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에 새겨진 ‘정치질’? 힘든 현실 잊고자 집착하기도…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인간은 정치적 동물
정치에 집착하는 게 인간의 본능일 수도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무리를 이루고 그 안에서 생존하려 하기 때문이다. 선사시대, 연약했던 인류는 살아남으려면 무리를 이뤄서 협력해야 했다. 진화심리학은 이러한 심리적 형질도 오랜 시간을 거쳐 유전된다고 본다. 즉, 집단을 이루고자 하는 심리는 먼 조상들이 주변 환경에 맞춰 생존하면서 진화시켜온 유전자의 산물일 수 있다.
무리를 지으려는 본능을 충족시키려면 소속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는 시간이나 비용 없이 가장 손쉽게 소속감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다. 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병수 원장은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심리는 본능적인 욕구에 가까운데 문명화된 사회에선 정치적 성향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표현될 수 있다”며 “그렇다면 옳다고 믿는 걸 타인에게 똑같이 믿으라는 주장은 내 편에 서라는 홍보가 된다”고 말했다.
◇“현실 도피하거나 공격성 드러내려고 정치에 집착”
그런데 우리는 얼마든지 본능을 통제할 수 있다. 또 집단에 소속되고 싶다는 심리를 상쇄하는 다른 심리 상태나 환경적인 요인들도 있기 마련이다. 만약 사소하거나 연관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도 정치 얘기를 꺼내는 등 주변인에게 끊임없이 피해를 끼치면서 정치에 과몰입 한다면 그 안에 깔려있는 심리적 기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정도의 심리적 기제가 깔려있을 것이라 본다. 하나는 ‘도피’고 나머지 하나는 ‘공격’이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는 “정치적 성향은 일종의 지향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타협이 잘 안 되는 주제”라며 “이러한 주제를 굉장히 강하게 주장하는 행동엔 보통 당면한 현실을 회피하고 애써 망각하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또 “정치적 구호 등에 편승해서 내적인 공격성을 드러내거나 해소하려는 무의식적 본능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심리적 기제는 무력감, 고립 등과 관련이 크다. 통상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많지 않거나 주변에 소통 창구가 부족할 때 많이 발현된다. 이러한 특징은 다시 연령대와 이어진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일반화할 순 없지만 50대 이상부터는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본인이 옳다고 여기거나 믿는 것만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향이 생긴다”며 “특히 은퇴 후에는 만나는 사람도 줄어들기 마련인데 이런 상황들이 무력감으로 이어지고 정치와 같은 특정 사안에 몰입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정치병 가족 있다면 주제보단 그 사람 삶에 집중을…
개인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거나 정치적 집단에 참여하는 목적은 매우 다양하다. 본능, 현재 상황, 뚜렷한 목적의식 등 어떤 게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알 길은 없다. 따라서 본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목적과 몰입하는 정도에 만족한다면 할 건 없다. 사실 타인이 왈가왈부한다고 해서 바뀔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정치에 대한 집착 때문에 조금 지치는 것 같고 주변인들, 특히 가족들이 고통을 호소한다면 변화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마련이다. 변화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행동이 중요하다. 한규만 교수는 “결국 해결책이라는 게 정치에 집착하게 만드는 다양한 요인들을 없애나가는 것”이라며 “운동은 특정 사안에 집착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드는데, 특히 경쟁의 요소가 더해진 스포츠 게임은 약간의 소속감을 부여하고 공격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데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정치에 집착하는 사람이 가족 구성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사람이 말하는 주제보다 이유에 집중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김병수 원장은 “우리는 상대가 하는 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더라도 그 사람의 인생 이야기는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주제보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상상하고 그 사람의 인생사를 들여다보면 ‘아! 그렇게 살았구나,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고 납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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