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찻잎에 끓는 물을 확...이래야 맛이 제대로 납니다
바쁜 일상 속, 차 한 잔으로 일상에 쉼표를 찍습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24절기와 동양화를 오가며 흐르는 시간의 아름다움을 기록합니다. <기자말>
[노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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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우내 비축했던 에너지가 연둣빛으로 움터 오르고 있었다. |
| ⓒ 노시은 |
겉으로 보기엔 정적인 나무들이지만, 그 속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액이 쉴 새 없이 흐르며 생명의 폭발을 준비하는 치열한 역동성이 느껴졌습니다. 얼음이 다 녹은 저수지의 비단잉어들도 활기차게 움직이며 큰 입을 뻐끔거립니다.
이맘때면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중국 항저우의 서호 언덕 위로 달려가기 마련입니다. 바로 춘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채엽하기 시작하는 서호용정(西湖龍井) 때문입니다.
서호용정은 중국의 '10대 명차' 중에서도 늘 첫손에 꼽히는 차입니다. 청나라 건륭제가 항저우 사봉산 아래 열여덟 그루의 차나무를 '어차(御茶)'로 봉했다는 기록은 유명하지요. 용정차의 가장 큰 특징은 '사절(四絶)', 즉 빛깔이 비취처럼 푸르고, 향기가 우아하며, 맛이 시원하고 달며, 모양이 아름답다는 네 가지 절대적인 미덕에 있습니다.
200°C '불의 기운'을 견뎌낸 차
춘분 무렵 따는 용정은 청명(淸明) 전의 차라 하여 '명전차(明前茶)'라 부릅니다. 겨우내 응축된 에너지를 품고 돋아난 첫 싹은 그 희소성 때문에 예부터 '금값'에 비견되곤 했지요. 이어 곡우(穀雨) 전의 '우전차(雨前茶)'가 그 뒤를 잇습니다. 명전이 이슬처럼 섬세하고 단아한 맛이라면, 우전은 조금 더 잎이 자라 맛이 진하고 기운이 뚜렷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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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호용정은 뜨거운 표면에 눌러서 만들어서 결과물이 납작하다. |
| ⓒ 노시은 |
솥 안의 온도는 200°C를 넘나들고, 그 속에서 찻잎은 납작하게 눌리며 고소한 '두향(豆香)'을 몸 안에 새깁니다. 이토록 치열한 불의 세례를 받고 태어난 찻잎인데, 겨우 80°C의 미지근한 물로 그 속내를 다 보여줄 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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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납작하게 눌려 만들어진 용정차는 물을 세차게 부어서 맛을 내는 것이 좋다. |
| ⓒ 노시은 |
낮은 온도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갓 볶아낸 햇콩의 고소함과 난꽃의 우아한 향기가 수증기를 타고 폭발하듯 피어오릅니다. 춘분의 태양이 대지를 달궈 생명력을 끌어올리듯, 저의 끓는 물은 용정의 야성을 깨워 찻잔 속에 한 철의 봄을 통째로 옮겨다 놓습니다.
한 모금 마시며 "아우 써!"를 외칩니다. 하지만 쓴맛의 쓰나미가 지나가면 바로 개운한 닷맛이 부드럽게 밀려옵니다. 이게 서호용정의 매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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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호용정에 쑥가래떡을 굽고 조청을 곁들였다. |
| ⓒ 노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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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을 뚫고 나온 어린 쑥. |
| ⓒ 노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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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참 우러난 용정차는 씁쓸하지만 쓴 만큼 회감도 크다. |
| ⓒ 노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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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눈이 꽃망울을 터뜨릴 날을 기다린다. |
| ⓒ 노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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