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의 약진... 민주당 텃밭? 이젠 안심 못한다
[류승연 기자]
▲ 10ㆍ16 재보궐선거가 실시된 16일 밤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더불어민주당 장세일 후보가 배우자 정수미씨와 영광읍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10.16 |
ⓒ 연합뉴스 |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16일 치러진 영광 군수 재선거에서 진보당 이석하,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를 제치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최종 득표율은 41.08%로 2위 이석하 후보(30.72%) 10%포인트 넘게 따돌렸다. 장현 후보는 26.56%로 그 뒤를 이었다.
막판 진보당 이석하 후보의 거센 추격을 제친 장세일 후보의 당선으로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총력전을 폈던 민주당은 일단 텃밭 지켜내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반면 '바닥 훑기' 전술을 폈던 진보당과 조국 대표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의 영광 '한 달 살기' 등으로 총력전을 펼친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벽을 넘지 못한 채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광군수 선거는 민주당에게 많은 과제를 남기게 됐다. 진보당과 조국혁신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이 50%가 넘는 등 영광 유권자들은 민주당에게 승리를 안겨주면서도 동시에 경고도 보낸 셈이 됐다.
실제 이번 선거 내내 영광 지역에서 민주당의 입지는 위태로웠다. 지난달 초순 발표된 첫 번째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장세일 후보는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에게 밀려 2위로 뒤쳐지기도 했다(관련기사: [영광군수 여론조사] 민주·혁신·진보당 3강 구도). 9월 말께 1위 자리를 되찾았지만 조국혁신당, 진보당 후보 등 세 후보의 지지율이 모두 30%를 넘는 등 '초접전' 상태였다(관련 기사: [영광군수 여론조사] 민주 32.5%, 혁신 30.9%, 진보 30.1%) 지난 10월 초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장 후보가 이석하 진보당 후보에 1위 자리를 내어주기도 했다(관련 기사: [영광군수 여론조사] 진보당 이석하, 오차범위 약진...민주·혁신 '비상').
이번 재선거가 민주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민주당 간판이 더 이상 당선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2026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각 당의 경쟁도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고전, 진보당의 약진 이유를 짚어봤다.
도덕성 논란 난타전 벌인 민주당과 혁신당
이번 선거를 앞두고 영광 유권자들은 '어떤 군수를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결 같이 '도덕성(청렴성)'을 가장 높은 순위로 꼽았다.
'청렴한 후보'를 요구하는 민심이 강해진 건 이번 재선거가 직전 군수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치러지게 됐기 때문이다. 강종만 전 영광군수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기자에게 현금 100만 원을 건네 기소됐고 지난 5월 대법원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하면서 군수직을 잃었다. 심지어 강 전 군수가 당선무효형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강 전 군수는 지난 2008년에도 아내를 통해 지역 건설업자에게 뇌물 1억 원을 받아 군수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물론 강종만 전 군수가 '무소속'이라 민주당 책임론은 강하지 않았지만 이번 재선거에서만큼은 도덕적으로 흠이 없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다.
하지만 선거전 초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후보들이 서로를 향한 난타전을 벌이면서 진보당이 반사이익을 얻었다.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는 장세일 민주당 후보가 폭력·사기 전과를 갖고 있는 사실을 문제삼았다. 실제 장세일 후보는 과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을, 사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 900만 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반면 장세일 후보는 장현 후보를 "철새"라고 '직격'하며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의 영광군수 후보가 될 뻔한 인물이 상황이 불리해지자 당을 바꾼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장현 후보는 민주당을 탈당해 조국혁신당으로 옮긴 건 "당헌·당규에 분명히 나와 있는 파렴치범 공천 배제를 요구하다가 결국 묵살당했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두 후보의 진흙탕 싸움은 결국 법적 공방전으로까지 비화했다. 민주당 전남도당은 장현 후보가 탈당 전, 민주당 내 경선에 불공정이 있었던 것처럼 말해 민주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달 27일 고발장을 접수했다. 그러는가 하면 조국혁신당은 재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장세일 후보가 자녀의 재산 상황 정보 공개를 누락했다며 선거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두 후보가 도덕성 논란으로 난타전을 벌이면서 상대적으로 이석하 진보당 후보가 주목을 받았다. 진보당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영광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민주당에서 제대로 된 인물만 공천했어도 곡성처럼 무난히 당선됐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 "그래서 (영광 유권자들이) 조국혁신당 후보에게라도 기대를 걸어보려 했더니 민주당에서 엊그제까지 이재명 대표와 같이 사진 찍던 인물이 이번엔 조국 대표와 유세를 같이 하니 유권자들로선 어리둥절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10·16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 공식 선거 운동 첫날인 3일 진보당 이석하 후보가 영광읍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2024. 10. 3 |
ⓒ 진보당 |
"이번에 출마하면서 이석하 후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돈 있냐?', '돈도 없는데 무슨 군수를 나가냐?'는 것이었어요. 그 말을 뒤집어보면 군수는 '돈을 뿌려야 당선된다'라는 거잖아요. 저희는 돈도 없고, 돈을 써서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돈보다는 땀을 뿌려보자'를 선거 기조로 세웠어요."
조국혁신당이 이번 재선거를 겨냥해 본격적인 '호남 행보'를 시작한 건 지난 8월 말이었다. 당시 조국혁신당은 1박2일 일정의 국회의원 워크숍을 영광에서 진행한 데 조국 대표가 9월 중순부터 한 달 살이에 돌입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시도당위원회 중심으로 치르겠다는 당초 기조를 바꿔 중앙당 차원에서 선거를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뒤이어 한준호, 정청래, 박지원 의원이 영광 '한 달 살이'를 자처했다.
그런데 진보당은 그보다 두 달 앞선 7월 무렵부터 일상 속 정치를 내세우며 '바닥 훑기' 전략을 썼다. 김 대표의 이야기다.
"마을회관을 돌아다니면서 칼을 갈아드린다든지 하는 활동을 했어요. 무더웠던 이번 여름, '내 자식도 밭에 안 내보내겠다'는 분위기 속에서 농촌 봉사활동도 진행했고요. 거리 쓰레기 청소도 꾸준히 했어요. 영광은 도시 지역과 달라서, 7시만 되면 가게들이 문을 닫아서 청소를 해도 만나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요. 그런데 그걸 본 주민 한두 명을 통해 입소문이 나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지난 2022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꺾고 도의원으로 선출된 오미화 도의원 영향력도 한 몫을 했다. 김 대표는 "(오 도의원이) 경로당에 가면 할머니들께서 '오 의원의 팬'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인기가 좋다"면서도 "조직력이나 업무 능력이 이번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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