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