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유럽 '전기차 수요' 회복 촉각
삼성SDI의 3분기 영업이익이 70% 넘게 급감했다. 주력인 유럽 시장에서의 전기차 수요가 뒷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럽 수요가 회복되는 내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실적 반등을 준비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올 3분기 매출 3조9356억원, 영업이익 1299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29.8%, 72.1% 감소했다. 영업이익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 103억원이 포함됐다.
삼성SDI는 3분기 실적 부진 배경에 대해 "유럽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 영향으로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에게 유럽 시장은 미래 성장의 핵심축으로 꼽힌다. 유럽은 아시아, 북미에 비해 초기 단계부터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고성능 배터리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 고가의 프리미엄 배터리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삼성SDI로서는 안정적인 이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이다. 올 상반기 기준 삼성SDI 전체 매출 중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2%에 달한다.
손미카엘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최근 1년간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둔화되며 이차전지 업계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올해 유럽 전기차 시장은 8월 누계 기준 전년 대비 2% 역성장했고 경기 침체와 주요국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타 지역 대비 수요가 부진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내년은 돼야 유럽 전기차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완성차업체(OEM)들은 내년부터 유럽 내 판매 차량들의 평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21년 대비 15% 감축해야 하는 규제 강화를 충족하기 위해 더 많은 전기차를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수의 시장조사기관들은 2025년 유럽 전기차 수요가 올해 대비 최소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 규제 강화와 함께 전기차 정책 지원을 다시 확대하는 분위기도 일고 있다. 독일의 경우 법인용 차량에 대해 전기차 구입시 세제 해택과 법인차세 할인 대상 확대를 추진 중이다. 법인차세 할인 대상이 되는 전기차의 상한 가격은 기존 7만유로(약 1억500만원)에서 9만5000유로(약 1억4300만원)까지 상향될 예정이다. 이는 삼성SDI가 공급하는 프리미엄 전기차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유럽연합(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높은 관세를 부과키로 한 것도 호재다. 유럽 현지 OEM들의 전기차 판매 비중 확대가 예상되며 이에 따른 삼성SDI 제품 수요 증가도 기대된다. 여기에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전기차 모델 출시와 충전 인프라 확대 영향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의 중장기 성장성은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손 부사장은 "현재 내년 경영 계획을 수립 중으로 당사 판매 전망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면서도 "유럽 내 주요 정책의 변화들이 유럽 전기차 수요를 견인하며 당사 배터리 판매도 올해보다 한층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각형 프리미엄 배터리를 중심으로 GM과 합작법인(JV) 계약 체결, 유럽과 아시아 주요 OEM향 신규 수주 확보, 전력용 삼성배터리박스(SBB) 1.5 출시 등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유럽 주요 고객의 신차 출시에 따라 고부가제품의 판매도 확대할 예정이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사장)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시장 수요 회복에 맞춰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SDI는 9월 전자재료 부문 내 편광필름 사업 매각을 결정했는데 이 부문의 실적이 반영되지 않는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편광필름 사업을 포함할 경우 매출은 4조2520억원, 영업이익은 1413억원으로 집계됐다.
최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