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이야기]"무적해병 악!" 해병대 새내기 태어나는 곳
해병대 지원병이라는 자부심 가득
해병대는 여수·순천 사건을 계기로 창설됐다. 1949년 4월 15일 초대 사령관 신현준 중령을 비롯한 380명의 소수 병력으로 시작했다. 해병대는 6·25전쟁 당시 장항·군산·이리 지구 전투를 시작으로 통영 상륙작전, 인천 상륙작전, 수도 서울 탈환 작전 등으로 활약했다. ‘귀신 잡는 해병’, ‘무적 해병’ 등 애칭도 생겼다. 위기도 있었다. 유신정권 시절인 1973년 10월 10일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해병대사령부를 전격 해체하고 해병대를 해군에 통합시켰다. 창설 24년 만이다. 그러다 1987년 해병대사령부가 다시 창설됐고,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등을 거치면서 무적 해병대의 위상은 재정립됐다. 해병대 장병의 탄생을 보기 위해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해병대교육훈련단을 찾았다.
해병대의 신병 교육을 담당하는 해병대교육훈련단에서는 해마다 12개 기수, 1만여 명의 신병을 육성한다. 훈련은 총 6주 과정이다. 1주 차는 군인화 과정이다. 2~4주 차에는 군 기본동작과 사격술, 전투 수영, 화생방 등 개인 전투기술을 숙달한다. 다음 주 차에는 상륙기습기초, KAAV 탑승, 공수 기초 등 해병대 특성화 교육이 진행된다. 5주 차는 심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명 ‘극기 기간'이다. 식사량과 수면 시간을 평소 절반으로 줄인 상태에서 유격기초, 각개전투, 화생방가스 실습, 천자봉 정복 훈련을 한다. 이 '극기주'를 이겨낸 신병만이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 명찰’을 가슴에 달 수 있다. 교육단에 들어서니 200여명의 장병이 신체검사를 진행 중이었다. 오와 열이 맞지 않았다. 이제 입대 3일 차인 신병 1306기. 2002~2004년 출생자들이 주를 이뤘다. 이 기수에는 2128명이 지원해 1453명만 합격했다. 지원율은 1.46대 1. 눈빛에는 아직 군기보다는 긴장감이 엿보였다.
코로나로 인해 단체생활 접하지 못한 세대
박경태 신병교육대장(대위)은 “코로나로 인해 단체생활을 많이 해보지 않은 세대가 입대하고 있다”면서 “입소 첫 주는 적응기로 체력보다는 정신력 향상, 훈련병과 훈련 교관 간의 신뢰 구축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날 이뤄진 소변검사, 흉부 촬영, 혈압 등 신체검사 결과는 이틀이면 나온다. 당뇨, 폐렴 등이 발견되면 입소는 취소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소변과 혈액검사를 통해 마약 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군은 입영 신체검사 때 ‘마약류 복용 경험이 있다’고 진술하거나, 군의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인원만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의무대 건물 안에서는 의무관, 군무원 등이 장병들의 문진표를 보며 컨디션과 수술 이력, 가족력 등을 살폈다. 훈련병들이 지내는 내무반은 정리 정돈이 잘 돼 있었다. 관물대 물건은 방탄모, 수통, 수건 2장 등 동일했다.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은 화장품이다. 각자 취향에 맞게 1~2개 소지할 수 있다. 선크림 등 다양했다. 사복도 있었다. 훈련소 입소할 당시 입었던 옷이다. 입소 일주일이 되면 이 옷도 고향에 보내진다.
입소 1주일만 지나도 바짝 군기 들어
내무반을 나오니 건너편 훈련장에서는 입소한 지 6주가 지나 수료식을 2일 앞둔 1305기 장병들이 눈에 띄었다. 달랐다. 구호도 우렁찼다. 움직임도 빨랐다. 복명복창하는 목소리엔 군기가 가득했다. 쉰 목소리로 “무적 해병, 상승 해병, 귀신 잡는 해병대. 악!”를 외쳤다. 1306기와 달리 팔각모에 빨간 명찰, 군번줄도 차고 있었다. 준비된 ‘상륙작전 새내기’임을 알리는듯했다. 훈련병들은 내무반에 들어가 소대별로 한 대씩 보급된 건조기에 빨래를 돌렸다. 30분간 주어진 개인 정비 시간을 활용해 빨래를 말렸다.
노신탁 훈련교관(중사)은 “MZ세대 훈련병에게는 훈련을 강요하는 것보다 훈련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며 “훈련성과에 따라 주말 휴대폰 사용 시간을 늘리는 등 보상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훈련병들을 따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느 군부대와 달랐다. 단체급식을 하는 기업인 풀무원에서 모든 음식을 담당했다. 민간인 영양사 5~6명이 바삐 움직였다. 벽에 붙은 해병대 구호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메뉴는 다양했다. 분식 데이, 한식 데이 등 훈련병들의 입맛에 맞춰 특별메뉴도 나온다.
직장생활을 하다 입소했다는 신동혁 훈련병은 “힘든 군 생활을 통해 자신을 입증하고 싶어 해병대에 입대했다”면서 “입대 전에 음식에 대한 걱정도 많았지만, 사회에서 먹던 음식보다 맛이 좋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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