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일 "극진하게 이재명 대통령 예우한 일본, 회담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

고창남 2026. 1. 1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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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창일 전 주일대사 "일본 전향적 태도와 한국 외교적 주도성 필요"

[고창남 기자]

일본 나라(奈良)에서 한일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한일 관계 전문가이자 일본통으로 불리는 강창일 전 주일대사를 14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총평하는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강창일 전 주일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강창일 인터뷰에 응하는 강창일 전 주일대사
ⓒ 고창남
- 이번 나라(奈良) 한일정상회담을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이번 회담은 전반적으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무난한 회담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눈에 띄는 점은, 일본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에서 회담이 열렸다는 점과, 일본 측이 외교적 의전을 넘어설 정도로 지나치게 극진하게 한국 대통령을 예우했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이 이번 회담을 상당히 중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나라 정상회담, 과거 교류 위에서 미래를 말한 상징적 선택"

- 대통령이 '나라'라는 고대 교류의 상징적 공간을 강조했는데, 외교적 메시지 측면에서 장소 선택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나.

"일본의 나라는 일본의 고대국가가 완성된 시대(710-794년)의 수도이다. 중국 당나라의 율령체제를 받아들이고, 한반도 특히 백제의 유민들과 불교문화를 받아들여 고대문명을 꽃 피웠다. 대표적인 예가 동대사의 대불인데, 백제계 장인들이 조성에 깊이 관여했다. 그런 의미에서 양국의 우호증진을 위한 정상회담의 장소로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그런 장소에서 정상회담을 연 것은 과거의 교류를 바탕으로 미래 협력을 모색하자는 외교적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장소 선택은 이재명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 측의 의지가 반영된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 대통령이 "셔틀외교의 토대 위에서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했는데, 현재 한일 셔틀외교는 제도적으로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보나?

"단순히 '미래지향적 관계'만 강조했다면 외교적 수사에 그쳤을 수 있지만, 이번에는 '과거를 직시하면서'라는 표현이 함께 사용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서 명문화 된 '과거 직시 미래지향'이라는 것은 전범이 되어 있었는데, 다카이치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아베 정권 시절에는 이 표현에서 '과거를 직시하면서'를 빼려고 했다. 이것을 되살린 것은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이번 회담에서 이 원칙이 다시 강조된 것은, 셔틀외교가 단순한 왕래를 넘어 내용적으로도 의미 있는 단계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일 전략적 협력, 선택이 아니라 필수… 미래세대와 첨단기술이 관건"

- 한일관계가 과거처럼 특정 현안에 따라 급격히 흔들리지 않기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안전장치는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이다. 특히 가해국인 일본은 피해국인 한국의 역사적 상처를 충분히 배려해야 한다. 상처가 덧나도록 소금을 뿌리는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우리도 한일관계의 심화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하고 우리 국익에도 중요하다는 점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너무 감정적 대응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태도로 현안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성숙한 외교적 자세가 필요하다."

- 이번 회담에서 교역을 넘어 경제안보·과학기술·국제규범 협력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띄는데, 한일이 실제로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분야는 어디라고 보나?

"경제안보 분야에서는 이미 한국과 일본이 '전략적 파트너'로서 기능하여 왔다. 반도체, 공급망, 핵심 소재 분야가 대표적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확실하지 않다. 이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기보다는,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식과 규범에 따라 책임 있는 행동을 하자는 원칙적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 AI, 지식재산 보호 등 첨단 분야 협력이 언급됐다. 미·중 기술 경쟁 속에서 한일 협력은 어떤 외교적 균형을 가질 수 있을까?

"한국과 일본은 이미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 만약 한국과 일본이 힘을 모아 나가면 특정 분야에서는 미국이나 중국에 버금가는 역량을 발휘할 수가 있다. 이는 매우 긴요하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할 수 있으며, 특히 AI, 반도체, 지식재산 보호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 저출생·고령화, 지방소멸 같은 공통 사회문제 협력이 강조됐다. 외교의 의제로서 이런 사회 협력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과 일본은 저출생, 고령화, 지방소멸이라는 문제에 대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문제는 어느 한 나라만의 해법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같이 고민하면서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외교 의제로서 이러한 사회문제를 다루는 것은 매우 의미 있으며, 정책 실패와 성공 사례를 공유하면서 실질적인 해법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 대통령이 청년 교류 확대와 기술자격 상호인정 확대를 제안했는데, 한일 미래세대 관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보나?

