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5인 미만 사업장 정신질병 산재 인정, 환영"

장재완 2024. 9. 1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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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법, 요양급여신청 불승인처분취소 청구 인용... 정의당대전시당 "노동조건 개선 필요"

[장재완 기자]

 정의당대전광역시당.
ⓒ 정의당대전시당
법원이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신청한 정신질병 산재 인정 청구 소송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정의당대전시당은 환영의 뜻을 밝히고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했다.

대전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지난 3일 노동자 A씨가 제기한 '요양급여신청 불승인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노동자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은 상병과 원고가 수행한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정의당대전시당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8월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흐르며 호흡이 어려운 등 증상이 발생하여 같은 날 '상세 불명의 비기질성 수면장애 상세불명의 우울에피소드, 불안반응'을 진단 받는 등 총 3차례의 진단을 받았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 왔다.

이에 따라 A씨는 '공황장애, 중증도 우울 에피소드'를 사유로 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지급을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2022년 2월 '이 사건 상병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했다.

A씨는 2022년 정의당대전시당 비정규직상담창구(비상구)에 상담을 요청했고, 비상구는 사건을 접수, 법률 대응을 지원해 왔다.

A씨가 청구한 '요양급여신청 불승인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대전지법은 지난 1월 대법원 판결(2002. 2. 5. 선고 2001두7725)등을 근거로 'A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업무상 과로 또는 스트레스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거나 기존 질환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추단하기 어렵고, 달리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9월 3일 대전고등법원은 대법원 판결(2014. 6. 12. 선고 2012두24214) 등을 근거로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면서 A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A씨가 약 22년 동안 다른 사업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정신질병 관련 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일반 건강검진 내역을 통해서도 정신질환 관련 특이사항을 볼만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은 점, 만성적인 인력 부족 등으로 업무량과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는 점, 의무기록지에 업무 수행과 관련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호소해 왔고, 업무 외에 다른 이유로 발생하였음을 추단케 할 만한 어떠한 내용도 없다는 점, 개인적 특성 및 취약성이 이 사건 상병의 증상을 발현시킬 정도로 심각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조선기 정의당대전시당 위원장 직무대행은 "대전고법의 판결을 환영하며, 근로복지공단은 이 판결을 수용하여 정신질병 노동자들의 권리를 확대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당 사건을 상담해 온 김윤기 정의당 유성구위원장은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정신질병 산재를 인정한 판결은 의미가 크다. 장시간 노동과 과중한 업무, 시간외 근로수당조차 청구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노동자가 겪어야 할 스트레스와 부담은 상상 이상이다"라고 지적하고, "사업장이 자료 제출에 비협조인 경우가 많은데 노동자에게 입증 책임을 맡기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에게 개인적인 취약성이 있거나, 이전에 질병을 앓은 경력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업무관련성을 부정해서는 안 되며, 해당 노동자와 사건 중심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급성 스트레스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질병으로 인한 산재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 ▲2019년 313건 ▲2020년 561건 ▲2021년 696건 ▲2022년 657건 ▲2023년 684건으로 해마다 증가했으며, 올해에는 8월까지 309건이었다.

이 같은 신청에 대한 승인율은 2021년 70.5%로 가장 높았으나 ▲2022년 64.5% ▲2023년 65.8%, 올해 8월까지 57.3%로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정의당대전시당은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OECD에서 가장 긴 편에 속한다. 2023년 연간 노동시간은 1874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155시간이 많다. 아울러 직장 내 평등한 조직문화도 갈 길이 멀다. 2023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건수가 1만 건이 넘을 정도이다"라고 소개한 뒤 "노동자들의 정신질병 발생에 취약한 노동조건도 돌아보고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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