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바꾼 인텔, 합작 투자 가능성도…삼성 파운드리엔 '악재'

홍헌표 2025. 3. 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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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홍헌표 기자]

인텔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립부 탄 前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CEO를 임명했다. 이번 탄 CEO 영입은 인텔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와 TSMC와 미국 반도체 기업들간의 동맹 강화로 해석된다.

12일(현지시간) 인텔은 새 CEO에 립부 탄(Lip-bu Tan) 前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CEO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탄 CEO는 오는 18일부터 CEO직을 맡게 된다. 인텔의 새 CEO 임명은 인텔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팻 겔싱어 전 CEO가 지난해 12월 사임한 지 3개월 만이다.

탄은 당초 인텔 이사회 멤버였으나 전임 CEO인 팻 겔싱어와의 견해 차이로 지난해 8월 회사를 떠났는데, 탄이 이사회를 떠난 지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팻 겔싱어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이사회에 의해 해임됐다.

이번 탄 CEO의 영입은 최근 TSMC의 인텔 파운드리 인수 움직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립부 탄이 CEO로 있었던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는 반도체 전자설계 자동화(EDA)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로 글로벌 EDA 시장은 시놉시스, 케이던스 시스템즈, 지멘스 3개 회사가 지배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EDA 점유율은 시놉시스 32%, 케이던스 시스템즈 30%, 지멘스 EDA 13% 순이었다. 반도체 전자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는 반도체 회로 디자인을 설계, 검증할 때 필수적으로 써야한다. 전세계 주요 팹리스는 전부 3개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립부 탄이 CEO로 재임한 케이던스 시스템즈는 TSMC와 삼성 파운드리의 EDA 공식 파트너이기도 하다.

인텔이 과거 486 CPU를 설계했던 팻 겔싱어를 대신해 반도체 설계 전문가를 영입한 것은 인텔 파운드리 재건을 위한 목적이 뚜렷하게 드러나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도 빠르게 반응했는데, 인텔의 주가는 12일(현지시간) 4.55% 상승 마감했고, 탄 CEO 선임 소식이 전해진 뒤 시간외거래에서 10.40%나 뛰었다.

한편, 지난 11일(현지시간) TSMC는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등에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부 인수를 제안했는데, TSMC가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를 운영하되 지분을 50% 미만으로 갖는 조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TSMC에 인텔 파운드리 인수하라고 압박하면서도 인텔이 완전히 외국 소유가 되는 것은 막고 있는 상황이기에 TSMC가 미국의 여러 팹리스 회사들에 지분투자를 제안한 것이다.

TSMC의 인텔 파운드리 인수와 관련해 인텔이 TSMC와 오랜기간 사업을 한 아시아계 CEO를 임명한 것은 인수과정과 이후 기술협력까지 연착륙 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림부 탄 신임 인텔 CEO는 "인텔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재건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파운드리를 구축해 고객들에게 더 큰 만족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인텔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쉽지 않겠지만, 인텔이 승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믿기에 합류했다"면서 "인텔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기술 생태계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밥 오도넬 테크애널리시스리서치 수석 연구원은 "탄은 반도체 제조와 설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업계에서 매우 폭넓은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앤셸 사그 무어인사이츠 연구원은 "탄의 영입은 인텔이 현재 방향을 유지하면서 파운드리 사업과 제품 개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TSMC와 미국 팹리스 회사들의 인텔 파운드리 인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TSMC의 파운드리 지배력은 점점 강해지고 있는데다 인텔 파운드리까지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엔비디아와 퀄컴 등 미국 빅테크들이 자국에서 생산량을 대폭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 파운드리가 빼앗긴 엔비디아 물량을 받아올 가능성이 극히 낮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파운드리에서 2나노 이하 최신 공정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는 TSMC와 인텔, 삼성전자 뿐인데, TSMC와 인텔의 동맹이 가속화되면 삼성전자는 나홀로 기술력으로만 승부봐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동맹 강화가 삼성전자에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홍헌표기자 hph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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