"기술자격 상호인정 제안은, 한국이 이제 일본과 대등한 수준에서 기술 협력을 논의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을 뜻한다. 다만 이를 '게임체인저'라고까지 보기는 어렵고, 현실적으로는 상호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더 심화시키는 조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무엇보다 이는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확대·활성화 시켜나가야 한다."

- 연간 1200만 명 교류 시대라고 했는데, 양적 교류를 넘어 질적 신뢰로 전환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

"현재 한일 간 교류 규모를 보면 한국인은 일본을 많이 방문하지만, 일본인의 한국 방문은 상대적으로 적다. 인구 비율로 따지면 일본은 한국 방문이 약 6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질적 신뢰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일본인이 한국을 직접 보고, 견학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힘 쓰기를 요청하는 것이다."

"중일 갈등 직접 개입은 아니지만, 동북아 평화의 완충 역할은 가능"

- 한미일 협력과 함께 한중일 협력도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동북아 외교 노선은 어떤 균형점을 지향한다고 보나?

"한국과 일본의 처한 상황은 다르다. 일본은 중국을 적으로 돌려 미국만 추종해도 경제 안보 등의 문제에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과 인접하여 있고 북한 문제도 있어서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중국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돈독히 해 나가야 한다. 한중일 협력은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매우 필요하다. 간단하지는 않지만, 양국을 잘 설득하면서 같이 나가는 것이 최고이다. 한국은 이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도 할 수 있다."

- 이재명 대통령은 중일 갈등에 대한 중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중일갈등은 우리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사님이 말하는 "중재자 역할도 할 수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어떻게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제가 말씀드린 '중재자 역할'이란, 분쟁의 당사자로서 갈등을 조정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보다 큰 틀 속에서 건설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일 간 대화가 단절되지 않도록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이 지역 전체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국제사회와 양국에 지속적으로 환기시키고 요구할 수 있다.

이는 특정 사안에 깊이 개입하거나 결과를 좌우하려는 것이 아니라,동북아시아 평화라는 큰 틀 속에서 우리의 주장을 펴면서 우리의 외교적 위상을 높여간다는 의미다. 이리저리 수동적으로 주변 정세에 끌려가는 자세는 오히려 우리를 낮추어 버리는 것이다. 그것 보다는 동북아 평화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건설적인 메시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상황에 따라 완충적·중재자적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공조를 재확인했는데, 일본과의 대북 공조에서 한국이 특히 유의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가.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한일 간 공조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다만 그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북일 수교를 우리가 적극적으로 도와 주어야 한다. 이는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유해 DNA 감정 추진이 언급됐다.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하셨는데, 이에 대해 평가를 하신다면?

"이 사안은 이미 이시바 정권 시절에 합의된 내용으로, 이번 회담에서는 이를 재확인하고 실천에 옮기게 되었다는 점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할 만하다. 그러나 이것을 가지고 일본이 생색내려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시작이란 생각으로 성실히 임해야 한다."

- 향후 강제동원, 사도광산, 위안부 문제 등 보다 민감한 과거사 현안으로까지 진전이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진정한 우호 관계를 위해서는 강제동원, 사도광산, 위안부 문제로도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다만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흥미로운 점은, 오히려 보수·우익 성향의 정권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풀 생각이 있으면 반한적 인사들이 오해하지 않고 이해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좀 더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대목이다."

- 한일관계 개선이 외교 성과로 반복 강조되지만, 국민주권시대에 한일관계 개선 과정에서 국회, 피해자,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동의 절차가 충분했는지를 묻는 목소리가 크다. 외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이미 이재명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 검증을 받았다. 정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피해자, 시민사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보고하는 자세는 반드시 필요하다. 외교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의 정당성도 중요하다고 본다."

- 이번 회담을 기점으로 '새로운 60년'의 한일관계가 실제로 열릴 수 있을지, 전 주일대사로서 기대와 함께 가장 우려되는 변수는 무엇인지 말씀해 달라.

"일본도 이제 역사를 직시하면서 전향적으로 '과거사'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소통하면서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사안별로 투 트랙, 혹은 멀티 트랙 방식으로 현안에 잘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안이라고 해도 조금만 서로가 마음을 연다면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다.

정부도 외교관들의 말만 듣지 말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한·일 신신(新新)선언'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땜질 하는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로가 마음을 조금만 열고 역지사지적 차원에서 서로가 지혜롭게 한다면 풀려 나갈 것이다. 좀 더 두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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