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메모리 상장, '삼전닉스' 주가 하락 부추겼나?

임선영 2026. 7. 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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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AI미래지도] 딥시크도 투자한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창신메모리(CXMT)

[임선영 기자]

 창신메모리 CXMT. 주요 제품 라인은 정확히 삼성과 SK하이닉스와 겹친다.
ⓒ 창신메모리
코스피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불과 한 달 전 사상 최고치 9385.59를 찍었던 지수가 7월 16일 6820.60으로 주저앉았습니다. −27.33%. 한 달 만에 4분의 1이 증발한 것입니다. 급등과 추락의 한복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습니다. 지수를 떠받치던 두 반도체 대장주가 무너지자 코스피가 함께 꺾였고, 그 방아쇠 중 하나가 바다 건너 중국에서 당겨졌습니다.

중국 DRAM 1위 기업 창신메모리가 상하이 과창판 공모 청약에 나선 것입니다. 발행가 주당 8.66위안(약 1906원), 총모집금액 약 579억 위안(약 12조 7380억 원), 상장 시가총액 약 5792억 위안(약 127조 4240억 원). 과창판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이자, A주 전체 기술주 IPO 사상 최대 기록입니다.

이 초대형 IPO의 청약 명단에서 가장 주목받은 이름은 단연 량원펑(梁文锋)입니다. AI 대형 모델 '딥시크'와 퀀트헤지펀드 '환방'의 창업자로서, 그는 이번에 194개에 달하는 펀드를 동원해 창신메모리의 비공개 청약에 전면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전략적 판단으로 읽힙니다.

194개 펀드를 동원한 딥시크의 전략적 선택

량원펑은 이미 중국 GPU 업체 무어스레드의 최대 기관투자자로서 대박을 터뜨린 경험이 있습니다. 무어스레드는 2025년 12월 과창판에 상장해 발행가 대비 수 배의 수익을 안겼고, 이는 그가 반도체 실물 경제의 IPO 차익을 핵심 투자 전략으로 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AI와 반도체의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딥시크의 초거대 AI 모델 훈련과 추론에는 막대한 메모리 대역폭이 필수적입니다. 량원펑은 창신메모리에 대한 투자를 차세대 AI 생태계의 핵심 공급망을 장악하는 전략적 밸류체인 선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그의 순자산은 360억 달러로 세계 63위에 올라 있으며 이러한 위상이 이번 투자 결정에 자신감을 더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애플이 찾은 4번째 DRAM 공급자, 3강 체제에 균열이 생기다
 창신메모리 CXMT. 주요 제품 라인은 정확히 삼성과 SK하이닉스와 겹친다. / DDR5 및 모듈: 최고 8000Mbps의 속도와 16/24Gb 용량, DDR4 대비 20% 낮은 전력 소비로 서버와 고성능 PC에 최적화된 차세대 메모리. / LPDDR5/5X: 10667Mbps의 업계 최고 수준 속도와 LPDDR5 대비 30% 낮은 전력 소비로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기의 성능 향상(애플이 도입을 시도하는 메모리 라인). / DDR4 및 모듈: 서버, 데스크톱, 노트북, IoT 등 폭넓은 범용 시장을 아우르는 다용도 메모리. / LPDDR4X: 초저전력 설계로 스마트폰, 웨어러블, VR 기기의 장시간 배터리 수명과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하는 모바일 최적화 메모리.
ⓒ 창신메모리
창신테크가 단순한 '중국 국산 대체' 수준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건이 있었습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애플이 창신테크에 DRAM 구매를 공식 제안했으며 이는 중국 시장에 판매되는 제품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지금까지 애플의 DRAM 공급망은 철옹성 같은 '3강 체제'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고, 특히 아이폰 DRAM 공급의 약 60%를 삼성전자가 담당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구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2026년 초 표준형 DRAM 가격은 55~60% 급등했고, 일부 칩 가격은 1년 사이 600% 이상 폭등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수요로 인해 기존 3강이 수익성 높은 HBM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면서 소비자용 DRAM 공급이 극도로 위축된 것이 직접적 원인입니다. 애플은 제품 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고, 더 이상 메모리 공급업체를 상대로 '갑'의 위치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애플은 창신메모리와의 협상이라는 파격적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미국 정부에 창신메모리로부터 DRAM을 구매할 수 있도록 승인을 요청하는 로비 활동까지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냉정합니다.

대부분의 투자기관은 애플의 이번 행보를 실제 대량 구매보다는 가격 협상용 카드로 분석합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기술적 격차, 특허 소송 리스크 등 현실적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제 도입이 되더라도 보급형 모델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당장의 공급망 대체보다는 향후 계약 가격 협상에서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는 평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창신테크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인 사실 자체는 역사적 사건입니다. 씨티그룹은 "애플의 창신테크 DRAM 도입 검토는 창신테크에 대한 기술적 인증"이라며, 창신테크를 '글로벌 신뢰도를 갖춘 제4의 DRAM 제조사'로 격상시킬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10년 넘게 메모리 공급망을 좌지우지해 온 애플이, 이제는 중국 반도체 업체를 찾아가 정부 승인을 로비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것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권력 구조가 완전히 역전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창신메모리의 상승세는 뚜렷합니다. 2025년 4분기 기준 글로벌 DRAM 시장 점유율 7.67%로 세계 4위에 올랐으며, 불과 1년여 만에 두 배 가까이 점유율을 끌어올렸습니다. SemiAnalysis는 창신메모리가 2026년 말까지 마이크론을 제치고 글로벌 3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943만 가구의 전쟁, 역대급 경쟁률이 말해주는 것

이러한 호재들이 겹치면서 창신메모리의 공모 청약은 사상 최고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청약에 참여한 일반 투자자는 943만 명, 유효 청약 주식 수는 8169억 주에 달했으며, 평균 경쟁률은 212대 1로 집계됐습니다. 2026년 이후 A주에 새로 상장한 기업 가운데 단연 1위입니다.

