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공·전장연 권리 찾기…저는요?" 7시 지옥철, 시민의 한숨

나운채 2022. 11. 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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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8호선 전체를 관리하는 서울교통공사(공사)의 양대노동조합(서울교통공사노조·통합노조)이 총파업에 들어간 30일 오전 7시 서울역과 잠실역, 홍대입구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에는 평소보다 출근길을 서두른 많은 시민이 몰렸다. “파업으로 열차가 늦게 와 지각할 것 같다”는 우려에서다. 더군다나 이날 서울의 아침 기온은 –6.8도, 체감 온도는 –12.5도까지 떨어지는 등 첫 한파 경보가 내려짐에 따라 시민들은 두꺼운 패딩과 목도리, 장갑 등으로 중무장했고 지하철역 내부와 열차 안은 평소보다 더 복작거렸다. 경기도 오산에서 종로구 혜화동으로 출근하는 고모(26)씨는 “파업한다고 해 지각할 것 같아서 머리도 못 감고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파업이 본격화된 이날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은 4호선 삼각지역에서부터 지하철 탑승 시위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고씨는 “안 그래도 전장연 시위 때문에 지각을 몇 번 했었는데, 지하철도 파업한다고 하니 스트레스받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서울 동대문구로 출근하던 30대 직장인 여성 김모씨는 “교통공사도, 전장연도 다 각자의 권리를 찾겠다니 이해는 하겠다만 시민의 권리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30일 오전 서울 6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뉴스1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두꺼운 옷을 입은 시민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뉴스1

이날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 대다수는 “대란까진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잠실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송애란(39)씨는 “열차 간격이나 (출근하는) 사람들이나 평소랑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유호형(53)씨는 “다른 이동 수단이 없어 지하철을 타긴 했는데 대란이 있거나 하진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시민들의 이같은 반응은 공사 퇴직자 및 협력업체 직원 등이 파업 대체 인력으로 투입되는 등 서울시와 공사가 비상수송대책을 실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는 지하철 혼잡도가 높은 오전 7~9시 출근 시간대는 당분간 평소 수준의 운행이 가능토록 했다.

다만 오전 8시와 오전 9시 사이 일부 호선에선 열차가 지연 도착하거나 중간 정차하는 경우가 있었다. 배희주(30)씨는 “출근길엔 (지하철) 정상운행한다고 들었는데, 중간중간 정차했었다”며 “그래서 회사 도착 시각이 조금 늦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각 역 플랫폼에선 “노조 파업에 대비해 출근 시간 제외한 시간대는 일시적으로 열차 운행이 조정되니 참고해 달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1호선 상선(청량리→서울역)이나 3호선 상·하선 열차는 10분가량 지연됐고, 2호선 외선순환 열차는 3분 지연됐다.

3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과 이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전장연 회원들이 4호선 삼각지역에서 서울역, 그리고 사당역을 오가며 지하철 시위를 진행한 것도 열차 지연의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지하철에 타 “장애인 권리 예산 등 정부는 해야 할 일을 놓치고 있다”고 발언했다. 삼각지역에선 “전장연 시위가 있어 일부 구간 열차 운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방송이 나오기도 했다. 전장연 시위 모습을 지켜보던 직장인 김모(33)씨는 “출근 시간대 시위를 하니 불편한 건 사실이다”며 “안 그래도 사람(승객)도 많은데 시위까지 겹치니 많은 분이 피해를 보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출근 시간대 ‘급한 불’은 껐지만, 지하철 이용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낮 시간대나 퇴근 시간대(오후 6~8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긴급 대체인력 투입이 이뤄지긴 했지만, 낮 시간대와 퇴근 시간대 운행률은 평소보다 각각 72.7%, 85.7% 수준으로 떨어질 것 같다는 게 서울시 측 예측이다. 공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퇴근시간대 사람이 많이 몰리면 혼잡한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김모(40)씨는 “출근보다 걱정되는 건 퇴근길로, 평소 10분 기다릴 것을 15분 더 기다리게 될까 봐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공사 양대노조는 서울광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노사 합의를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오는 2026년까지 직원 1539명을 감축하겠단 사측 계획에 반발하고 있고, 전날 노사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되자 파업에 나섰다. 대학생 이모(23)씨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시민들 불편이 커질 것”이라며 “다음 주부턴 대학도 시험 기간이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인력감축 철회, 노사정 합의 이행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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