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스페셜리스트] 서용태 삼일PwC 파트너…순환경제 딜 섭렵
이달 12일 오전10시 <블로터>는 서울 용산에 위치한 삼일PwC에서 서용태 파트너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딜 본부에서 매수, 매각 자문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순환경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순환경제란 경제적 수명이 종료된 제품 혹은 부품·소재를 재제조·재사용하는 산업 영역을 포괄한다. 꾸준한 현금 창출력을 보이고 있는 데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실제로 올해 들어 국내 시장에서는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조 단위 규모의 폐기물 처리 업체를 사들이는 등 연이어 빅딜(큰 거래)이 성사됐다. 이날 인터뷰 역시 다수의 투자자가 순환경제 산업 영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진행됐다.
서 파트너는 이날 “폐기물 등의 순환경제 산업은 경제 성장에 따라 산업 활동이 늘어나며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며 “특히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로 폐기물의 양이 늘어나 업사이드(상승) 여력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서 파트너와의 일문일답.
-순환경제 산업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순환경제 산업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재화들이 해당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과거에는 물건을 생산한 뒤 경제적 내용연수가 완료되면 소각이나 매립의 형태로 폐기물을 처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한 형태의 최종 처리가 아닌, (1)소각을 통해 열 생산을 하고 이를 에너지시설에 재활용하거나, (2)폐플라스틱이나 합성수지를 재활용해 열 분해화해서 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즉, 폐기물을 연료화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 폐기물을 재활용 및 재사용하는 구조가 순환경제의 가장 큰 영역이다.
에너지 기업뿐 아니라 폐기물 종합 재활용 기업들이 순환경제 산업에 포괄된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최근에 진행되었던 딜 가운데 KJ환경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부문, 에코비트의 수처리·매립·소각, 폐기물종합재활용 기업인 KC환경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폐기물소각회사 코엔텍과 하수·폐수처리시설·소각장·매립장을 보유한 환경 서비스 기업이자 SK에코플랜트 자회사인 리뉴어스(옛 EMC)도 해당된다. 최근에는 화학·정유 대기업이 폐플라스틱 플레이크, 펠렛을 이용해 플라스틱 재활용 연료로 활용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영역도 순환경제 산업에 해당된다.
-순환경제 분야 자문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
△폐기물 시장은 크게 (1)폐기물의 발생, (2)발생된 폐기물의 수집·운반, (3)중간·최종 처리 단계로 구분되고 있다. 이 중 폐기물 처리는 전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및 지속가능성 플랫폼(Sustainability Platform)을 위해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글로벌 톱티어 하우스들은 ESG를 단순 규제가 아닌 재무적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가치로 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순환경제 산업도 ESG 가치를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어 관심을 갖게 됐다.
국내의 경우에도 하수 처리장 등의 환경 산업은 민간투자시설사업인 만큼 지역 중심의 PPP(민관) 사업 형태였다. 2010년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비제도권 산업으로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아닌 지역 기반의 개인들에 의해 폐기물 처리가 군소 형태로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2010년도 중반 전국적으로 폐기물 해양 투기 금지, 생활 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추진되며 자원순환기본법이 공표됐다. 기존에 비제도권 산업이었던 폐기물 시장에 대한 외국계 PE 중심의 투자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됐다.
-현재 순환경제 딜의 추세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가.
△2019년까지는 맥쿼리, 어펄마캐피탈, 앵커에쿼티파트너스, JP모건 등 다수의 PE가 폐기물 산업에 진입하면서 볼트온(동종업종 인수) 전략 차원의 M&A가 활발했다. 이후 볼트온에 따라 규모가 대형화된 업체들이 탄생하고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이 도래함에 따라 국내 대형 전략적투자자(SI) 위주로 M&A가 진행됐다. SK에코플랜트의 리뉴어스 인수, IS동서-E&F PE의 코엔텍 인수, 태영그룹-KKR의 에코비트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그간 SI와 해외 재무적투자자(FI) 중심의 활발한 투자가 이뤄졌으나 지난해까지는 금리 인상 여파와 폐기물 처리 단가 하락으로 거래가 주춤한 편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증가함에 따라 거래가 반등했다.
앞으로도 해외 PEF의 활발한 참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새롭게 순환경제 산업에 진입한 FI의 볼트온 성격의 M&A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순환경제 산업에서도 소각·재활용·매립등의 폐기물처리, 수처리산업 등 세부 업종이 구분돼 있고 기업마다의 점유율이 각기 다르므로 추가 대형 업체의 탄생 가능성도 높다. 기존 PE의 엑시트로 추가적인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운용사 간 세컨더리 딜(PEF가 보유하고 있던 회사를 다른 PEF가 인수하는 방식)의 대형화 기회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섹터의 산업과 M&A 유망한가.
