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미 팩트시트 아팠다…韓핵잠∙北비핵화 명시에 강력 반발

정영교 2025. 11. 1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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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과 관련해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재명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북한이 한·미를 향해 "우리 국가에 변함없이 적대적이려는 미한(한·미)의 대결적 기도가 다시 한번 공식화, 정책화된 데 맞게 (중략) 당위적이며 현실 대응적인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14일 한·미가 발표한 정상회담 공동 설명문(조인트 팩트시트)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대해 나흘 만에 내놓은 첫 반응에서다. 특히 한국의 원자력(핵)추진잠수함(원잠, 핵잠) 도입 추진에 대해 "자체핵무장의 길로 나가기 위한 포석"이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다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최선희 외무상 같은 고위급 인사가 등판하지 않았고,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거나 원색적인 비난을 자제하면서 수위를 조절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비핵화"에 반발


조선중앙통신은 18일 약 3900자 분량의 장문 논평을 통해 설명자료 대부분 문안을 문제삼았다. 특히 설명자료에 '북한 비핵화'가 명시된 데 대해 "우리의 헌법을 끝까지 부정하려는 대결 의지의 집중적 표현"이라며 "그들의 유일무이한 선택이 우리 국가와의 대결임을 입증"했다고 반발했다.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걸 거론하며 "우리 국가의 실체와 실존을 부정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는 그간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혼용해 왔는데, 한·미 정상이 도출한 결과물에서 북한 비핵화를 명시하자 유독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설명자료에 담긴 동맹 강화 관련 문안이 북한에게는 그만큼 아프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논평 서두에 비핵화 관련 비난을 배치한 데 주목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보유국 인정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기존 비핵화 원칙 포기와 핵보유국 인정 여부가 미국의 협상 의지·태도를 판단하는 '기준'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부는 조선중앙통신의 논평과는 달리 북측에 적대나 대결 의사가 없으며,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한·미 동맹이 한반도와 역내 평화 안정에 기여할 수 있게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잠 승인에 "핵무장 포석"


통신은 미국이 한국의 원잠 건조를 승인하고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지지한 데도 반발했다. "'준핵보유국'으로 키돋움(발돋움) 할 수 있도록 발판을 깔아준 사실은 미국의 위험천만한 대결 기도를 직관해주고 있다"면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치고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를 승인해준 것은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을 초월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안전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전지구적 범위에서 핵 통제 불능의 상황을 초래하는 엄중한 사태발전"이라고 규정했다. "이것은 불피코 지역에서의 '핵도미노 현상'을 초래하고 보다 치열한 군비경쟁을 유발하게 되어있다"고도 언급했다. 불법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이 한국의 원잠 도입을 핵 확산 우려와 연결지어 적반하장식 비난을 내놓은 셈이다.

특히 북한은 한국이 20여년 전인 2003년부터 핵잠 개발을 비닉(秘匿) 사업으로 추진해온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야망은 결코 우리 국가의 핵보유에 대처한 '반사적 조치'이거나 '지역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오래전부터 꿈꾸어온 핵야망 실현의 대문을 열어제끼기 위한 가장 위험한 행보"라고 지적했다. 이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원잠을 도입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논리에 대한 반박 차원으로 풀이된다.


북·중 '반미 공조' 강화 포석


통신은 항행의 자유 수호, 대만해협 평화·안정 유지 중요성 등이 설명자료에 명시된 것도 "지역 내 주권 국가들의 영토 완정과 핵심 이익을 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문안에 북한이 더 반발한 셈이다.

관세 협의에 대해서는 "굴욕적이고 불평등한 제물포조약을 연상하게 한다"며 "미국우선주의 실현에 철저히 복무하는 주종관계의 심화"라고 비꼬았다.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CVN-73)'이 지난 5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는 모습. 송봉근 객원기자

또 "미한(한·미) 동맹의 지역화, 현대화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국 주도의 나토(북대서양조양기구)식 안보 구도를 형성"하는 현실은 "불안정해질 지역 및 국제안보 형세에 대한 각성된 시각과 이에 대처한 책임적인 노력의 배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입, 방위비 증액,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도 빠짐없이 나열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한·미 설명자료를 빌미로 자신들의 안전 보장을 위해 더욱 강경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이라며 "한·미와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응해 북·중·러 밀착을 비롯한 반미연대 구축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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