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보유 인정 받고 싶은 북한, 미 대선 끝나고 '담판' 지을 듯"
[이영광 기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비서실장 지낸 임종석 전 의원이 지난 9월 19일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두 국가론을 언급했다. 그러자 진보 측은 물론 보수 측까지 비판했다. 임 전 의원이 말한 두 국가론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4일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리 대한민국의 국군의 날인 10월 1일 다음날인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시면서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료해하시였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2024.10.4 |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북한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통일 포기 선언이라고 얘기하는데 연말 연초 김정은 위원장이 두 가지 핵심적인 얘기를 했죠. 대남 노선을 전환하는데 그 노선의 핵심이 민족 통일이라는 걸 완전히 지워버리는 거예요. 대한민국이라고 공식적으로 호칭 쓰면서 두 국가론으로 가겠다고 했죠.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게 그냥 두 국가론이 아니라 교전국 두 국가론이에요. 여기서 계속 논란이 되는 거죠. 만약에 북한이 평화와 공존을 기반으로 하는 두 국가론으로 얘기를 했다면 그건 의미가 매우 큰데 전혀 그런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은 제1의 주적이라고 얘기하면서 두 국가론을 얘기했다는 게 첫 번째 중요한 거고요.
두 번째는 김정은 위원장이 민족 통일을 대체하는 거로 얘기한 건 영토 안정입니다. 영토 안정이라는 건 오래전부터 북한이 자신들의 군사력 사용해서 한국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걸 얘기해요. 그들이 말하는 건군절에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 통해서 공개적으로 '유사시 그것들의 영토를 점령 평정하는 것을 국시로 결정한다'라고 얘기합니다. 즉 대한민국의 영토를 무력 점령 평정하는 것이 국가의 최고 목표라고 얘기를 한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두 국가론이라는 것을 얘기하는 건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요.
한국에서 두 국가론을 왜 얘기하는지 알아요. 예전부터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이 두 국가론을 얘기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논리는 이런 거죠. 남한과 북한이 각각 통일이라는 걸 앞세워서 나가다 보니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경쟁이 되고 오히려 갈등이 된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한과 북한이 각각의 실체를 인정하고 그 기반 위에서 공존하고 그다음에 평화를 모색하고 통일로 가자는 얘기거든요.
저는 그게 원칙적으로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러려면 공히 한국과 북한이 각각을 하나의 공존 대상으로 인정해야죠.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이 너무 명확하게 한국은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무력 점령 대상이라고 얘기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두 국가론을 얘기한다는 건 김정은 위원장의 무력 점령을 동의해 주는 꼴밖에 안 되는 거죠. 거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 윤석열 대통령도 비슷한 말을 하지 않았나요? 예를 들어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서 윤 대통령은 "적의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적이 넘볼 수 없도록 우리의 힘을 키우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길임은 인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면서 "튼튼한 안보와 강한 군대는 군이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8·15 평화 통일 독트린이라는 얘기가 나왔고, 거기에 무력을 사용해서 북한 점령하겠다는 얘기는 전혀 없어요. 북한이 거듭 위협하니 우리의 안보를 지키겠다는 얘기죠. 북한이 그렇게 공격하겠다고 얘기하는데 우리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요."
-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선제 타격론을 얘기하지 않았나요?
"선제 타격도 다른 개념입니다. 그리고 명확하게 선제 타격 하겠다는 발언이 윤 대통령 입에서 나온 적이 없어요. 우리 국방부 장관도 명백하게 선제 타격을 하겠다는 표현을 한 적이 없습니다."
- 윤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부터 자유 민주주의를 북한에 확산하겠다고 했어요. 이것은 남북 기본합의서 위반 아니냐는 주장도 있는데.
"북한도 노동당 규약에 명백하게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한반도와 부속 도서를 영토로 한다는 얘기가 있고, 우리 법 3조에도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 도서로 한다고 돼 있고,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한다고 돼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자유민주적인 얘기를 해야 되는 거지 않습니까?"
- 그러면 흡수 통일밖에 방법이 없나요?
"흡수 통일이라는 걸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저는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사람들이 서독과 동독의 통일을 흡수통일이라고 얘기합니까? 그렇게 얘기 안 하잖아요. 통일된 독일의 모습을 보면 정치 체제도 자유민주주의 체제고 경제 체제도 시장 경제 체제예요. 거기에 동독이 했던 사회주의 체제나 가치가 하나도 없어요. 근데 사람들이 흡수통일이라고 얘기를 안 하잖아요.
왜 안 하느냐면 그 과정에서 동독 주민에게 전체적인 국민 의견 물어보는 국민투표 했어요. 이런 방안의 통일에 동독 주민들이 동의해서 된 거 아닙니까? 만약 한반도 통일도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똑같은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의 정치 체제와 시장 경제에 동의해서 통일하겠느냐고 묻고 그쪽에서 동의하면 그건 통일이 되는 거예요. 근데 그걸 일부에서는 흡수통일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는 거죠."
- 대한민국 주적은 북한 아닌가요?
"우리가 북한을 주적이라고 해서 통일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한국이 얘기하는 주적의 개념을 잘 아셔야 될 것 같은데, 우리가 말하는 주적은 북한 주민이나 북한 전반을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북한의 지도부와 거기 동조 세력을 얘기하는 거죠.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아예 한국 전체를 북한과 다른 민족으로 놓고 주적으로 얘기하는 거거든요. 굉장히 다르죠."
- 그럼, 김정은 위원장은 왜 교전국 두 국가로 가겠다고 할까요?