△향후에는 폐플라스틱의 물리적 재활용 영역에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도 EQT파트너스가 인수했던 KJ환경도 이 영역에 해당하며, 현재 다른 PE와 SI에서도 폐플라스틱 재활용 및 탄소배출권·수소를 연계하는 사업을 검토, 계획하고 있다.
-순환경제 분야의 기업은 가치를 책정할 때 무엇을 주안점으로 두는가.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고 있다. 가장 먼저 회사의 규모, 시장 점유율(Market share)이 중요하다. 아무리 알짜 기업이어도 회사 규모 자체가 작으면 대형 기업보다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과소 평가받는 부분이 있다.
폐기물 처리 단가에서 어느 정도의 협상력을 가졌는지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 폐기물 시장에서 처리 단가는 법에 규정되어 있는 부분이 아니라 협상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이 협상에서 우위를 가졌는지가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폐기물 조달 가능 여부가 가장 중요시되고 있다. 폐기물을 수집할 수 있는 채널 및 네트워크가 확보돼 있는 업체들이 기업가치 책정을 높게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폐기물이 다수 배출되는 배출지역에 소재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폐플라스틱의 경우 수도권 쪽에서 많이 배출되고 있다. 폐플라스틱 자체의 무게가 있고 하다 보니 업체는 가급적 수도권 인근이나 충청도에 위치한 편이 좋다.
-순환경제 분야의 거래가 이뤄지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폐기물 산업의 투자 트렌드를 이해해야 한다. 단순히 소각, 매립 분야라고 해서 거래가 모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업사이드 여력이 있는지 공급망(Value-chain)을 만들 수 있을지가 중요해졌다.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는지도 매우 중요시되는 추세다.
-순환경제 분야 투자를 검토하는 잠재적 매수자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폐기물은 법·규제를 통해 성장해 온 산업이다. 그러나 최근 법·규제 관련 개정이 이뤄지는 추세다. 정부가 지향하는 폐기물의 법 개정의 취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도가 강화되면 추가적인 설비투자(CAPEX)가 필요할 수 있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1세대에서 오너2세 등으로의 승계가 어려운 영역이다. 향후 투자 기회가 지속적으로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매물화될 수 있는 기업에 선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장 보람있었던 딜은 무엇인가.
△모건스탠리PE의 전주원파워 매각 딜이 가장 보람찼다. 전주원파워는 바이오 고형연료(Bio-SRF)로 전력을 생상하는 신재생발전소 회사로, 기존에는 제지업을 영위하는 전주페이퍼와 같이 운영되는 회사였다. 제지업과 에너지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이종 산업인 데다 2022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투자시장이 경색되며 딜클로징(거래종결)까지 쉽지 않았다.
매각초기 단계부터, 업종별로 회사를 분할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삼일PwC는 에너지 사업을 담당하는 전주원파워의 매각 자문부문에 전문성을 토대로 자문 담당하게 됐다. 전주페이퍼의 주요 사업 부문으로 자리 잡은 전주원파워를 내세워 결과적으로 딜을 성공적으로 종결시켜 의미가 깊었다.
올해 M&A 시장 최대어였던 에코비트 딜도 뜻깊었다. 해외 PE와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투자자가 딜과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배웠다. 이 해외 PE의 경우에는 EMC홀딩스(현 SK에코플랜트) 인수 시에도 같이 업무를 했던 하우스다. 당시 이 하우스는 국내 폐기물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던 편이었다. 그러나 이번 업무를 함께 진행하며 국내 투자자들이 보지 않는 시너지를 깊게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을 지켜보며 개인적으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삼일PwC의 순환경제 딜 자문이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삼일PwC 내에 인프라에너지센터, 에너지·인프라·폐기물 TFT 등 별도의 전담 조직이 있다. 인프라에너지센터의 경우 1990년대 후반부터 관련 딜을 진행했던 파트너로 구성돼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 인적 네트워크 등을 기반으로 자문하고 있다.
에너지·인프라·폐기물 TFT는 고객사의 수요에 맞춰 세미나와 방문 설명 등의 서비스를 PwC컨설팅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관련 산업 인수를 검토하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인수후통합작업(PMI)까지 염두에 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딜 본부 내부는 M&A그룹, PE그룹, MM(Middle Market) 그룹으로 구분돼 촘촘하게 딜을 만들고, 연계시키고 있다. 국내 최대의 회계법인으로서 풍부한 네트워크를 갖춘 만큼 이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거래가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남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