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만, ‘한국’ 대신 ‘남한’ 표기 경고…외교당국은 여태 뭐했나

대만 정부가 한국 전자입국신고서의 ‘중국(대만)’ 표기에 강력히 항의하며 오는 31일까지 우리 정부의 정식 응답이 없을 경우, 대만 출입국 서류상 한국 표기를 ‘남한(KOREA(SOUTH))’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 외국인 거류증 명칭을 ‘남한’으로 바꾼 데 이어, 보복 범위를 입국신고서까지 넓히겠다는 최후통첩이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2월 법무부가 시스템을 정비하며 국가 선택 목록에 대만을 ‘CHINA(TAIWAN)’로 분류하면서 시작됐다. 과거 수기식 신고서에서는 문제가 없었으나, 미리 작성된 국가 목록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과정에서 대만을 중국의 하위 범주로 묶어버린 것이 대만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봐도 대만이 유독 한국에 홀대를 당한다고 느꼈을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및 많은 유럽 국가들 역시 대만과 정식 외교관계를 맺진 않지만, 입출국 시스템 등에서는 실용적 관점에서 ‘타이완’으로 단독 표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지나치게 경직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은 과거 한국 측 요청에 따라 ‘한성’을 ‘서울’로,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표기하는 등 협력 사례를 강조하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우리 외교 당국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 계속되는 대만 측 정정 요구에도 우리 정부는 이를 사실상 방치해 왔다. 대만이 끝내 거류증 표기를 바꾸고 압박 수위를 높이는 동안, 정부가 과연 실질적인 소통과 해결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 의문이다.
물론 한국 정부로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조하면 얼마든지 실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입국 시스템 표기를 매끄럽게 관리하지 못해 양국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고 국가 명칭이 격하될 위기까지 초래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대만이 제시한 시한 내에 시스템 표기를 실용적으로 조정하는 외교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외교는 자존심 싸움이 아니라 국익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자칫 우리 국민이 대만 여행길에 국적이 ‘대한민국’이 아닌 ‘남한’으로 기재되는 수모를 겪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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