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 개봉한 영화 <컷스로트 아일랜드(Cutthroat Island)>는 ‘할리우드 최악의 흥행 참사’로 남았다. 제작비 1억 1500만 달러(당시 기준 약 9000억 원)를 들였지만, 수익은 고작 1000만 달러. 당시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큰 손실을 낸 영화’로 이름을 올리며 역사에 남은 폭망의 대명사다. 이 영화 한 편으로 제작사와 배급사가 연달아 파산했고, 감독과 주연 배우의 커리어까지 송두리째 흔들렸다.
캐롤코 픽처스의 '승부수'가 부른 몰락

<컷스로트 아일랜드>를 제작한 캐롤코 픽처스(Carolco Pictures)는 한때 <람보>, <터미네이터 2>, <원초적 본능> 등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전성기를 이끌던 회사였다. 그러나 무리한 스타 마케팅과 수익성 낮은 예술영화 투자로 재정이 흔들리던 중, 회사의 명운을 걸고 ‘한 방’을 노린 작품이 바로 <컷스로트 아일랜드>였다.

당시 회사는 아놀드 슈워제네거·폴 버호벤의 프로젝트 <크루세이드>와 레니 할린 감독의 <컷스로트 아일랜드> 중 하나만 선택해야 했는데, <다이하드 2>로 떠오른 스타 감독 레니 할린을 믿은 것이 결정적 오판이었다. 제작사는 “버호벤보다 다루기 쉽다”는 이유로 할린을 택했지만, 그 선택은 회사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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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밀어주기'가 부른 연쇄 하차 사태

감독 레니 할린은 당시 배우 지나 데이비스와 결혼한 상태였다. 그런 그들이 <컷스로트 아일랜드>의 감독과 주연으로 함께했다. 문제는 할린이 지나 데이비스의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려 했다는 점이다.

원래 남자 주인공에는 마이클 더글러스가 캐스팅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나 데이비스가 자신의 분량을 더 늘려달라고 요구하면서 더글러스가 불만을 품고 하차했다. 이후 톰 크루즈, 리암 니슨, 키아누 리브스 등 톱스타들에게 차례로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했고, 결국 인지도가 낮은 매튜 모딘이 주연으로 낙점됐다. 캐스팅 실패는 영화의 몰입도와 흥행력을 동시에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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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현실감 집착',
제작비 폭주로 이어지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제작비였다. 레니 할린은 몰타에 이미 세워둔 세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전면 철거 후 재건축을 지시했다. 17세기 해적선을 실제 크기로 재현하고, 대포와 장식품까지 수공업으로 만들었으며, 각종 동물과 소품도 직접 수입했다. 여기에 촬영감독이 부상으로 교체되고, 주요 스태프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초 6천만 달러로 책정된 제작비는 최종 1억 15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그야말로 감독의 완벽주의와 아내 사랑이 불러온 자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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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부실과 타이밍 실패, 총체적 난국

시나리오 역시 문제였다. 쪽대본 수준의 급조된 각본에, 지나 데이비스의 액션 연기는 해적 영화의 스펙터클을 살리지 못했다. 발차기 한 번에 적이 쓰러지고, 위기에서 손쉽게 탈출하는 전개는 관객의 몰입을 깨뜨렸다.

게다가 개봉 시기도 최악이었다. 여름 시즌용 해양 어드벤처 영화를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시킨 것. 경쟁작 <토이 스토리>, <다이하드 3> 등에 묻히며 극장가에서 완전히 묻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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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에 무너진 제작사,
끝장난 커리어

결과는 참혹했다. 제작사 캐롤코 픽처스는 개봉 6주 전 파산, 배급사 MGM/UA도 연쇄 부도에 시달렸다.
감독 레니 할린은 그해 골든 라즈베리 ‘최악의 감독상’ 후보에 올랐고, 이후 작품 <롱 키스 굿나잇>도 흥행에 실패하면서 아내 지나 데이비스와 이혼했다. <딥 블루 씨>로 잠시 회복세를 보였지만, 이후 필모그래피는 <헤라클레스: 더 레전드 비긴즈> 등 혹평 일색이었다.

지나 데이비스 역시 커리어가 급격히 하락했다. <델마와 루이스>로 대체 불가한 여성 액션 스타로 각광받던 그녀는 이 영화 이후 주연 제안을 거의 받지 못하며 오랫동안 스크린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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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지만 볼 건 있었다?
남은 건 음악뿐

아이러니하게도 <컷스로트 아일랜드>는 ‘망작’이지만, 영상미와 음악만큼은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존 데브니의 웅장한 오케스트라 OST는 지금도 해적 영화 BGM의 교과서처럼 회자된다.

또한 이 영화는 ‘해적 영화는 망한다’는 징크스를 남겼다. 10년 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등장하기 전까지 할리우드에서 해적 영화는 금기어가 되었다.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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