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노림수 통했나…'땅굴 유령' 신와르 외딴곳서 사살된 이유
신출귀몰하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이스라엘 훈련부대 소속 병사에 의해 사살된 것을 두고 의문이 증폭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신와르가 암살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가자지구 땅굴에 숨어 있을 것으로 파악했지만 지상에서 발견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신와르가 발견된 장소는 이스라엘 측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이었다. 이스라엘군은 분대장 승급을 위해 훈련을 받던 병사들이 지난 16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 시내에서 신와르를 포함한 하마스 조직원들과 우연히 마주쳤고, 총격전이 끝난 뒤에야 신와르를 사살한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전쟁의 불길을 지피면서 이스라엘의 '제거 1순위'로 올라선 신와르는 자신을 표적으로 한 공습과 지상 작전을 계속 성공적으로 피해 왔다. 이 때문에 그는 가자지구 지하에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땅굴 깊숙한 곳에 머무는 '유령' 같은 존재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결국 엉뚱한 장소에서 허무하게 죽음을 맞았다.
이스라엘과 아랍 당국자들은 신와르가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집요한 땅굴 파괴 작전으로 그가 안전하게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군은 여러 땅굴이 서로 이어지거나 교차하는 주요 지점들을 중심으로 땅굴을 무너뜨리는 작전을 지속해 왔다. 이로 인해 은신처를 옮겨 다녀야 했던 신와르가 이동 과정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일이 잦아졌고, 이스라엘군 병사들을 만나는 '불운'에 맞닥뜨렸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신와르는 전쟁 직후 인질 협상 중재국들에 "나는 포위된 게 아니다. 나는 팔레스타인 땅에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후 몇 달 동안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땅굴 파괴에 주력했다. 지난 2월 하마스 지도부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터널을 급습했고, 3월에는 신와르와 관련된 터널을 발견했다. 9월 초에 기습한 터널에서는 신와르의 DNA가 확인되기도 했으나 신와르를 잡는 데에는 번번이 실패했었다.
'신와르 영웅화'에…이스라엘 총력 차단
중동 현지에선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신와르의 마지막 모습이 반미·반이스라엘 세력의 투쟁 의지를 북돋는 촉매로 작용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땅굴에 숨거나 도망치다 죽은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군과 끝까지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는 이유로 신와르를 영웅시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아서다. 이에 이스라엘은 신와르가 피신하는 모습이 찍힌 땅굴 내부 영상이나 그의 부인이 고가의 명품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든 모습 등을 공개하며 여론 반전을 꾀하는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9일 신와르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 땅굴로 피신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3분 9초 분량의 영상에는 신와르와 그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여성 1명, 어린이 2명이 침구와 음식 등을 옮기는 모습이 담겼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신와르는 학살 불과 몇 시간 전에도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지키기에 바빴다"고 비판했다.
또 아비차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은 X에 피신 중인 신와르의 부인이 가방을 들고 있는 CCTV 영상 캡처본을 올린 뒤 "신와르의 부인이 3만2000달러(약 4400만 원) 상당의 에르메스 버킨백을 들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자 주민들은 텐트나 생필품을 살 돈조차 충분치 않은 상황인데, 신와르와 아내의 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드러난다"고 비꼬았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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