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달라졌다" 30년 만에 연구개발비 10% 투입…'시리' 대변혁 예고

[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애플이 인공지능(AI)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매출액의 1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6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지난 1분기 R&D 지출은 매출의 10.3%를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7.6%)와 전년 동기(9%) 대비 크게 상승한 수치로, 애플이 매출액 대비 10% 이상을 R&D에 쏟아붓는 것은 최소 30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매출이 2021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인 17% 성장하는 동안, R&D 지출은 그보다 두 배 빠른 3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오는 9월 퇴임을 앞둔 팀 쿡(Tim Cook) 애플 CEO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우리는 분명히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며 "R&D가 회사 성장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으며,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의 이러한 행보를 2000년대 초반 '아이팟(iPod)' 출시 당시와 비교하고 있다. 당시 애플은 닷컴 버블 붕괴 이후에도 R&D 비중을 5%에서 8%로 높여 아이팟과 아이튠즈라는 혁신을 만들어낸 바 있다. 다만 현재의 규모는 그때와 차원이 다르다. 2003년 당시 연간 R&D 비용은 4억7,100만 달러 수준이었으나, 현재 애플은 단 일주일 만에 그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되었기 때문이다.
애플의 대규모 R&D 자금은 인공지능 기반의 새로운 웨어러블 기기 개발과 차세대 '시리(Siri)' 고도화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이 카메라가 탑재된 에어팟, 스마트 글래스, 펜던트형 기기 등 시리 기반의 AI 기기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6월 개최될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에서는 '애플 인텔리전스'의 구체적인 청사진과 생성형 AI가 통합된 시리의 기능이 공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목할 점은 애플의 투자 방식이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차별화된다는 것이다.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데이터 센터 구축(Capex)에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는 반면, 애플의 자본 지출은 오히려 감소 추세다. 애플은 하이퍼스케일러들과 달리 인프라 구축보다는 인재 영입과 온디바이스(On-device) AI 모델링, 맞춤형 칩 설계 등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AI가 클라우드에서 기기 내부로 이동할 것이라는 애플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하반기 시리 업그레이드와 함께 역사상 최초의 폴더블 아이폰 등 폼팩터 변화까지 준비하며 AI 경쟁의 성패를 가를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팀 쿡의 뒤를 이을 존 터너스(John Ternus) 하드웨어 책임자가 이러한 대규모 투자를 얼마나 빠르게 혁신적인 제품 주기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