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기대에 부응! 공개 3일만에 넷플릭스 13개국 세계 1위 한국 드라마

넷플릭스 '이 사랑 통역 되나요?' 리뷰: 번역된 사랑의 미학, 그러나 때로는 '의역'이 필요한 순간들

말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지만, 때로는 그릇의 형태 때문에 내용물이 왜곡되기도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남녀가 '통역'이라는 불완전한 도구를 통해 서로의 진심에 가닿으려 노력하는 과정을 그린다. '로코의 대가' 홍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와 김선호, 고윤정이라는 걸출한 배우들의 만남으로 공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이 작품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각적으로는 황홀하고 감성적으로는 섬세하지만 서사의 속도감과 독창성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절반의 성공'이라 평할 수 있다.

작품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단연 압도적인 미장센이다. 유영은 감독은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등지를 오가는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을 풍경 속에 녹여냈다. 낯선 타국에 홀로 선 인물들의 고립감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의 설렘을 4K 화면에 밀도 높게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대사가 주는 정보보다 영상이 전하는 정서가 더 깊게 다가오는 순간들은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완성하는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다중언어 통역사 '주호진' 역을 맡은 김선호는 철저히 이성적이고 감정을 절제하는 캐릭터를 맡아, 과장된 코미디보다는 정극에 가까운 묵직한 연기로 중심을 잡는다. 반면 톱스타 '차무희' 역의 고윤정은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불안과 트라우마, 그리고 엉뚱함을 오가며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정적인 김선호와 동적인 고윤정이 빚어내는 케미스트리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시청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여기에 일본 톱스타 역으로 분한 후쿠시 소타의 존재감 역시 글로벌 프로젝트로서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화려한 포장지를 걷어내고 서사의 알맹이를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홍자매 작가 특유의 재치 있는 대사와 '티키타카'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를 지탱하는 플롯은 다소 구식(Old-fashioned)이다. 우연에 기댄 만남과 오해, 그리고 반복되는 갈등 구조는 2020년대 중반의 시청자들에게는 기시감을 준다. 특히 12부작이라는 비교적 짧은 호흡에도 불구하고 중반부 서사가 제자리걸음을 하며 속도감이 떨어지는 점은 치명적이다. "사랑은 번역이 불가능하다"는 주제 의식을 깊이 있게 탐구하기보다,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의 문법을 답습하는 데 그친 점은 극의 몰입도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또한 후반부 인물의 트라우마와 심리적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다소 도구적으로 소비되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인물들이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유기적으로 그려지기보다는, 로맨스의 완성을 위한 장치로 급하게 봉합되는 느낌을 준다. 이는 배우들의 열연이 만들어낸 깊은 감정선을 대본이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종합하자면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완벽한 번역기라기보다는, 가끔은 오역이 발생하지만 그 진심만은 통하는 투박한 손편지 같은 드라마다. 자극적인 소재 없이 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한 '착한 드라마'를 원하거나, 주연 배우들의 비주얼과 연기 합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시청자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하지만 치밀한 서사 구조와 속도감 있는 전개를 기대한 시청자라면, 번역되는 과정을 기다리는 시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아름다운 문장들로 채워져 있지만, 마침표를 찍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 드라마에 아쉬움과 애정을 담아 다음과 같은 평점을 남긴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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