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기간 최선 다하라” 4시간 김밥 국무회의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첫 국무회의 도중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이주호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부총리(가운데)를 비롯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등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국무위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사진 대통령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6/joongang/20250606011154843shhu.jpg)
길어야 두 시간으로 예정했던 어색한 만남이 김밥 한 줄을 곁들인 3시간40분간의 열띤 회의로 바뀌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취임 후 첫 국무회의는 예상과는 다르게 전개됐다. 이날 회의엔 이주호 국무총리 직무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장차관이 다수 참석했다.
다소 냉랭한 분위기를 감안한 듯 회의 개시 직후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좀 어색하죠? 우리 좀 웃으면서 합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는 다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하는 대리인이니, 공직에 있는 기간만큼은 각자 최선을 다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또 “(공직자) 여러분이 가진 권한·책임을 한순간도 소홀히할 수 없지 않으냐”며 “각 부처 단위로 가장 잘 아실 테니 그 범위 내에서 여러분의 의견도 듣고, 저도 드릴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현안 보고가 이뤄졌다. 각 부처 장차관이 5분간 현안을 보고하면, 이 대통령이 질문하며 문답을 주고받는 방식이었다.
이재명식 ‘실용 국무회의’…장차관과 문답 계속 주고받아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국무위원들과 가진 회의에서 “우리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업무를 하는 대리인들”이라며 “어색하지만 공직에 있는 기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6/joongang/20250606011156156nwhu.jpg)
이전의 국무회의는 짜인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이 원고에 적힌 대로 모두발언을 하고 장관들이 준비한 보고를 마치면 필요한 의결 사항만 안건별로 의결한 뒤 끝내는 식이었다. 대통령이 시나리오에 없던 발언을 하더라도, 대부분 일방 지시일 뿐 문답이 길게 오가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대통령과 장차관 간 질의응답이 수차례 반복됐다고 한다. 장관 대신 회의에 참석한 한 차관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계속 문답만 오갔다”며 “굉장히 자세하게 물어봤다”고 했다. 다른 배석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 본인이 말을 길게 하고 어쩌다 한두 사람을 특정해 ‘얘기해 보라’고 하는 식이었다면, 이 대통령은 본인이 궁금한 게 많아서인지 남의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으려 했다”고 말았다. 이 대통령의 공약과 관련한 대화도 오갔다. 이 대통령은 해양수산부에는 부산 이전의 빠른 준비를 지시했고, 고용노동부에는 근로감독관 증원의 필요성을 얘기하며 현황 파악과 가능한 방법 제시를 지시했다.
회의 뒤 참석자들 사이에선 “선거 유세를 하면서 문제라고 지적된 사항이나 평소 궁금했던 것을 많이 물었다” “오랜 정치 경험 때문인지 내용을 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질적인 국무회의였다” “대통령이 알아듣는 속도가 빠르다. 감이 좋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당초 대통령실 참모들은 이날 회의가 2시간 안에 끝날 것으로 예정했다. 그러나 질의응답이 길어지면서 회의는 3시간40분 동안 이어졌다. 이 대통령을 포함한 참석자들은 회의 도중 김밥을 주문해 한 줄씩 먹으면서 점심을 대신했다. 회의 과정에서 특정 부처 장관을 질책하거나 언성을 높이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이날 이 대통령은 ‘지하 벙커’라 불리는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첫 안전치안점검회의도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대신 일하는 것인데 국민들의 생명을 지켜내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며 “예측되는 사고 또는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앞으로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집무실을 청와대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윤 전 대통령이 쓰던 한남동 관저에서 출퇴근하기로 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제3의 공간을 사용하게 될 경우 해당 기관에 미치는 영향과 이사에 따른 세금 낭비를 감안한 결정”이라고 했다.
오현석·김규태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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