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차 번호판 달고 12시간 기다렸다"…또 경호실패 논란 [트럼프 또 암살 모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을 시도했던 용의자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는 암살 시도 12시간 전부터 현장에 머물며 트럼프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16일(현지시간) 확인한 라우스의 기소장에 따르면, 수사당국이 그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한 결과 라우스는 사건 현장 인근에 오전 1시 51분부터 오후 1시 31분까지 12시간 가까이 머물고 있었다. 오후 1시 31분은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라우스를 발견하고 사격을 가한 뒤 현장에서 도주를 시도했던 시간이다.
용의자 라우스는 요원들의 사격을 받자 트럼프를 기다리며 숨어 있던 덤불에서 나와 닛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달아났고, 오후 2시14분께 I-95 고속도로에서 체포됐다.
당시 그가 타고 달아났던 차량에 달려 있던 번호판은 도난 신고가 됐던 2012년형 포드 트럭의 번호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트럼프의 암살을 시도하려던 라우스를 미리 발견하면서 암살 시도를 막긴 했지만, 암살범이 12시간 동안 도난 차량의 번호판을 부착한 채 현장에 머물렀음에도 사전에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점에 대한 비판이 일 가능성이 있다.
라우스가 범행을 위해 준비했던 총기도 당초 미국 언론을 통해 알려진 AK-17이 아닌 또 다른 구 소련제 총기인 SKS 계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소장에는 “현장 조사에서 발견된 총기가 SKS 소총으로 식별됐고, 육안으로 총기의 일련번호를 식별할 수 없어 버지니아주 콴티코의 수사실로 총기를 보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본지가 미국의 총기 거래 사이트를 확인해 본 결과 총기 소지가 가능한 미국에서 SKS 소총은 중고 제품 기준 500~800달러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이날 과거 유죄 선고를 받은 중죄인이 소지할 수 없는 총기를 소지한 혐의 및 일련번호를 지운 총기를 소지한 혐의 등 2건의 혐의로 기소했다. 두 혐의 모두 최대 징역 15년형을 선고할 수 있는 중죄다. 라우스는 2002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대량살상무기 소지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고, 2010년엔 훔친 물건 보유와 관련한 다수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라우스는 이날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연방법원에 출석했다. 라우스는 판사가 소득에 대해 묻자 “주당 3000달러(약 400만원)을 번다”면서도 명확한 소득원은 밝히지 않았다. 저축한 돈이나 부동산은 없다고 했다.
검찰은 라우스가 도주할 위험이 있고 지역사회에 위험하다면서 다음 심리일까지 그를 구속할 것을 요청했고, 판사는 요청을 수락했다. 재판 전 심리와 보석심리는 오는 23일, 재판부가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또는 부인 의사를 확인하는 기소인부절차는 오는 30일 각각 진행된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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