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고려아연 분쟁' 납득 어려운 '국민연금' 스탠스

임정수 2024. 10. 1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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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지분을 사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로 추정된다.

그해 2월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6.12%(115만5176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국민연금 출신의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가가 상당히 높고 공개매수 이후의 주가 및 상장폐지 불확실성까지 고려하면 '수익률' 이외에 다른 이유로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는 것이 국민 노후자금 운용을 책임지는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원칙'에 위배되는 운용 결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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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 참여 않는다는 입장
분쟁 이후 주가·상폐 등 불확실
확실한 수익실현 기회 놓칠수도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지분을 사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로 추정된다. 그해 2월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6.12%(115만5176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전 지분율은 0%다. 평균 취득 단가는 주당 7만9504원이다. 같은 해 4월에는 다시 지분율을 5%대로 줄였다고 공시했다. 이후 여러 차례의 장내 매수와 매도를 거쳤다.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현재 7.60%로 알려져 있다.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고가의 공개매수는 국민연금이 높은 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vs 고려아연은 공개매수가를 각각 83만원, 89만원으로 제시했다.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 평균 매입 단가를 30만~40만원으로 높게 잡아도 단순 수익률이 100%를 넘어선다. 장외주식 매매에 따른 차익에 붙는 22%의 세금을 고려하더라도 수익률이 상당하다.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참여할 다른 유인도 있다. 공개매수가 끝나면 고려아연이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개매수로 고려아연의 유통주식 수가 확 줄어들거나 상장 유지의 전제 조건인 ‘주식분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거래소(KRX) 관계자는 "내년 사업보고서 제출 시점에 유통주식 등의 상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1년간 개선되지 않으면 상장 폐지된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이 3조원대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면 유통주식이 다시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는 어렵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최씨 일가와 최 회장의 우군으로 거론되는 한화·현대차·LG화학 등의 대기업, MBK 연합은 분쟁 국면이 이어지면서 지분을 계속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소각 대상인 최대 20%의 자사주를 제외하면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유통주식은 얼마 남지 않는다. 개인 투자자들도 공개매수 참여나 시장 매도 등을 통해 대거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주식이 바닥나면 국민연금이 보유 지분을 장내에서 처분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약간의 매물에도 주가가 추락할 수 있어서다. 이런 위험들을 회피하려면 국민연금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두 가지다. 공개매수에 참여하거나 공개매수 전에 시장에서 보유 지분을 처분하는 일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앞서 "경영권 분쟁에 한쪽 편을 들어주는 것으로 비치는 공개매수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유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 노후자금의 수익률 극대화를 모든 다른 어떤 이유보다 최우선시해야 하는 국민연금이 '어느 쪽 편으로 보일까 봐' 확실한 수익실현 기회를 놓치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국민연금 출신의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가가 상당히 높고 공개매수 이후의 주가 및 상장폐지 불확실성까지 고려하면 ‘수익률’ 이외에 다른 이유로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는 것이 국민 노후자금 운용을 책임지는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원칙’에 위배되는 운용 결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운용 전략에 대한 결정과 실행은 운용 본부의 재량에 해당한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눈앞에 차려진 확실한 수익실현 기회를 놓치면 매월 월급의 일부를 맡기고 있는 가입자들은 납득될 만한 답변이 나올 때까지 이유를 되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적절한 답을 듣지 못하면 이번 결정에 수익률 이외의 다른 판단 기준 또는 어떤 압력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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