"저는 자기방어적 패배 선언이라고 봅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한국과의 경쟁해서 자신들이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거죠. 2020년부터 북한이 3대 법을 통과시키잖아요. 한국 문화의 북한 전파를 더 이상 막지 못한다는 얘기거든요. 그만큼 북한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한 도전이 되는 거죠. 무엇보다도 북한의 주민들에 대한 사상 통제를 못 한다면 이건 북한 입장에서 굉장히 심각한 거죠. 저는 이게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 이 상황에서 통일이 가능한가요?
"이전 상황에서도 통일이 가능했나요? 통일이라는 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 어떻게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고 한 겁니다. 너무 변수가 많아요. 때문에 통일이 된다거나 안 된다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1990년 탈냉전 될 때 그 누구도 소련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권력 내려놓고 소련 제국을 해체할지 아무도 몰랐다는 거잖아요.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떻게 통일의 과정이 시작될 것인가이죠. 근데 그 부분은 아무도 몰라요. 우리가 인위적으로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겠다? 그런 것들도 안 한 지 오래됐습니다. 인위적으로 붕괴시키게 한다 하더라도 그게 쉽게 붕괴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 상황이라서 통일 자체에 대한 가능성은 여러 가지 범위를 벗어난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 그럼,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얘기하는 게 정말 통일할 생각이 없는 걸까요, 아니면 협상용 카드일까요?
"협상용 카드는 아니고요. 노선을 전환한 거기 때문에 북한이 다시 이 노선을 바꿀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리고 통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데, 북한은 사실 통일을 하는데 무력으로 하겠다고 얘기하는 거죠. 물론 그렇다고 한국과 완전히 관계를 단절하고 대화를 안 하겠다는 건 아닐 겁니다. 늘 북한의 대남 정책을 보면 자신들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대화를 다시 했어요. 그게 북한의 실리 외교적인 측면이고 북한은 또 나름대로 다른 명분을 갖고 대화 하겠죠. 다만 이전과 같이 민족 통일에 대한 개념보다는 하나의 국가로 놓고 대화 하겠다는 거예요. 쉽게 말해서 이전에는 통일전선부가 대남 관계를 총괄했다면 이제는 외무성에서 총괄하는 형태로 대화가 될 가능성도 있는 거죠. 북한이 필요를 느낀다면요."
- 보수 측에서는 계속 북한 붕괴론을 얘기하는데 북한 붕괴 가능성 있나요?
"제가 최근에 관련돼서 연구도 하나 했어요. 그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걸 우리가 예상할 수 없어요. 근데 지금 북한이 여러 면에서 어려운 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바로 북한 붕괴로 연결되느냐면 굉장히 다른 문제죠. 그래서 저는 북한 붕괴론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북한 내부의 엘리트층 일부 이탈이 보이고 북한의 경제가 어렵고 더군다나 이 통일이라는 게 북한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큰 충격이거든요.
김일성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건국하면서 그들에게는 두 가지 역사적인 사명이 있다고 얘기했는데 첫 번째가 사회주의 건설이고 두 번째가 조국 통일이에요. 모든 걸 통일로 치환해서 얘기하는 게 북한입니다. 심지어 1990년대 중후반에 고난의 행군으로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잖아요. 그때도 뭐라고 얘기했냐면 '이게 분단 때문이다. 통일되면 이런 문제가 없다'라고 했어요. 근데 거기서 통일을 빼버린다는 것은 북한 사람들에게 일종의 멘붕이죠"
- 북한이 만약에 붕괴하면 우리에게도 안 좋은 거 아닌가요?
"단순화해서 얘기가 어려워요. 붕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부터 문제죠. 굉장히 다양하거든요. 북한이 붕괴한다고 해서 너무나도 많은 변수가 있어요. 어떤 형식의 붕괴를 얘기하느냐에 따라서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굉장히 달라지죠."
▲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 박원곤 제공 |
"저는 (미국) 대선 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전에 비해 북한에 결코 불리하지 않은 상황들이 미국 내에서 보이거든요. 이번에 민주당과 공화당 정강 정책에 보면 다 북한의 비핵화 혹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가 빠졌습니다. 미국에서 얘기하는 게 '북한의 핵을 인정하겠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지만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지금 할 것은 북한의 핵을 억제하는 거다'라는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가장 원하는 건 사실상 비핵화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거죠. 근데 만약 7차 핵실험을 하면 오히려 미국 내에서 북한 핵 위협론이 훨씬 커지고, 북한을 경계해야 하고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선 국면에서 더 커질 수 있어요. 북한이 구태여 미국을 자극할 이유 없는 거죠.
현재는 북한이 일종의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한국에 대해서는 공세를 매우 강화합니다. 군사 활동을 계속 보여주면서 딱 한국을 특정해서 때리겠다고 모든 의지와 일선 부대까지 다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근데 거기에 비해 미국에는 직접적인 위협을 덜 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화성-18형 고체연료 대륙 간 탄도미사일의 시험 발사 작년 12월에 하고 올해 한 번도 안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그냥 우라늄 농축 시설만 보여줬죠. 핵물질을 더 생산해서 핵무기가 더 많아질 거다라는 얘기를 하는 거지 직접적으로 미 본토를 때리겠다고 하는 게 없어요."
- 왜 그럴까요?
"저는 미국 대선 이후, 내년 하반기쯤 될 거라고 보는데, 미국과 담판을 하겠다는 거죠. 사실상 핵 보유를 인정받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직접 압박하는 걸 제한하고 대신 자신들의 핵 능력을 한국을 향해서 보여주고 있어요."
-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는 게 우리에게 좋나요?
"당연히 해리스죠. 트럼프라는 인물이 되는 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질서에 매우 부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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