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에 1500원 애호박, 보자마자 떠오른 만두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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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미 기자]
임의 순서로 진행되는 남편의 음악 플레이리스트에서 '가족사진(김진호)'이란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견고한 그리움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풍성한 올림머리에 털배자(저고리 위에 입는 방한 조끼)를 입고 엷은 미소를 띤 앳된 엄마. 7대3 정도로 정갈하게 가르마를 타서 포마드 발라 빗어 넘긴 청년 같은 아버지. 사진을 찍기 위해 한껏 멋을 냈을 젊은 시절의 부모님이 떠오른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은 날로 박제된 모습. 사진 속 부모님은 언제 봐도 꽃처럼 빛나고 눈부시지만, 두 분 모두 돌아가신 지 20년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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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전 엄마가 만들었던 여름 만두를 생각하며 빚은 '호박만두' |
| ⓒ 오순미 |
만두는 보통 고기나 김치 중심의 겨울 만두를 생각하지만 냉동, 냉장 기술이 없었던 예전에는 가벼운 채소(애호박, 배추, 부추 등) 중심의 여름 만두를 빚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계절에 따라 식재료가 제한되었지만 요즘은 재배 기술과 유통 구조 발달 덕분에 사시사철 모든 채소를 구할 수 있다. 때문에 여름 만두, 겨울 만두 구분도 사라졌다. 다양하고 풍미 있는 만두를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늦가을에 빚는 여름 만두
지난 14일 외출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네 야채 가게에서 두 개 1500원에 팔던 애호박이 문득 떠올랐다. 오랜만에 '엄마가 만들어주던 호박만두나 빚어볼까' 싶어 주섬주섬 장바구니를 챙겨 집을 나섰다. '어만두'니 '편수'니 하는 고급 만두는 아니어도 비싸지 않은 애호박을 본 김에 엄마 따라 호박만두를 빚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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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박만두를 빚기 위한 만두소 재료 |
| ⓒ 오순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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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박만두 빚을 재료를 한 데 모아 치댄 만두소 |
| ⓒ 오순미 |
마음 속 허기를 채운 엄마표 레시피
남편이 선택해 저장한 노래를 들으며 차분하게 만두를 빚었다. 빚은 만두는 냉동하고 몇 개만 찜기에 쪄보았다. 계획에 없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빚어본 만두지만 긴 시간을 할애한 만큼 담백하면서도 개운한 엄마의 호박만두 맛이 깃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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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소와 호박만두, 차돌박이를 가지런히 담은 전골 재료 |
| ⓒ 오순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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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큰한 만두전골 완성 |
| ⓒ 오순미 |
후추 톡톡 뿌리고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맞추면 얼큰한 호박만두전골이 푸짐하게 완성된다. 조금 더 칼칼한 맛이 당기면 청양고추를 추가해 준다. 남편이 후후 불며 맛있게 먹으니 만두피에 물을 발라도 잘 붙지 않아 힘이 잔뜩 들어갔던 손가락 끝의 수고가 좀 누그러졌다.
'가족사진'을 듣다가 만두전골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음식이 흔한 시절이어서 만두 정도야 어디서든 먹을 수 있고 전문점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오래전 엄마 손맛을 기억하며 만든 호박만두는 어디에도 없는 음식이다. 직접 반죽하지 않은 만두피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홀로 만두 빚으며 보낸 내 하루도 엄마 손맛에 가까워지기 위해 공들인 시간이므로 스스로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 못 볼 사람처럼 가족을 대하라."
-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중>
정호승 시인의 말처럼 늘 정성으로 가족을 대하고 응원했던 엄마. 엄마가 그리워서 만들어본 호박만두로 허기진 그리움이 조금은 채워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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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가 만들었던 음식 호박만두를 빚어 몇 개 쪄보니 담백하고 개운한 맛이 난다 |
| ⓒ 오순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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