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상설특검" 김여사 정조준…대통령 거부권도 쓸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8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 상설특검을 추진하기로 했다. 별도 입법 없이 기존 법 규칙만 변경해 추진되는 만큼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야당은 “김 여사에 얽힌 의혹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첫 계단을 오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기존 (별도 입법으로 추진하던) 특검과 함께 상설 특검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이 권력의 애완견을 자처하면 특검이 정답”이라며 “끝장 국정감사, 쌍끌이 특검으로 구린내가 진동하는 ‘김건희 게이트’의 진실을 숨김없이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김용민 민주당 정책수석부대표는 회의 직후 국회 의안과를 찾아 ▶마약수사 외압 의혹 및 구명로비 의혹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 ▶22대 국회 증언ㆍ감정법 위반 등 3가지를 수사대상으로 적시한 상설특검 특별검사 수사요구안을 제출했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상설특검은 개별특검보다 조직이 협소하고 수사 기간도 짧아 모든 사안을 수사 대상으로 삼기는 어렵다”며 “나머지 범죄는 (재발의 예정인) 별도의 ‘김건희 특검법’에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제정된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은 ▶국회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 ▶법무부장관이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 별도 입법 없이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 특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2명 후보자 가운데 대통령이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는데, 추천위는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당연직 3명과 국회에서 추천한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국회 추천 몫 4명’은 국회 규칙에 따라 제1교섭단체인 민주당과 그외 교섭단체인 국민의힘이 각각 2명씩 추천할 수 있다.
민주당은 7일 ‘국회 추천 몫 4인’에 여당이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 규칙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은 대통령 또는 대통령 가족이 수사 대상이 될 경우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은 특검을 추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할 경우 국민의힘이 특검 추천에서 원천 배제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이 개정안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먼저 의결한 뒤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을 관철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국회 규칙은 운영위 개정을 거쳐 본회의 의결로 확정되는데, 입법이 아니어서 거부권 대상이 아니다.
상설특검은 개별 특검보다 수사검사 숫자가 적고 활동 기간도 60일로 짧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발동된 건 세월호 특검이 유일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상설특검 카드를 꺼낸 건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21대 국회에 이어 지난 2일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8일 논평에서 “거부권 도돌이표가 반복될 것이라면 상설특검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독재에 맞서는 국회의 마지막 권한”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상설특검 추진에 대해 국민의힘은 “비정상적 꼼수”라고 반발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야당이 수사권·기소권을 독점하고 특검 수사권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생만을 살펴도 모자랄 국정감사 첫날에 거대 야당의 탄핵 빌드업 시리즈가 끝도 없이 펼쳐졌다. 어디 하나만 걸리라는 심보로 무작위로 찔러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통령실도 이날 언론을 통해 “야당 직속의 또 하나의 검찰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다만 여당 내부에서도 달라진 기류가 포착된다. 지난 4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서 4표의 여당표 이탈을 확인한 뒤로 “다음번엔 재표결 가결을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초선 의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당이 특히 주목하는 건 서울중앙지검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처리다. 한동훈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이 김건희 여사 기소를 하면 오히려 당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야당이 또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발의하더라도 방어할 명분과 논리가 생긴다. 불기소 처분을 하면 오히려 방어하기가 조금 더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여당 지도부가 김 여사 기소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말한 건 처음이다. 다만 신 부총장은 ‘친한계 중심으로 김 여사 특검법을 찬성할 수도 있느냐’는 진행자 질문엔 “그건 너무 나간 얘기”라고 부인했다.
한동훈 대표는 공개적인 발언을 아끼고 있으나, 전날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비공개 질의 응답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 “이건 위험하고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하는 등 대응 방식을 고심 중이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택해야 한다면 민심을 따를 것”이라고도 했다. 이 말에 대해 신 부총장은 “이제 고민을 넘어서 ‘액션(action·움직이다)’해야 할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친한계 움직임에 당내에선 반발도 나온다. 5선 윤상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한 대표와 원외 당협위원장 모임을 두고 뒷말이 많다”며 “지금 대통령 탄핵에 불붙이는 야당에 맞서 당이 하나로 뭉쳐 총력 대응할 때”라고 강조했다. 5선 권영세 의원도 “대동단결을 해도 부족한 지금 계파 모임을 하는 건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전남 곡성을 찾아 최봉의 곡성군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한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마치 자기 땅인 양 여기면서 땅따먹기하면서 싸우는 건 선거의 본질과 멀어도 너무 먼 이야기”라며 “이 선거는 중앙정치의 장이 아니라 지역을 누가 진심으로 발전시킬 마음이 있고, 누가 그걸 실천할지 정하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종시를 찾아선 국민의힘 소속의 최민호 시장을 만나 “종은 시민이 원하는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민주당이 과반을 점한 세종시의회가 자신의 핵심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세종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사흘째 단식 농성 중이다. 한 대표는 “정쟁을 해야할 분야가 있고 그러지 않아야할 분야가 있다”며 “시장님도, 저도, 민주당 의원들도 공복이다. 우리가 반드시 이걸 해내자”고 말했다.
김민정ㆍ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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