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수시 논술시험 문제, 1시간 전 유출 논란…"재시험 없다"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시험의 한 고사장에서 시험지가 일찍 배부돼 문제가 온라인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에 출제 오류 논란까지 일면서 수험생들 사이에선 재시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학교 측은 “재시험까지 갈 만한 사항은 아니다”고 밝혔다.
13일 연세대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 신촌캠퍼스에서 진행된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에서 한 감독관이 시험지를 예정보다 약 1시간 일찍 나눠주는 일이 발생했다. 시험은 오후 2시에 시작해 90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이 감독관은 오후 12시 55분쯤 시험지와 답안지를 교부했다. 당시 수험생들은 휴대전화를 꺼두라는 공지를 받은 상태였다고 한다.
몇몇 수험생이 “시험이 시작된 것이냐”, “자습을 해도 되느냐”고 문의하자 감독관은 “실수했다”고 사과한 뒤 시험지와 답안지를 회수했다. 시험지를 나눠준 지 약 25분 뒤인 오후 1시 20분쯤이었다.
이후 온라인에 논술시험 단답형 1번 문제가 유출됐다는 주장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나왔다. 실제로 시험 시작 전인 12일 오후 12시 52분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엔 “1문항 그림 슬쩍 보임. 정사각형 4개 등분되는 직사각형 그림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어 오후 1시 11분엔 “(문제지) 유출됐다는 거 정사각형에 직사각형 4개면 벡터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글도 게시됐다. 실제로 이날 수리논술 단답형 1번 문항엔 정사각형을 직사각형 8개로 등분한 그림이 등장했다.
시험지로 추정되는 문서의 사진이 온라인에 공유되기도 했다. 한 커뮤니티엔 자연계열 수학논술 단답형 1번부터 서술형 6-2번 문제와 풀이 흔적이 찍힌 사진이 올라왔다. 한 수험생은 “시험이 끝난 뒤 지인으로부터 ‘이제 사진이 곧 퍼질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공유 받았다”고 말했다.
같은 문제지에 표기 오류도 있었다. 연세대 입학처는 시험 종료 30분쯤 전에 “4-2번 문항에서 기호 ‘b’가 ‘a’로 잘못 표기됐다”고 공지한 뒤 전원에게 시험시간을 20분 더 주기로 했다. 수험생 김양수(18·가명)군은 “문제를 보자마자 이상하다고 생각해 이의를 제기했는데 약 1시간 동안 ‘문제없으니 계속 풀라’고 해놓곤 시험 종료 30분 전에야 실수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학교 측의 허술한 행태에 분통을 터뜨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재시험을 봐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 갑론을박도 벌어졌다. 한 수험생은 “온라인상에 문제가 유출되지 않았더라도 일부 학생이 20분 넘게 미리 문제를 볼 기회가 있었던 건 공정하지 않다”며 “모든 수험생에게 1번 문항을 정답 처리하느니 재시험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직접 문제가 유출된 정황도 없고 문제 오류에 따라 시험 시간도 연장해줬는데 다른 평범한 고사장에서 시험을 잘 본 수험생들에겐 재시험을 보는 게 억울한 처사”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13일 연세대는 문제가 발생한 고사장의 감독관 2명과 입학처 관계자 등을 불러 자세한 경위를 조사한 뒤 시험지 유출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 관계자는 “일부 고사장에서 문제지와 답안지가 먼저 배부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다만 처음에 시험지가 뒤집힌 상태로 배부됐고 시험지를 회수한 다음에 수험생들에게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문제가 직접 유출되진 않았을 것이다. 재시험은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에 올라온 시험지 사진에 대해선 “시험 도중에 유출된 것인지 이후에 찍힌 것인지 파악해보겠다”고 설명했다. 표기 오류에 대해서도 “논술시험 진행 미숙으로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준 점 사과하며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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