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비 보낸다며 은행 찾은 남성, 경찰엔 우물쭈물…알고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보이스피싱 피해자인 줄 알았던 인물이 범행에 가담한 현금 수거 책으로 드러나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도 태백경찰서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40대 A씨를 지난 20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울산에 사는 B씨에게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서비스)이라고 속여 3차례에 걸쳐 모두 2570만원을 받아 베트남 계좌로 송금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A씨가 연관된 범행은 은행 직원 신고로 들통나게 됐다. 태백경찰서는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 11일 은행으로부터 “결혼자금이라며 해외송금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보이스피싱 피해 의심 신고를 받았다.

당시 피해자로 보였던 A씨는 현장을 찾은 경찰에게 “SNS 광고를 통해 알게 된 국제결혼 중매업체를 이용해 국제결혼을 하려면 2500만원을 먼저 입금해야 한다고 해서 차를 팔고 받은 2570만원을 베트남 계좌로 입금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중매업체 전화번호와 같은 관련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A씨가 사기 피해금을 세탁하는 등 범행에 가담한 피의자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뒤 출동 경찰관은 A씨의 계좌 출금 정지와 이용 중지를 은행에 요청했다. 또 B씨에게 차량을 팔았다는 내용을 파악한 뒤 형사팀에 관련 자료를 넘겼다.

수사에 나선 형사팀은 B씨가 대환대출을 빙자한 사기에 속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B씨가 현금 수거 책인 A씨 계좌에 3차례에 걸쳐 2570만원을 보냈다고 확인한 것이다. B씨는 형사들의 설득 끝에 “대환대출을 받기 위해 A씨에게서 차를 구매했다고 경찰관에게 거짓으로 진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 통장에 남아있는 피해금 2570만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B씨에게 돌려줄 예정이다. 태백경찰서는 A씨를 검거하고 피해를 예방하는 데 기여한 은행 직원에게 서장 명의 감사장과 신고 포상금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겐 표창장을 각각 수여하기로 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