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대책, 정부와 발맞춰 가면서 사각지대는 메꿀 것”[쿠키인터뷰]
“자녀 수에 따른 차등 지원 세분화”
“아이 키우기 좋은 서울 만들 것“
“서울의 특수성이라고 한다면, 주택 문제가 꼽혀요. 아이를 낳으면 어쩔 수 없이 큰 집을 가기 위해 서울 근교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 저출생 대책에서 ‘주거’가 빠질 수 없는 이유입니다.”
더 넓은 집을 찾아 ‘탈서울’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저출생과 인구 유출로 서울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합계출산율은 0.55명. 어느새 서울은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힘든 도시가 됐다. 서울시는 저출생 늪에서 탈출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자로 저출생 문제를 전담할 조직을 출범했다. 이곳에선 서울에 접수된 여러 저출생 관련 정책을 총괄한다. 새로운 저출생 정책을 논의하고 개발하는 역할도 한다.
쿠키뉴스는 최근 이성은 서울시 저출생 담당관을 만났다. 이 담당관은 “전세 대출이나 주택 자금 등을 보면 소득 기준이 있다. 자녀 수에 따른 차등별 지원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소득이 높은 사람도 아이 키우는 데 허덕인다. 대출 이자나 취득세 감면 등에 있어서 기준을 좀 더 세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대다수가 소득 기준을 초과해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체감도 높은 정책을 위해 정부의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생애 주기별 제도를 설계하고자 한다. 앞서 지난 5월 시는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저출생 대응 신혼부부 주택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도 기본 10년은 장기 전세로 주거를 보장하고, 아이를 낳으면 최장 20년간 거주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담당관은 “자녀 2명을 출산하면 20년 후 살던 집을 시세보다 10%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3명을 낳으면 시세보다 20%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생의 배경에는 주택 문제와 더불어 돌봄 공백, 일가정 양립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아이 돌봄 수요도 커지고 있다. 이 담당관은 “퍼블릭 케어, 즉 국가가 아이를 돌보는 역할로 가야 한다”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을 선도적으로 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담당관은 대표적인 사업으로 ‘서울형 키즈카페’와 ‘시간제 전문 어린이집’을 꼽았다.
서울형 키즈카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탄생 응원 서울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세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 담당관은 “주말에 아이들과 키즈카페를 가면 10만원 이상이 지출된다”며 “금액적인 부담이 컸다. 민간에 맡길 것이 아닌 공적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아이와 부모를 위한 양육 친화 환경 조성 차원의 사업이다. 부모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아이가 줄어드니 어린이집이 사라지고, 어린이집이 사라지니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폐원 위기 어린이집의 남는 공간과 인력을 활용해 일시 보육도 제공하고 있다. 이 담당관은 “어린이집이 하루 1.3개씩 없어지고 있다”며 “폐원 위기 어린이집을 시민 수요에 맞는 시설로 바꿔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해당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아도 누구나 필요할 때 시간제로 아이를 맡길 수 있다. 현재 총 9곳이다. 시는 내년까지 시간제 전문 어린이집을 25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갑자기 생긴 돌봄 공백을 메우려 일자리를 떠나는 부모도 상당수다. 서울시는 일 가정 양립 조성을 위해선 기업이 변해야 한다고 봤다. 이같은 환경 조성을 위해 서울시가 내놓은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는 중소기업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중소기업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출산축하금, 자율 시차출퇴근제 같은 출산·양육친화제도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기업이 제도를 하나씩 실행할수록 포인트를 쌓고, 누적된 포인트에 따라 육아휴직자 대체인력 지원, 서울시 일반용역 적격심사 가산점 부여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여성가족부는 가족친화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출산 및 양육 지원, 유연근무제도, 부양가족 지원 제도 등 가족친화 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에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정부와 발맞춰 가면서 정부 사업의 공백을 메우고자 한다.
이 담당관은 “정부의 가족친화 인증제가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인증 과정에서 투입되는 시간과 장벽이 높다는 이유로 참여율이 낮다”며 “서울시는 인증제가 아닌 포인트제로 접근해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서울시는 저출생 정책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방침이다. 이 담당관은 “자녀를 키우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지 않냐”며 “선도적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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