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이제 뜨기도 버겁다

박장군 2026. 5. 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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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할증료 최고 구간 도달
현재 체계에서 추가 인상 안돼
기본운임, 수요 영향 탓 손 못대
항공사들 비용 떠안으며 버티기
게티이미지뱅크


‘최고 33단계’. 중동전쟁 장기화가 촉발한 고유가에 유류할증료 체계가 한계 구간에 진입했다. 최상단인 33단계까지 치솟으면서 미국 뉴욕 왕복에만 110만원 수준의 할증료가 붙었다. 여름휴가를 앞둔 소비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항공사들도 유가 상승분을 더는 할증료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 항공권 가격은 기본 운임에 유류할증료와 공항세 등을 더해 정한다. 이 가운데 유류할증료는 국제 유가 변동을 반영하는 핵심 장치다. 국내에서는 구간별 상한을 설정한 준규제 체계를 적용한다. 항공유는 통상 항공사 비용의 25∼30%를 차지한다. 항공유 가격이 높아질수록 비용에 가해지는 부담이 크다.


문제는 이 장치가 중동전쟁을 거치며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이달 유류할증료의 기준이 되는 올해 3월 16일∼4월 15일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511.21센트를 기록해 최고 구간 33단계(갤런당 470센트 이상)에 진입했다. 2016년 현행 거리비례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전쟁 이전 6단계였던 유류할증료가 지난달 18단계를 거쳐 최상단까지 치솟은 것이다. 유가가 더 오르더라도 유류할증료에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항공사들은 운임 인상 대신 내부 부담으로 비용을 떠안고 있다. 수요 둔화 우려 속에 운임 인상이 탑승률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티웨이항공을 시작으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주요 항공사들은 비상경영 기조를 유지하며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올해 예상 유류 소요량인 1200만 배럴 중 30% 수준에 대해 헤지 계약을 체결했고, 노선별 탱커링 최적화와 경제 운항에 초점을 맞춘다.

수익이 낮은 노선의 감편도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진에어는 지난달 8개 노선에서 45편(왕복 기준)을 비운항한 데 이어 이달도 14개 노선에서 131편을 운항하지 않는다. 에어프레미아는 오는 7월 22편을 비운항한다.

다만 이런 대응은 단기적 방어 성격이 강하다.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는 상황에서 비용을 내부적으로만 흡수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LCC는 유류할증료로 유류비 증가분의 절반 수준만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CC 한 관계자는 “중동전쟁이 끝나더라도 고유가는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비상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조차 안 된다”고 말했다.

유류할증료로 반영하지 못한 비용이 쌓이면서, 항공사들이 기본운임이나 부가서비스 등 다른 항목에서 이를 나눠 반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기본운임이 거론된다. 전면 인상보다 노선·시기별 차등 적용이나 다이나믹 프라이싱(시장 상황 따라 수시로 가격 조정하는 제도) 형태를 띨 가능성이 크다. 좌석 지정, 수하물, 기내식 등 부가서비스를 세분화해 수익을 보완하는 방식도 있다. LCC는 부가수익 비중이 높은 만큼 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수요를 고려해 가격 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비용 부담이 계속 누적되면 어떤 형태로든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이런 흐름은 국내 항공요금의 ‘지연 반영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국내 유류할증료는 국제유가 변동이 통상 다음달에 반영되는 데다, 단계별 상한이 있어 급등분을 한 번에 담아내기 어렵다. 반면 미국 등 일부 해외 시장에서는 연료비를 운임에 포함해 비교적 빠르게 반영한다. 총비용은 비슷하게 오르지만, 여러 항목에 나눠 반영되면서 체감은 뒤늦게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현행 유류할증료 체계로는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가격 체계 전반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성까지 제기된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상반기까지 최소 20단계 이상의 유가 고공행진이 이어질 수 있다”며 “제도 개선 이후 10년이 지난 만큼 현행 체계가 고유가 상황에 맞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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