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70만원 월세 아까워"…집안일하고 용돈 받는 '전업자녀' 택한 MZ들

최영 2026. 6. 1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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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족·니트족과는 달라…가사·돌봄 전담
청년 54% 부모와 동거…취업난·주거비 부담

극심한 취업난과 주거난,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부모와 함께 살며 집안일을 전담하는 이른바 '전업자녀'가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

전업자녀란 직장생활 등 경제활동 대신 부모와 동거하며 가사와 돌봄을 맡고, 그 대가로 용돈이나 생활비 등 경제적 지원을 받는 성인 자녀를 뜻한다. 2023년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률을 기록한 중국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로, 최근 국내에서도 관련 서적이 출간되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캥거루족'이나 일할 의지가 없는 '니트족'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아침·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와 빨래, 분리수거는 물론 부모의 병원 진료에도 동행하며 집안일과 돌봄 노동을 수행한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홈 프로텍터(Home Protector)'라는 별칭까지 생겼고,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전업자녀 채용 면접'을 소재로 다룰 정도로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집안일과 돌봄을 맡아 생활하는 전업자녀들의 일상이 SNS에 공유되고 있다. SBS 보도화면 캡처
취업난에 월세 부담까지…청년 54%, 부모와 동거

16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중 54.4%가 현재 부모와 동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9~24세가 78.1%로 가장 높았고, 25~29세 56.0%, 30~34세도 29.9%에 달했다.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취업난과 주거비 부담이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5000명이나 급감했다.

여기에 월세·전세·식비 등 독립 비용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취업이 안 돼도 버틸 수 있었던 1인 가구 생활마저 포기하고 본가로 돌아오는 청년이 늘고 있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서울에서 5년 넘게 월세 70만원을 내다 결국 본가행을 택한 20대,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도 수년간 취업 준비를 이어가다 전업자녀로 전환한 30대 등 다양한 사례가 올라와 있다.

"안타까운 현실" vs "미래가 걱정된다"…'전업자녀' 향한 엇갈린 시선

전업자녀가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바라보는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전업자녀라는 씁쓸한 단어에 청년들의 현실이 담겨 있다"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가족이 함께 사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라며 시대적 아픔에 공감하고 응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우려도 적지 않다. "부모라는 고용주가 아프거나 은퇴하면 끝나는 직업" "결국 자립 능력을 잃고 노후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모의 노후 연금이 끊기거나 건강이 악화될 경우 자녀 역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저서 '전업자녀'를 출간한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유튜브 채널 '김작가 TV'에 출연해 "전업자녀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시대 현상이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 같으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이들을 잘 활용할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영 인턴기자 zero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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