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한가운데 섬같은 작업장에서 만들어진 작품
[최미향 기자]
작업장이 논 한가운데 섬처럼 있었다. 그곳에서 칩거하는 동안 작가는 습도가 짙은 계절에 만들지 못했던 목공작업 세계에 몰입했다고 한다. 작업이 끝나자 작가는 이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그렇게 그 작품들이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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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덕채 목공예 작가 |
| ⓒ 최미향 |
고교시절 형님을 따라다닌 것까지 합하면 수석 50년, 목공예 20여 년의 관록이 있는 정 작가. 그는 "수석은 수석대로 탐석의 매력이 있지만, 나무는 나무대로 그리움을 조각하는 과정이 있다. 이 둘은 서로 다르지만, 상당히 닮았다"라고 했다.
특히 나무에 애정을 쏟는 정덕채 작가는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 보니 소나무 소재는 잘 틀어지고 민감하여 변형이 많이 온다. 청주공예비엔날레 입선작들을 보면 거의 다 습기에 강하고 변질이 없는 수입 나무를 썼다"라며 "그래도 나는 바닷가에 떠내려온 나무를 가장 좋아한다. 소금을 먹은 나무는 강하기도 하지만 변질도 잘되지 않아 공예작품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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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덕채 목공예 작가 '영원에의 그리움' 포스터 |
| ⓒ 정덕채 |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이 외롭다, 그립다는 단어다. 어쩌면 이것은 생의 본질인 듯하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 한 점 한 점들도 고단한 작업을 홀로 감당하며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아 완성됐다고 본다.
비행기 조종사들이 첫 비행을 했을 때 어느 순간 혼자라는 강박 관념에 잡히면 비행하기가 힘들어진다고 했다. 아르바이트하러 갔을 때 나도 겪은 바 있다. 계단을 타고 지하에 내려가 전기선을 연결해야 되는 작업인데 딱 들어가는 순간 고립된 느낌을 받더라. 분명 위에 사람들이 보고 있고, 위험하면 줄을 당겨줄 텐데도 불구하고 나도 소름 끼치는 경험을 느껴봤다.
이번 타이틀은 외로움과 그리움의 경계, 어떻게 보면 그리움으로 좀 더 치우쳐져 있다."
- 나이 들어가면서 '그리움'이란 단어를 놓을 때도 되지 않았는지?
"나이와는 상관없는 듯하다. 평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감정이다. 몇 년 전 집사람을 폐암으로 먼저 보냈다. 우연히 다리가 아프다고 하길래 병원에 갔더니 폐암 말기였다. 병간호하던 딸을 미국으로 보내고 집사람을 병간호했는데 결국 영원한 이별을 했다.
미국으로 가는 딸을 배웅할 때의 이별, 친구가 미국으로 이민 갈 때의 이별, 집사람이 갔을 때의 이별 감정이 자꾸 느껴진다. 이런 다양한 이별로 오는 감정들을 작품 속에 담았다."
- 이번 전시에는 공예작품과 수석도 같이 선보이는데.
"그렇다. 공예와 수석은 다른 듯 닮았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작품에 몰입하거나 탐석(探石)을 하러 다닌다. 수석은 어찌 보면 탐석이 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물론 뭘 가져와야 한다는 게 핵심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데 오랫동안 해보니 아프던 머리가 싹 해소되는 것은 역시 탐석 하며 몰입하는 과정밖에 없더라.
이번 전시에 오신 분들은 공예작품과 더불어 아끼는 수석도 같이 볼 수 있다. 앞에서 말씀드린 이런 과정까지도 함께 공유하고 싶은 욕심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투데이와 충남도청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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