경쟁이 치열했던 이유는 명확합니다. 창신메모리는 세계 유일의 4번째 종합 반도체 DRAM 업체로서 중국 내 사실상의 '독점적 희소 자산'입니다. 실적도 폭발적으로 성장해 2026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719% 증가했고, 상반기 예상 순이익만 500억 위안을 넘어섭니다.

여기에 전국사회보장기금과 알리바바, 메이퇀, 샤오미 등 중국 최정상 기업들이 대거 전략적 배정에 참여했고, 량원펑이라는 상징적인 투자자가 194개 펀드를 동원해 합류했다는 소식이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적 확신을 배가시켰습니다.

7월 27일 상장, 기대감 최고조

상장 일정을 살펴보면, 7월 16일 청약을 마감했고, 7월 20일까지 당첨자 납부가 완료되면 7월 27일 정식 상장 거래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상장 당일 시장에 실제 풀리는 물량은 전체 발행 주식 66억 8800만 주 중 약 45억 주(67%) 수준입니다. 전략적 배정 물량 16억 6700만 주는 12~36개월 전량 락업되고, 비공개 배정 21억 7300만 주 중 70%는 6개월간 락업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된 38억 5100만 주는 락업 없이 상장 당일 즉시 매도가 가능합니다. 이 구조는 상장 초기 급등락의 원인이 됩니다. 락업으로 인한 유통 물량 부족은 주가 급등 재료가 되는 반면, 차익을 노린 개인 투자자들의 동시다발적 매물은 급락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수급 불균형 속에서 상장 첫날부터 큰 폭의 변동성이 예고된 셈입니다.

AI 인프라의 최후 승부처, HBM을 정조준하다

창신메모리의 야망은 범용 DRAM 시장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AI 시대의 핵심 반도체로 떠오른 HBM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중국 유력 미디어들의 보도에 따르면 창신테크는 이미 HBM3 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한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는 기존 4년 이상에서 3년 이내로 크게 단축됐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2027년 12층 적층 HBM3E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기술 격차는 2~3년 수준으로 더욱 좁혀질 전망입니다.

생산능력 면에서도 창신메모리의 행보는 가파릅니다. DRAM 총 생산능력의 약 20%를 HBM 제조에 배정할 계획이며, 상하이 신공장이 2027년 가동되면 전체 생산능력은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대됩니다. 2026년 말까지 월 35만 장의 웨이퍼 생산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마이크론의 월 37.5만 장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이번 IPO는 HBM 시장 공략을 위한 '실탄 확보' 성격이 강합니다. 총 모집금액 중 절반 가까운 금액이 메모리 생산라인 기술 업그레이드와 HBM 등 첨단 연구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며, 특히 90억 위안은 HBM과 차세대 DRAM 기술 개발에 직접 배정됐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중저가 DRAM 시장에서의 성공은 시작일 뿐, HBM이 진짜 승부처"라고 평가합니다.

메모리 쌍두마차의 등장, 한국이 맞닥뜨린 현실

이번 창신메모리의 IPO는 단독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중국의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 거인인 양쯔메모리도 상장을 추진 중이며, '메모리 반도체 쌍두마차'가 나란히 자본시장에 데뷔하는 형국입니다. 창신테크가 DRAM을, 양쯔메모리가 낸드플래시를 각각 담당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양대 주력 제품군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합니다. 가장 직접적인 우려는 기존 3강 체제의 붕괴 조짐입니다. 창신메모리의 시장 점유율 상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점유율을 잠식할 위험을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창신테크는 아직 HBM 분야에서 기술적 격차가 존재하지만 IPO를 통해 조달한 막대한 자금이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결합할 경우 중장기적 기술 추격은 시간 문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무엇보다 애플이라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고객이 창신테크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인 것은 더 이상 '중국산 반도체'가 금기시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방증합니다. 이는 그간 프리미엄 공급자로서의 지위를 누려온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경고등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투자자가 주목할 때

창신메모리의 이번 IPO는 단순한 해외 기업의 상장 이슈를 넘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지형 자체를 재편하는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강 독점 체제가 4강 체제로 전환되는 역사적 전환점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여기에 량원펑이라는 중국 AI 최전선에 선 상징적 인물이 194개 펀드를 동원해 장기 투자를 감행한 이 회사는 더 이상 단순한 테마주가 아닌 차세대 AI 인프라의 핵심 공급자로서 시장의 재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창신테크가 HBM 시장까지 정조준하며 AI 실리콘 인프라의 가장 밑단에서 화웨이와 함께 중국AI 주권을 뒷받침하는 회사로 성장 중이라는 사실입니다.

한국 투자자들은 이번 창신메모리의 상장 과정을 개별 이슈가 아닌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읽는 정확한 바로미터로 삼아야 할 때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더 이상 전 세계 유일무이한 선택지가 아닌 경쟁이 치열한 시장 속 플레이어로 변화하는 그 신호가 바로 지금 이 순간 중국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창신메모리라는 AI 인프라의 새로운 핵심 주자가 글로벌 반도체 지형을 어떻게 재편할지 한국 반도체 산업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이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덧붙이는 글 | 임선영씨는 중국 칭화대 전산언어학 석사를 마친 중국경제전문가이며 <중국경제 미래지도>, <중국AI 미래지도>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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