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1st] 벨기에의 생소한 팀 생질루아즈, 58년 만의 유럽대회 돌풍 비결은?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8강이 모두 결정된 가운데, 유독 생소한 이름의 팀이 하나 눈에 띈다. 벨기에 프로리그 구단 로얄위니옹생질루아즈다. 오랜 하부리그 생활을 뚫고 지금은 벨기에에서 가장 강한 팀이 됐다.
생질루아즈는 유로파리그 D조에서 우니온베를린(독일), 브라가(포르투갈), 말뫼(스웨덴) 등 더 유명한 팀 사이에서 조 1위로 생존했다. 16강에서 우니온베를린을 다시 만났는데, 난타전 끝에 1승 1무로 생존했다.
자국리그에서도 기세가 좋다. 2위에 올라 있으며, 선두 헹크를 승점 5점 차로 추격 중이다. 기존 명문 앤트워프가 3위, 클뤼프브뤼허가 4위, 헨트가 5위로 생질루아즈보다 아래에 있다.
생질루아즈는 오랫동안 하부리그에 머물렀던 팀이다. 1897년 창단해 역사가 깊고 1930년대까지는 자국리그 강호로 군림했다. 당시에는 단골 우승팀이었고, 벨기에 기록인 60경기 무패 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1972년 2부로 강등된 뒤에는 한 번도 승격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보냈다.
돌풍이 엄청나다. 2021년 2부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하며 승격했다. 승격 첫 시즌 정규시즌 1위, 플레이오프 2위로 준우승했다. 이때 따낸 UEFA 챔피언스리그(UCL) 예선 참가권을 살리지 못하고 레인저스(스코틀랜드)에 밀렸지만, 대신 유로파리그에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1964-1965시즌 당시 존재하던 국제대회 인터시티컵 참가에 이어 58년 만의 대외 활약이다.
생질루아즈의 변화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이 일으킨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두 구단을 모두 경영하는 토니 블룸 때문이다. 블룸은 원래 프로 포커 선수로서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누적 상금이 380만 달러(약 49억 원)에 달했다. 한 명의 포커 선수에 머무르지 않고, 도박 관련 회사를 운영하면서 자신만의 경영 노하우를 축적했다. 오랜 브라이턴 팬이었던 블룸은 2009년 3부 리그에 있던 팀을 인수해 지금의 EPL 중위권 팀까지 성장시켰다. 그리고 2018년 생질루아즈의 최대주주가 됐다.
두 팀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 현재까지 생질루아즈가 브라이턴에서 임대해 쓴 선수는 6명이다. 그 중에는 현재 브라이턴의 간판 스타도 발돋움한 일본 대표 공격수 미토마 가오루도 있다. 미토마는 2021-2022시즌 생질루아즈에서 7골 3도움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뒤 브라이턴 1군으로 복귀한 경우다. 이번 시즌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 중인 코트디부아르 국적 유망주 공격수 시몽 아딩그라도 브라이턴에서 임대돼 활약 중이다.
그밖에도 승격 주역 중 한 명인 데니스 운다프는 생질루아즈에서 좋은 활약을 한 뒤 브라이턴으로 이적했다. 잉글랜드 하부리그에서 뛰던 센터백 크리스천 버제스를 영입해 주전으로 활용한 것도 영국 축구와 끈이 생긴 것이 영향을 미쳤다.
브라이턴은 유망주 영입을 가장 잘 하는 팀으로 꼽힌다. 최근 브라이턴을 통해 강팀으로 이적한 경우만 꼽아도 벤 화이트(아스널), 이브 비수마(토트넘), 마크 쿠쿠렐라(첼시), 댄 번(뉴캐슬), 레오 외스티고르(나폴리)에 이어 그레이엄 포터 첼시 감독까지 수두룩하다. 그 스카우트망을 통해 수집한 선수들을 생질루아즈 임대를 통해 더 성장시킬 수 있고, 잉글랜드 수준인지 애매한 선수는 생질루아즈로 먼저 영입해 장기적으로 관찰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장 크리스 오러플린은 아일랜드 태생이지만 20대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 호주, 벨기에 등을 돌아다니며 지도자 경력을 쌓아 온 인물이다. 2019년 생질루아즈의 단장을 맡아 자신의 진정한 재능을 찾았다. 선수단 운영 능력이 탁월하다. 수비수 버제스는 생질루아즈즈의 영입 비결을 영국 매체에 설명할 때 "기록만 보는 게 아니고 선수의 모든 프로필, 축구장 밖에서의 모습까지 두루 고려한다"고 말한 바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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