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경기 목 터져라 응원했다, 김상헌 응원단장·이수진 치어리더 "KS에서도 하나 되어 엘도라도를" [윤승재의 야:후일담]
윤승재 2024. 10. 21. 13:05
"(응원)단장님이 목 쉰 건 처음 봤어요."
삼성 라이온즈 응원단은 올해 쉴 틈이 없었다. 홈 73경기는 물론, 원정 71경기까지 144경기를 모두 출석하며 선수들을 응원했기 때문. 치어리더들은 로테이션을 꾸린 덕분에 휴식의 시간이 있었다지만, 김상헌 응원단장은 전 경기에 나서 목이 터져라 응원을 주도했다. 베테랑 이수진 치어리더도 김 단장의 목이 쉰 걸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 김상헌 응원단장은 "144경기 출전이 내 꿈이었는데 꿈이 이뤄졌다"며 개의치 않아했다.
올 시즌 삼성은 역대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뒀다. 홈 73경기에서 134만7022명의 관중을 입장시켰고, 매진 사례도 30차례나 됐다. LG 트윈스(139만7499명)에 이어 리그 두 번째로 높은 관중 수이자, 구단 창단 이래 가장 많은 관중이 홈 구장을 찾았다. 100만 관중 역시 올해 처음으로 기록했다.
흥행의 중심엔 팀의 호성적(정규시즌 2위)도 있었지만, 흥겨운 응원이 가득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의 분위기도 큰 몫을 차지했다. 김상헌 응원단장의 중독성 있는 '자작곡' 응원가와 이수진 치어리더가 이끄는 응원단의 열성적인 응원을 보러 찾는 관중들이 부쩍 많아졌다. 김상헌 응원단장과 이수진 치어리더는 이구동성으로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는 팬분들 덕분에 우리도 흥이 난다. 오히려 우리가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며 웃었다.
두 사람은 삼성의 왕조 시절(2011~2015년)부터 지금까지 사자 군단과 함께 했던 주역들이다. 2000년부터 마스코트 블레오 사순이 인형탈을 쓰고 응원단에서 활약했던 김상헌 응원단장은 2010년대 초반엔 마스코트 응원단장 '애니비(Any B)'로 활약하다 2013년 탈을 벗은 뒤 지금에 이르렀다. 이수진 치어리더는 그해(2013년) 합류해 삼성 응원단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김상헌 응원단장은 2018년 응원가 저작권 사태 후 직접 응원가를 만들어 다수의 명곡을 배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1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왕조는 2015년 한국시리즈(KS) 후 끊겼고, 암흑기가 계속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계속해서 삼성의 응원단상을 지켰다. 긴 기다림 끝에 올해에야 만원관중의 가을 무대를 밟았다. 2021년에도 정규시즌 2위로 가을야구를 했지만,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반쪽에 가까웠다. 관중들이 응원가를 부르지 못해 열기를 온전히 느낄 수 없었다. 한 경기 만에 끝난 것도 아쉬웠다.
2024년은 달랐다. LG 트윈스와의 PO 1~2차전 응원을 이끈 두 사람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상헌 응원단장은 "2021년과는 확실히 달랐다. 정규시즌에도 팬들의 응원이 가득했지만, 가을이라 더 뜨거운 것 같다. 이렇게 열정적인 응원은 시민운동장 시절에도 못 느꼈다고 생각할 정도로 대단하다"며 좋아했다. 이수진 치어리더 역시 "시민운동장 때도 응원은 대단했지만, 라팍은 그때보다 더 하나된 분위기로 소리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144경기 출석에 치열한 가을야구까지, 하지만 두 사람에게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김상헌 응원단장은 PO 준비기간 치러진 9일 자체 청백전에서 현장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홀로 응원단상에 오르기까지 했다. 김 응원단장은 "청팀, 백팀 모두 우리 팀이라 라인업송과 응원가를 쉬지 않고 불렀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선수들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라며 웃었다.
가을야구에서도 이들의 열정은 계속된다. 이수진 치어리더는 "선수들을 위해 열심히 응원하는 것도 있지만, 팬들의 열정 덕분에 책임감이 더 생긴다"며 "경기장 출퇴근할 때마다 보면 팬분들이 땡볕에도 기다리는 모습을 많이 본다. 관중석에서도 지치지 않고 응원하시는 모습 보면서 우리도 힘이 난다. 팬들도, 우리 응원단도 염원한 가을 무대에 왔는데 팬들과 함께 더 열심히 응원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말했다.
김상헌 응원단장은 "우리는 응원을 유도하는 사람들일 뿐, 정말 중요한 건 팬들의 응원이다. 팬들과 하나 되어 큰 힘을 만들었을 때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더 열정적으로 응원을 할 생각이다"라며 "오랜만에 KS에 왔는데 선수들이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아프지 말고 승자가 될 수 있을 때까지 팬들과 함께 열심히 응원하겠다"라며 KS 응원에 나서는 각오를 전했다.
대구=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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