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가 뚝↓‥2가지 시나리오와 '출구없는 백기사'

박소연 2024. 9. 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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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주가 73만5000원→70만원대 초반으로 하락
최 회장 우호지분 확보 총력‥백기사들 출구전략 의구심
MBK측 고려아연측 기자회견에 긴장하며 가격카드 만지작

고려아연 주가가 대항공개매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주 73만5000원(20일 종가기준)을 기록한 후 70만1000원(23일 오전 9시30분 기준)으로 내려서며 한풀 꺾였다. 하지만 여전히 공개매수 가격인 66만원보다 6.2% 높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우군 확보와 대항공개매수 준비에 한창인 가운데 MBK 영풍 측은 가격 상향 여부를 고민 중이다. 다만 경영권 분쟁이 격화할수록 높아진 가격에 참전한 백기사들의 출구전략은 희미해지고, 배임 의혹 등 각종 논란으로 인해 참여자들의 법률적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항공개매수로 본격적인 '쩐의 전쟁'이 벌어질 경우 최종 승리한 쪽도 '승자의 저주'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 대항공개매수 2가지 시나리오‥명분도 출구도 없는 백기사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에서 거론되는 한국투자증권(한투증권) 대항공개매수 시나리오는 두 가지 정도다. 둘 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의 친분으로 한국금융지주 김남구 회장이 이끄는 한투증권이 고려아연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바탕으로 한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일본 소프트뱅크나 미국계 사모펀드(PEF) 베인 캐피탈(Bain Capital), 또는 일본이나 유럽·호주의 원자재 공급업체나 협력업체들이 최종 투자자로 나서서 시세보다 비싼 대항공개매수 가격으로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해 주기로 하고, 한투증권이 1년간 브리지론으로 시간을 끌며 도와주는 경우다.

한투증권 입장에서는 가장 무리가 없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나 베인 캐피탈의 경우, 투자 회수 방안이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공개매수로 높아진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주가가 회귀함에 따라 주식 시장에서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려아연 지분 1.8%의 최 회장 측도 주가 하락 후 소프트뱅크나 베인 캐피탈의 손실을 보전할 재력은 없으므로, 결국은 최씨 일가 지분까지 합해 경영권 매각 방식으로 투자 회수를 꾀할 수밖에 없게 된다. 현대차, 한화, LG 등은 공동 매각 약정에 관한 5% 보고를 하지 않은 상태라 공동 매각이 불가능하다. 또 고려아연과의 사업협력 관계이므로 매각할 이유도 없다. 결국 현 최대주주인 'MBK·영풍' 측과 비교할 때 '소프트뱅크·최씨 일가'의 지분율이 낮음에 따라, 경영권 매각 방식의 투자 회수도 실질적으로 불가능해 사실상 투자 회수 방안이 없게 된다.

이미 고려아연의 지분 일부를 갖고 있는 트라피규라(Trafigura)나 그 밖의 글렌코어(Glencore) 또는 일본 스미토모와 같이 고려아연 납품 또는 협력업체들이 높은 가격으로 지분 매수해 주는 것은 가능하다. 이들은 투자 회수 필요성도 낮다. 하지만 해당 거래는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고려아연의 장기적 이익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배임적 성격의 거래가 돼 문제가 불거질 확률이 높다. 납품 또는 협력업체들은 자신들이 비싼 가격으로 지분을 취득한 만큼, 그 반대 급부로 고려아연과의 거래에서 높은 마진(가격)으로 혜택을 받으려고 하거나, 동맹이라는 명목으로 배타적 거래 관계를 형성해 추가 이윤을 확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최종 투자가를 찾지 못하고, 최대 1년 정도의 임시적인(bridge) 단기자금을 조달해 대항공개매수를 하는 경우다. 한투증권이 브리지대출을 해주고, 외국계 사모대출펀드에서 브리지에쿼티(equity)만 제공하는 경우다. 이는 최종적으로 투자할 투자자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언제 돌려받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리스크를 떠안고 단기 금융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증권사나 외국계 사모대출펀드 모두에 무리한 투자다. 특히 한투증권은 자본시장법상의 각종 대출 관련 규정에서 허용되는 한도 이상의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이 돼, 이미 최 회장의 우호주주로 분류되고 있는 한투증권으로서는 그 대주주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35조 위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최 회장 측으로부터 손실보전 (또는 최후순위 출자)을 받아서 하는 것을 고려할 수는 있으나, 이 경우에도 담보인정비율(LTV) 비중을 맞추려면 충분한 금액 확보가 어렵고, 여전히 상환 가능성에 대한 보장 없이 단기간 대규모 대출이나 펀드 제공을 해주는 것이므로 이례적이다.

MBK 공개매수 가격 상향 조정할까‥'승자의 저주' 우려도

주가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24일 고려아연이 기자간담회를 예고한 데다 대항공개매수도 준비하고 있어 MBK 측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은 MBK의 공개매수 기간 중 견제구를 던져야 하는데, 이 경우 공개매수 가격 상향 여부를 두고 MBK와 영풍의 셈법도 복잡해진다.

다만 최 회장 측과의 공개매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양측 모두 출혈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개매수를 위해 필요한 MBK 측 자금은 최대 2조1332억원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 측은 공개매수에 1조원 전후의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MBK가 제시한 공개매수 예정가보다 현재 고려아연 주가가 더 높기 때문에 매수가격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기간 연장 없이 공개매수 가격을 높일 수 있는 기한은 오는 26일이다. MBK가 26일 장 종료 후 공시를 한다면 최 회장 측이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날짜는 4거래일밖에 남지 않는다. MBK는 이번 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만나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으로 전해졌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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