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후 5시, 아내와 저는 이 톡을 애타게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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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석 기자]
매일 오후 5시쯤이면 우리 가족은 단톡방으로 모인다. 얼마 전 입대한 막내가 오늘도 무사함을 알리는 신호가 들어오는 시간이다.
아들은 단톡방에 자신이 속한 부대 구호를 힘차게 외치며 입장해, 자신이 오늘도 무사했음을 알리는 인사를 한다. 막내의 입장으로 가족들은 서로가 각자 보낸 하루를 얘기하고 나누면서 그 날을 정리하고 마무리한다. 이게 우리 가족이 지난 6개월 간 계속해온 일상이다.
우리 집 늦둥이 막내가 군에 입대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입대 전날 아들이 휴대전화를 달라기에 무심코 건넸더니 무언지 모를 어플을 하나 설치해 주었다. 나중에 자기의 소식을 알 수 있을 앱이라는 설명이 전부였다.
▲ 군인부모들이 사용하는 더 캠프 앱 입대일자와 근무일수, 남은 전역일수가 표시된다. 인터넷 편지로 쓸수 있다. |
ⓒ 강창석 |
자대 배치를 받았다고 달랑 부대명만 통보를 받은 부모님들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정보다.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정보가 수두룩하다. 나는 매일 아침 기상과 함께 이 앱을 보면서 일과를 시작한다.
군대 내 휴대전화 사용, 믿지 않았다
'군에서의 휴대전화 사용', 이건 군에서 사건 사고가 나거나 병영 문화 개선이라는 정책이 나올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
하지만 1980년대 폐쇄적인 군대 생활을 겪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땐 손으로 깨알같이 쓰던 위문편지도 검열이라는 절차를 겪고서야 보낼 수 있던 시대였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다지만, 군대 내에서 유선전화도 아닌 휴대전화를 사용토록 하겠다는 정책에 나는 귀를 의심했다.
'군대 내에서의 모든 건 비밀이고 보안'이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정보의 촬영과 유출이 자유로운 휴대전화를, 군대 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처음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개선 방안이었다. '아마 진짜로 실행되기는 어려울 걸' 하는 회의적인 생각만 했다.
그게 적어도 내 아들이 입대하기 전인 작년까지의 생각이었다. 지금은 당연히 다르다. 그때는 아버지라기보다는 선배 군인의 입장에서 생각했던 게 아니었나 싶다.
"아, 그래도 아들하고 매일 연락이 되니까 살 것 같아."
아들이 휴대전화를 반납하는 21시(밤 9시), 아들이 "잘 자요"하고 떠나면 아내가 나를 보며 하는 말이다.
▲ 아들의 입소식 사진 아들의 입소식 사진 |
ⓒ 강창석 |
군에 입대한 지 6개월이 지난 아들은 아직 첫 휴가를 나오지 못했다. 군복을 입은 아들은 그동안 잠깐 2번 만났다. 신병교육대와 후반기 교육 수료식 날이다. 그래도 아내는 매일 아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 그런지, 아들이 군대 갔다는 것을 잠깐씩 잊고 어디 기숙사에 있는 것으로 착각할 때가 있다고 한다.
아들이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지 얼마 없어서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전화를 받아서 당황한 적이 있다. 생소한 전화번호에 통화감도 불량하길래, 나는 처음에는 정말로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
▲ 입소식날 아들의 뒷모습 입소식날 아들의 뒷모습, 오랫만에 깍은 까까머리가 인상적이다 |
ⓒ 강창석 |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들이 입소한 신병교육대는 훈련병들이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한 시범 부대였다. 평일에는 일과 후 수신자 부담 공중전화, 주말에는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했다. 미처 모르고 있었던 일이라 더 기뻤다. 일정한 시간에 걸려 오는 아들의 전화는 마치 희망의 빛과도 같았다.
자식을 군대 보내고 부모들이 제일 걱정되는 기간이 훈련병 때다. 군대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전혀 다른 계급 사회, 폐쇄 사회다. 난생 처음으로 부모 곁을 떠나는 아들도 있다. 부모는 매일 아들이 무사함을 확인하고 싶다.
▲ 가족 단톡 단톡에서 대화하는 화면 |
ⓒ 강창석 |
그런 와중에도 거의 매일 걸려 오는 아들의 전화는 무사함을 확인하고 위로를 주는 하나의 장치였다. 어떤지 물으면 아들은 항상 괜찮다고 말하지만, 군대를 먼저 경험한 아빠로서는 그 어려움을 알고도 남는다.
나중에 아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다. 하루 훈련을 마치고 잠깐 가족들과 한 통화로 그날의 피로를 풀고 심리적인 안정까지 얻을 수 있었다고, 낯설고 어렵기만 한 신병교육대 생활을 이겨 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남아있는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큰 도움이 되었다.
군대는 폐쇄적이다. 지금도 군대 내에서는 의문사라고 부를 정도의 사건, 사고들이 자주 발생한다. 그런 곳에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자식을 보낼 수밖에 없는 부모들의 심정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니 온갖 방법을 동원하면서 병역기피를 하지 않는가?
나라를 지키라고 데려간 신성한 곳에서 내 자식에게 가해지는 목적 외 비합리적인 일들을 전혀 알 수조차 없고, 옆에서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은 부모를 가장 힘들게 한다.
아무리 폐쇄적인 군이라지만 나라에서 잠시 데려간 아들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 오늘 하루도 무사한 지를 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일은 필요하다. 막는다고 막아질 게 아니면, 터 놓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게 더 맞지 않을까.
▲ 가족단톡 가족 단톡에서 일상을 나누는 모습 |
ⓒ 강창석 |
아들이 입대를 하니 군에서 걸려 오는 전화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오늘도 17시면 어김없이 단톡에 찾아와 오늘도 무사했음을 알리는 아들의 생존 신고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가족이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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