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유니클로도 발칵…멈춰버린 '세계 의류공장' 무슨 일 [세계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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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의류 공장’으로 불리는 방글라데시의 정치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자라(ZARA)·H&M 등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생산 공장이 멈춘 데다 인도·파키스탄 대홍수로 면화 공급량마저 줄자, 전 세계적인 의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달 초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방글라데시의 정치적 불안이 세계 의류 산업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자라·유니클로·H&M 등 글로벌 의류 리테일러(소매상인)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글라데시는 중국‧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세번째 의류 수출국으로, 지난해 의류 수출액만 384억 달러(약 51조3561억원)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의 10%, 총 수출액의 80%를 의류업에 의존하고 있다. 의류 업계 종사자만 400만 명이 넘는다.
반정부 시위, 의류 노동자 임금인상 시위로
이번 위기는 셰이크 하시나 총리를 사임하게 만든 장기간의 반정부 시위로 촉발됐다. 수개월 간 이어진 대규모 시위에 지난달 하시나 총리가 사임하고 인도로 도피했지만,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특히 시위대의 대다수인 의류 공장 노동자들은 무함마드 유누스 과도정부 최고 고문(총리격)을 향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과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하시나 정권과 유착 관계를 맺어온 공장주를 비난하며, 공장에 불을 지르는 등 보복 공격을 계속해왔다.
이로 인해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외곽에 위치한 60개 공장이 노동자의 파업과 시위로 이달 초 문을 닫았고, H&M과 자라 등에 납품하는 공장 중 최소 4곳이 불에 탔다고 BBC는 전했다.
방글라데시 니트웨어 제조 및 수출 협회의 모하마드 하템 회장은 계속된 시위로 방글라데시의 의류 생산량이 50%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 시위대가 도로와 철도를 점령하면서, 일부 공장에선 완제품을 만들고도 운송할 수 없는 상태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문제는 의류 업계에게 6~9월은 중요한 시기란 점이다. 북미와 유럽의 9월 개학과 12월 휴가철 쇼핑 시즌에 필요한 물량을 미리 생산하는 시기다. 통상 의류 공장은 이 시기에 초과 근무를 하고 긴급 배송을 위해 항공편까지 동원해 제품을 실어나른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의 정치 불안으로 한달 이상 제품 생산과 배송이 지연됐고, 이는 옷값 상승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프랑스의 스포츠의류 업체 데카트론, 일본의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의 모회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아펙스풋웨어의 상무이사인 시드 나심 만주르는 “국제 브랜드와 방글라데시 사이에 실질적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공급업체 갈아타기에 들어간 상태다. 방글라데시 의류 제조업체 고문인 마문 라시드는 “스페인과 독일의 주요 브랜드로부터 ‘당분간 주문의 40%를 캄보디아나 인도네시아로 돌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만주르 상무이사 역시 다음 시즌에 주요 브랜드들이 방글라데시에 대한 주문을 30% 줄이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 홍수로 면화 공급에도 문제
외신은 방글라데시의 정치적 혼란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FT는 방글라데시의 의류 수출 업체들은 하시나 정권과 정경유착을 통해 성장했고, 이들의 무역 협회와 산업계 거물들 역시 하시나 정권의 충성파가 장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M과 자라에 납품하는 한 공장주는 “세관 허가와 통관을 확보하려면 전 정권에 엄청난 뇌물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면화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세계 2위 면화 생산국이자, 방글라데시의 최대 면화 공급처인 인도에 올해 홍수가 이어져 면화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실제로 인도 농무부는 2024~25년 인도 면화 생산량을 전년 대비 6.5% 감소한 533만t으로 추산했다. 지난달 방글라데시의 인도 면화 수입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3358억원)였는데, 이는 2022년 동월대비 10% 감소했다.
FT 등은 정치적 혼란과 면화 수급 문제가 맞물려 방글라데시발(發) 의류 공급망 위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방글라데시 위기로 인한 글로벌 의류 회사의 손실 규모를 수치로 추산하기엔 이르다”면서도 “이들의 옷값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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