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홈런타자 아니다" KIA 타자들이 거포 정체성 부정하는 이유..."안타 먼저" 꽃범호 지론 있다 [스춘 현장]

[스포츠춘추=수원]
"난 솔직히 홈런 타자가 아니다. 지금은 안타를 더 많이 치고 싶고, 홈런은 나중에 확실한 자리와 위치가 있을 때 욕심내보고 싶다." (오선우)
"장타는 절대 의식하지 않는다. 그냥 어떻게 해서든 살아나가려고 한다." (김호령)
2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KIA 타이거즈의 10대 1 대승을 이끈 홈런 타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역설적이었다. 역전 3점 홈런의 주인공 오선우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라고 했고, 쐐기 투런포를 터뜨린 김호령도 "장타는 의식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오선우는 올 시즌 15홈런에 전 구단을 상대로 홈런을 때린 장거리포 타자이고, 김호령도 많지 않은 경기 수에서 6개의 홈런을 터뜨린 펀치력 좋은 외야수다. 어찌 보면 의외인 발언이지만, 이런 선수들의 방향성은 이범호 감독의 타격철학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30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범호 감독은 전날 김호령의 대활약을 재차 언급했다. 김호령은 이 경기에서 2점 홈런을 포함해 3안타 5타점으로 개인 한 경기 최다타점 타이 기록을 세웠다. 데뷔 이후 처음 2홈런을 때린 7월 6일 롯데전에 이어 또 다른 5타점 경기였다.
현역 시절 선배로서 김호령의 신인 시절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 감독은 "난 김호령이 원래 방망이를 잘 치는 유형의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타격 센스도 좋고 파워가 있었다. 멀리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는데 그게 본인에게 조금은 독이 됐다."
이 감독이 기억하는 김호령은 "홈런을 치고 싶어하는" 선수였다. "홈런을 쳤을 때 그 만족감이 안타를 치는 것보다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러면서 본인에게 맞지 않는, 다른 선수들의 타격폼을 따라해보겠다고 혼자 연구를 많이 했었다."
실제로 데뷔 초기 김호령은 준수한 수비력과 괜찮은 타격 능력을 겸비한 차세대 중견수 후보로 주목받았다. 입단 당시엔 대졸 2차 10라운드 102순위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2년차인 2016년 1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7(453타수 121안타) 8홈런 41타점 19도루를 기록하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2년차에 홈런 8개를 때려냈으니 두 자리수 홈런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뒤따랐고, 김호령 본인도 장타 욕심이 생겼다.
이 감독은 "프로에 와서 100안타 넘게 때리고 홈런도 치면서, 그때부터는 홈런을 더 많이 치고 싶어서 노력했던 게 오히려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런 선수들이 많다. 올해 홈런을 15개 정도 친 뒤에 '내년에는 30개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30개를 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15개를 쳤으면 내년에는 20개에 도전하고, 다음엔 25홈런, 이렇게 차근차근 올라가야 한다. 한 방에 너무 많은 걸 욕심내면 좋지 않은 모습이 많이 나온다."
30대에 접어든 지금의 김호령은 달라졌다. 데뷔 초기의 기대에서 멀어져 오랫동안 백업과 1, 2군을 오가는 생활을 한 뒤로 타격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변했다. 지금은 큰 것 한 방보다는 안타 하나, 출루 하나부터 하려는 자세로 경기에 나선다.

이런 지론은 오선우를 비롯한 다른 젊은 타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감독은 "안타가 먼저 있어야 홈런이 나온다. 안타를 쳐야 타율이 올라가고 타율이 올라가야 홈런 개수가 는다"며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선우, 김석환, 한준수 같은 젊은 선수들에게도 계속해서 '안타가 먼저고 그 다음에 홈런이 있다', '안타부터 치려고 노력하라'고 주문한다." 이 감독의 말이다. 실제 오선우는 전날 15홈런과 전구단 상대 홈런을 기록한 뒤 "난 홈런 타자가 아니다. 그보다는 안타를 많이 치고 싶다"는 의외의 발언을 했다.
"선수들이 타석에 들어가면 홈런을 쳐서 감독에게 보여줘야 되겠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홈런을 안 쳐도 안타를 치는 것도 다 보고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주문한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홈런 욕심이 줄었고, 좋은 타율이 유지되고 있다."
이 감독의 지론을 받아들인 KIA 타자들은 최근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8일 SSG전에서 10득점으로 타선이 폭발했고, 29일 KT전에서도 10득점하며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한때 8위까지 추락했던 KIA는 최근 3연승을 달리며 다시 5강 싸움에서 희망의 불빛을 보고 있다.
김호령과 오선우는 30일 경기에서도 선발 라인업에 포진했다. KIA는 박찬호(유격)-김호령(중견)-나성범(우익)-최형우(지명타자)-패트릭 위즈덤(3루)-오선우(1루)-김석환(좌익)-한준수(포수)-김규성(2루)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선다. 전날 휴식을 취한 최형우가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고, 선발투수는 애덤 올러가 등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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