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투자 대세, TDF의 인기 비결은?
네. 요즘 목표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 주는 펀드인 TDF(Target Date Fund)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투자 경험, 역량,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 입장에서 투자대상을 골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정기적으로 평가, 리밸런싱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TDF는 가입할 때 가입자가 자신이 예상하는 은퇴 목표 시점만 선정하면,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요즘 관심을 갖는 연금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목표 시점 펀드’라고 할 수 있는데,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TDF라고 부릅니다. 손기영 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직장인 분들은 TDF를 자세히 살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TDF를 추천하는 이유를 이 금융상품의 4가지 특징을 가지고 한번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연금 가입자만 TDF에 가입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하는 데 최적화된 금융상품이라는 의미입니다.
노후자금을 축적하고 인출하는 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TDF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을 운용합니다. TDF는 장기적으로 투자원금 손실을 방지하면서 동시에 인플레이션 위험에서 연금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연금 자산을 다양한 국가와 자산에 분산투자해서 호황기에는 수익을 창출하고, 조정기에는 리스크를 관리합니다. 장기적으로 투자원금손실을 방지하고 동시에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글로벌 자산배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산 비중 조절은 펀드에서 미리 정한 경로를 따라 투자기간 초기에는 주식(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유지하다가 목표일이 다가올수록 낮춰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렇게 시간 흐름에 따라 주식 비중을 차츰 낮춰가는 자산배분곡선이 비행기가 착륙하는 경로를 닮았다고 해서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라고 합니다.
통상 TDF 가입자는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TDF는 바로 이 목표 시점(Target Date), 즉 은퇴 시점에 맞춰 펀드 내 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 줍니다. 통상 목표 시점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을 때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다가 목표 시점이 임박할수록 그 비중을 줄여갑니다.
그렇다면 왜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게 되어 있을까요?
TDF가 ‘인적 자본(Human Capital)’의 가치를 고려해서 TDF의 글라이드 패스를 설계하기 때문입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모셰 A. 밀레브스키 교수는 인적 자본을 설명하기 위해 ‘주식회사 당신’이라는 개념을 활용합니다. 사람을 하나의 주식회사로 보는 겁니다.
그는 일반 회사처럼 ‘㈜당신’이 가진 자산과 부채를 재무상태표로 작성합니다.
재무상태표의 좌측에는 ‘㈜당신’이 가진 자산을 하나씩 써 내려갑니다. 이때 주택, 자동차와 같은 실물 자산과 은행계좌 잔고, 주식, 채권 같은 금융 자산도 함께 기재됩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실물 자산과 금융 자산 이외에 여기에는 ‘인적 자본’의 가치도 함께 기록합니다.
그러면 재무상태표에 기록할 인적 자본의 가치는 어떻게 산정할까요?
통상 자본의 가치는 해당 자본이 가져올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서 계산합니다.
마찬가지로 인적 자본의 가치도 같은 방식으로 산출합니다.
소득이 일정하고 은퇴까지 남은 기간이 길수록 인적 자본의 가치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근로소득자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근로소득자는 매달 일정한 급여를 정기적으로 수령합니다. 이때 월급은 매달 수령하는 채권의 이자와 그 성격이 유사하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공무원의 인적 자본은
국채와 가깝고, 일반 직장인의
인적 자본은 회사채의
성격을 갖는다고 하겠습니다.
좀 더 나아가서 물가 상승에 맞춰 임금도 인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적 자본은 물가연동채권과 유사한 성격을 띱니다.
이제 당신이 가지고 있는 금융 자본과 인적 자본을 합쳐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보겠습니다.
젊어서는 모아둔 돈은 많지 않지만 미래에 벌어들일 돈은 많습니다.
금융 자본은 별로 없고, 인적 자본만 많은 셈입니다. ㈜당신의 포트폴리오에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셈입니다. 따라서 얼마 되지 않는 금융 자본은 대부분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그리 크게 위험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적 자본 가치도 감소하고, 금융 자본의 규모는 차츰 늘어나게 됩니다.
앞서 인적 자본을 미래에 벌어들일 잠재적 소득의 현재가치라고 했던 것을 기억할 겁니다. 남은 근로기간이 줄어들면 인적 자본의 가치는 줄어들지만, 매해 벌어들인 소득 중 일부를 저축해 나가면서 금융자본이 늘어나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인적 자본을 금융자본으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인적 자본을 고스란히 금융 자본으로 전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인적 자본 중 일부만 금융 자본으로 축적해 나갈 겁니다.
그리고, 은퇴 시점에 도달할 무렵엔 ‘㈜당신’의 재무상태표의 인적 자본은 별로 남아 있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이 크게 줄어든 셈인 거죠. 따라서 균형을 맞추려면 금융자본 내 채권 비중을 늘려야 합니다. 금융 자본만 떼어놓고 보면,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식 비중은 감소하고 채권 비중은 늘어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 같은 상황을 그대로 구현하면 TDF의 글라이드 패스가 됩니다.
본인에게 맞는 TDF를 고르기 위해서는 3가지를 순서대로 선택하시면 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본인의 출생연도에 예상 은퇴연령을 더하면 됩니다. 60세에 은퇴할 예정인 1975년생 직장인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1975’에 ‘60’을 더하면 ‘2035’가 목표 시점이 됩니다.
TDF 이름 제일 뒤에 4자리 숫자가 적혀 있을 겁니다. 이 숫자가 바로 목표 시점을 나타냅니다. 펀드 명칭 뒤에 2035라는 숫자가 쓰여 있으면, 2035년에 은퇴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을 위해 운용하는 TDF라는 뜻입니다.
예상 은퇴연령과 함께 투자자의 위험수용성향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같은 해에 은퇴를 예정하고 있는 근로자라고 해서 모두가 동일한 위험수용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순 없습니다.
남들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이도 있고, 반대로 수익이 좀 적더라도 변동성이 적은 투자대안을 선호하는 이도 있습니다. 따라서 TDF를 고를 때 이 같은 투자성향을 반영해 목표 시점을 일부 조정할 수 있습니다.
흔히 TDF의 목표 시점을 나타내는 4자리 숫자를 ‘빈티지’라고 부릅니다.
빈티지는 예상 은퇴 시점을 뜻하지만, 이를 통해 TDF에 편입된 주식 비중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빈티지가 높다는 것은 은퇴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다는 뜻이고, 그만큼 주식 비중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35년에 은퇴할 계획인 투자자의 경우를 예로 들면….
만약 남들보다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라면 2030이나 2025 빈티지를 선택하면 되고, 반대로 공격적 투자성향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라면 2040이나 2045를 타깃으로 하는 TDF를 고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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