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축구 새 사령탑 선임 ‘고난도 퍼즐’

송지훈 2024. 5. 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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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KFA)가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촉박한 일정’과 ‘빠듯한 재정’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탓에 최우선 영입 대상자와의 협상을 접어야 할 처지다.

축구협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13일 “KFA가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 1순위로 꼽은 뒤 꾸준히 접촉한 제시 마쉬(미국)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KFA는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지만, 양측이 제시한 조건의 차이가 워낙 커 좁히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축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KFA가 마쉬 감독에게 제시한 연봉은 세전 200만 달러(27억원) 안팎이지만, 마쉬 감독은 세후 기준 200만 달러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 연봉이라 40% 이상의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쉬 감독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KFA가 부담해야 할 액수는 매년 350만 달러(약 48억원) 수준으로 치솟는다. 충남 천안에 건설 중인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완공을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300억원을 대출받을 정도로 빠듯한 KFA의 재정 상태를 고려할 때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액수다. KFA는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과 코칭스태프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으로도 100억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플랜A’로 정한 마쉬 감독과의 협상 결렬에 대비해 KFA가 차선책을 준비한 건 사실이다. 세뇰 귀네슈 전 튀르키예 감독,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 브루노 라즈 전 울버햄프턴 감독 등을 영입 리스트에 함께 올려놓았다. 하지만 이른바 ‘플랜B’로 분류되는 지도자들의 경우 약점이 뚜렷하다. 귀네슈 감독은 72세의 나이가 걸림돌이다. 카사스 감독은 부족한 커리어와 당장 자리를 옮길 경우 발생할 위약금이 변수다. 라즈 감독은 선수 또는 지도자로 대표팀을 경험한 이력이 전혀 없다.

KFA는 당초 “늦어도 5월 중순까지는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고 공언했다. 다음 달에 열리는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잔여 경기에 앞서 새 감독을 뽑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실상 ‘올인’했던 마쉬 감독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돈과 시간, 양쪽으로 쫓기는 형국이 됐다. 이와 관련해 현직 K리그 감독 A는 “현재 거론되는 인물 중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 어울리는 지도자는 마쉬 감독뿐”이라면서 “나머지 지도자 중에서 데려와야 한다면 차라리 한국인 감독으로 눈길을 돌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6월 A매치를 한 번 더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른 뒤 9월 북중미월드컵 최종예선에 맞춰 감독 인선 일정을 늦추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분의 유럽리그가 이달 말로 끝나는 만큼, 다음 달이면 감독 후보가 될 만한 새로운 지도자가 대거 시장에 나올 것이란 이유다. 하지만 KFA는 이달 중 선임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계 관계자는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자신의 손으로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을 선임한 뒤 물러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무엇이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는 결정인지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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