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졸업한 학과 장례식이 열립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애란 기자]
저는 사회를 연구하고 그 구성원인 인간의 삶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인 사회학과를 10여 년 전에 졸업한 사회인입니다.
최근 모교 사회학과 후배인 학회장으로부터 단체문자 한 통 받았습니다. 내용은 메모리얼 파티(장례식) 안내였고 '뭐지?'란 생각에 문자를 열어보고 놀랐습니다.
'사회학과' 후배가 보낸 문자...장례식을 연다고?
기초 학문의 위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 대학의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학교에서는 사회학과를 '한계 학과'로 정하고 2025학년도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 청계광장에서 열린 강사 구조조정 저지와 학습권 보장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2019.3.23 |
ⓒ 연합뉴스 |
전반적인 사회 흐름에서 파생된 현상이고, 재학생과 교수진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일으니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여야만 할까요. 시대가 그러니 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현재 재학생들이 겪고 있을 상실감, 학습권 침해 등이 염려되기도 합니다.
사실 사회학과는 제가 입학할 당시에도 인기학과는 아니었습니다. 교직 이수를 위해, 성적에 맞춰서, 유명한 다른 학과에 가기 위해 등등의 다양한 이유로 그 학과에 입학했습니다. 그 속에서 ' 어? 나는 사회학과 홈페이지 설명 보고 온 건데... 물론 교사도 되고 싶긴 하지만'이란 솔직한 생각을 내뱉을 수는 없었습니다.
사회학과에 대해 잘 모르긴 했지만 홈페이지에 있는 '사회학적 상상력이란 단어가 도대체 뭐지?'란 생각이 들었고,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다룬다는 설명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사회 과목을 너무나도 좋아했던 파워 문과생이기도 했으니까요.
입학 이유야 어찌 되었든 사회학과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올바르고 건강한 사회를 이뤄내기 위해 구성원으로서 책임감과 소명감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재학 시절 그렇게 배웠고 그것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여러 사회 현상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여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이 시대를 관통하는 흐름이 무엇인지 알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기초학문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 곳에서 정원 미달로 혹은 대학의 다양한 사정으로 많은 과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곧 다가오는 11월 7일과 8일에 학과 재학생들이 준비한 메모리얼파티(장례식)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기조 강연, 학술발표가 있고 토크 콘서트와 추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제가 쓰는 이 글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을지 모르겠습니다. 파급력이라고는 전혀 없을지도 모릅니다. 동창회에 나가는 사람도 아니고 동기들과 긴밀하게 연락하지도 않으니 누군가 이 글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더라도 '얘가 이런 글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밤 늦게 보내진 링크에 들어가서 후배들이 처한 상황과 노력 과정을 확인했고, 비록 힘은 없지만 누군가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덧붙이는 말.
모교 총장님께서 2022년 12월 26일 한 매체를 통해 "대학의 본질은 교육"이라고 하셨습니다.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을 바라보며 설립한 대학"이란 말 또한 참 와닿았습니다. 모집 중지, 한계 학과 지정으로 인해 불안함과 상실감을 겪고 있을 재학생들이 끝까지 모교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따뜻하게 보살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 작가 한강이 참고한 4.3-5.18 기록집에 숨겨진 힘
-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 조선·중앙·동아일보마저 검찰의 '도이치' 불기소 맹비난
- 철거됐던 일제 조선총독 글씨, 야간조명 달고 화려한 복귀?
- 대통령실 앞 외침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51일 파업은 무죄"
- '핵무장론' 오세훈, 김정은 위협에 "더 큰 문제는 거짓평화론"
- "롱패딩 준비한다"는 민주당, '김건희 규탄' 장외투쟁 공식화
- 용산 출신 강승규, 한동훈 직격 "언론플레이보다 신뢰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