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서 1000㎞ 떨어진 밴프 관광…해경청장 수상한 해외출장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공무상 해외출장 도중 일부 행사에 불참한 채 직원들을 대동해 행사 장소에서 1000㎞ 떨어진 유명 국립공원을 관광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다.
2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해양경찰청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은 김 청장이 지난해 9월 18일부터 5일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제23차 북태평양해양치안기관장회의(NPCGF)’ 출장 도중 직원 2명과 1박2일로 캘거리주 밴프 국립공원을 다녀왔다고 밝혔다. 밴프는 회의장소인 밴쿠버에서 1000㎞나 떨어져있고 김 청장은 밴프 등을 관광하느라 총회와 폐막식 행사엔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청장은 밴프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밴프 국립공원에서 1박을 한 뒤 밴쿠버로 돌아온 김 청장은 이번엔 직원들과 여객선을 타고 밴쿠버 인근 빅토리아섬을 방문했다. 출장 계획서엔 김 청장이 밴프 국립공원으로 떠난 3월 20일 13시 30분은 ‘행정 시간’으로 명시됐다. 실제로 당시 김 청장을 제외한 전문가 그룹은 공식 행사 일정인 실무그룹 회의를 진행했다. 김 청장이 빅토리아 섬을 방문한 이튿날 오전 9시부터는 NPCGF의 총회와 전문가 그룹 발표, 마무리 총평, 단체 기념촬영 등이 이어졌지만 김 청장은 불참했다.
김 청장은 지난 8월 베트남 출장엔 배우자를 동행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베트남 정부에 해경 퇴역 함정 2척을 무상양여하는 행사로 배우자와 함께 초청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양경찰청장이 국외 공식방문 일정에 배우자를 동반한 사례는 최근 10년간 전무한 상태다.
김 청장이 지난 3월 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싱가포르 해양경찰 해양안보 협력을 위한 국제회의’에 참석할 당시 입은 제복도 논란이다. 김 청장은 당시 흰색 반소매 제복을 입었는데, 이는 해경 복제 규칙에 없는 ‘김 청장만을 위한 맞춤 제복’이었다. 해경은 “회의 이틀 뒤인 21일에 ‘하정복 근거 마련’을 위한 법령개정 계획을 보고하고 6월 17일엔 특수직무경찰관 복제규칙 개정을 완료했다”고 문 의원실에 밝혔다. 그러나 이 맞춤 제복은 지난 2월 시제품이 해경에 인도됐다. 김 청장은 해외 출장에서 여러 차례 해당 시제품을 착용했지만, 다른 간부들의 복장은 그대로였다.
문대림 “김 청장, 총회 참석보다 관광이 더 중요했나”
문 의원은 이날 열린 해양경찰청 국감에서 “사적 관광에 직원 2명이 수행과 통역으로 따라갔다. 총회 참석보다 관광이 더 중요했느냐”고 따졌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도 “해외출장도 그렇고 (김 청장이) 기관장으로서 해이하고 나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김 청장은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해양경찰청도 “하얀색 제복을 입는 국제적인 관행과 무더운 여름철 상대국 하(夏)예복 예양에 맞게 할 필요성이 있어 시범 착용했고, 복제규칙에 반영했다”며 “NPCGF도 김 청장이 대표 단장으로 2일간 양자회의 등 중요업무를 수행했다. 그 외 실무자 회의, 총회 등은 상대국 참석범위를 고려해 부단장이 수행했고, 직무파견자 격려 등을 위해 빅토리아섬 등을 방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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