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불황에도 ‘성장 방정식’ 써내린 컬리, 비결은
내수 시장 부진에 유통 업계 전반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익 발생은커녕 매출 감소를 막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이 와중에 생존 의구심을 받던 컬리는 ‘돈 버는 이커머스’로 탈바꿈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7381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올해 1분기부터 흑자를 기록, 누적 영업이익도 91억원이다. 추석 시즌 매출이 4분기 손익계산서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흑자도 가시권에 들어섰다. 유통 업계는 위탁거래(3P·3rd Party) 확대와 네이버 협업 등 ‘양날의 검’으로 불리던 공격적 전략이 효과를 봤다고 평가한다.
이커머스 판매 구조는 크게 두 가지다. 우리에게 익숙한 건 직매입(1P·1st Party) 형태다. 이커머스가 판매자 제품을 매입해 가격 책정부터 판매·배송까지 모두 책임진다. 반면 위탁거래(3P·3rd Party)는 판매자가 모든 걸 책임진다. 이커머스는 일종의 유통 채널로만 비용을 내고 빌려 쓰는 방식이다.
컬리는 2015년 서비스 시작 이후 직매입을 고집했다. 직접 재고를 관리해야 차별화된 큐레이션(선별·기획) 역량과 배송 퀄리티 제공이 가능해서다. 컬리만의 감성과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을 위한 필요조건이었다.

3P 확대-고객 경험 저하 딜레마
문제는 직매입의 취약한 마진(수익성) 구조다. 유통 과정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① 재고를 매입해야 하고 ② 이를 보관할 공간도 필요하다. ③ 관리할 인력도 채용해야 한다. ‘빠른 배송’을 위해 직매입을 고집하던 쿠팡과 아마존이 점차 3P 판매 비중을 높여 ‘하이브리드(1P+3P)’ 구조로 전환한 배경이다. 더군다나 컬리는 빠른 배송에 더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위한 비용까지 발생한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고민하던 컬리도 쿠팡·아마존과 유사한 성장 공식을 채용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3P 판매 비중을 조금씩 높이고 있다. 지표로도 읽을 수 있다. 매출과 거래액(GMV) 간 괴리율이다. 3분기 거래액은 8700억원이고 매출은 5786억원이다. 거래액은 지난해 1분기(7360억원)와 비교하면 18.2%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매출은 7.5% 늘었다.
괴리율이 나타내는 바는 명확하다. 3P 판매 비중 확대다. 거래액은 이커머스를 통해 판매된 상품의 총액이다. 직매입의 경우 상품 총액이 매출로 직결되지만 3P 판매는 수수료나 광고비만 매출에 반영된다.
그렇다고 마냥 3P를 확대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 3P는 직매입 상품 대비 제품·배송 퀄리티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고객 입장에선 플랫폼 속 직매입과 3P 상품 구분이 어려운 만큼 고객 경험 저하가 우려된다. 이른바 3P 딜레마다. 컬리도 우려하는 지점이다. 이에 고객 경험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3P 비중을 조금씩 높이고 있다. 1P로 취급하는 제품은 3P로 받지 않는다거나, 내부 회의를 거쳐 특정 상품군은 1P 대신 3P에 풀필먼트 서비스(FBK)를 붙인 상품으로 구성해도 괜찮겠다는 합의가 있을 경우 해당 카테고리를 3P로 하는 방식 등이다.
3P 비중 확대는 현재까지 성공적이다. 올해 3분기 컬리의 수수료 매출은 330억원이다. 1년 전(203억원)과 비교하면 62.5% 증가했다. 수수료 매출 대부분은 3P 판매자가 컬리에 지급한 비용을 의미한다. 3P는 한발 더 나아가 추가 수수료 확보도 가능하다. 컬리는 3P 판매자를 대상으로 FBK를 펼치고 있다. 3P 판매자는 FBK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컬리의 물류센터와 배송망을 활용할 수 있다.
카니발리제이션 우려에도
지표로 증명한 네이버 협업
네이버와의 협업 역시 양날의 검으로 평가받았다. 컬리는 지난 9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N마트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형 플랫폼 입점은 외형 확대 기회기도 했지만 동시에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우려가 나왔다. 컬리가 플랫폼 지위를 잃고 ‘단순 브랜드’로 전락할 수 있단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표만 보면 네이버 협업은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컬리N마트는 당초 예상대로 컬리 외형 확대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컬리N마트 거래액은 지난 9월 오픈한 뒤 한 달 만인 지난 10월 50% 이상 증가했다. 구매자 가운데 80% 이상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사용자다. 컬리를 쓰지 않던 신규 고객일 가능성이 높다.
김종훈 컬리 경영관리총괄(CFO) 부사장은 “데이터상으로는 한 번도 컬리를 이용 안 했던 고객이 컬리N마트에서 구매한 사례가 꽤 많았다”고 설명했다. 컬리N마트 출시 기간 컬리 이용자가 오히려 늘었단 점도 긍정적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8월 컬리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47만명이다. 10월은 366만명으로 오히려 6% 늘었다. 컬리 측은 차별화된 상품 구성 효과로 본다. 상대적으로 네이버는 대중·가족형 수요가 많다는 점을 겨냥해 상품을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컬리나우 확대·오프라인 고민”…IPO 시점 미지수

A. 고객 경험 저하를 우려하는 시선을 안다. 다만 아직까진 모든 카테고리에서 3P 상품 비중을 높이는 건 아니다. 패션과 가전(라이프) 등 상대적으로 기존 컬리와 결이 다른 부문을 중심으로 3P 상품을 도입 중이다. 이들 상품군은 재고 부담이 커 직매입을 하기 쉽지 않은 분야기도 하다. 또 3P라고 해서 전혀 큐레이션 역량을 적용하지 않는 건 아니다. 별도 팀을 구성해 컬리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상품을 3P로 확보 중이다. 3P 비중은 분명 더 늘릴 여유가 있다고 판단한다.
Q. 3분기 매출 성장이 다소 둔화했다.
A. 추석 영향이 있었다. 보통 추석 매출은 3분기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지만, 올해는 4분기 손익계산서에 담길 예정이다. 또 회사 차원에서 매출을 늘릴 만한 요인을 계속 발굴 중이다. 예를 들어 퀵커머스 사업인 컬리나우는 지표들이 꽤나 긍정적이다. 현재 서울 마포와 강남권역만 운영 중인데 2026년 권역을 더 넓힐 예정이다. 또 컬리N마트 역시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 잡고 있어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다.
Q. 컬리의 오프라인 진출 가능성도 나온다.
A. 아직까지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 단순히 온라인을 오프라인에 적용하는 방안을 접목시킬 것이냐, 혹은 컬리만의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를 선보일 것이냐 등을 고민 중이다. 유통 업계에서 오프라인 매장 중심이던 곳들이 온라인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온라인을 오프라인에 적용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부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지는 갖고 있다.
Q. 연간 흑자 가시권이다. 내년 IPO 추진 가능성은.
A. IPO 시점을 명확하게 얘기하긴 어렵다. 이전보다는 타임라인이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IPO라는 게 이론적으로는 회사 펀더멘털(수익성 등 기초체력)과 시장 상황에 따른 멀티플(가치평가 배수)의 값인데 펀더멘털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시장 상황이다. 증시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만 IPO 시장이나 유통 카테고리에 대한 관심도는 예년 대비 조금 떨어진 상황이라 판단된다. IPO를 도전할 만한 최적의 시점이 올 때까지 생산성 향상과 수익성 관리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7호 (2025.12.03~12.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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