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베꼈지만 중형급 편의장비로 국내 1위 위협했던 기아 준중형차

차명 '포르테'는 '강하게' 연주하라는 의미의 음악 용어에서 따왔고 이름처럼 직선과 면을 앞세운 강렬한 디자인으로 그동안의 기아차는 물론 그저 모든 연령대를 커버하기 위해 하나같이 단조로운 디자인을 내세웠던 기존의 국산 준중형 차들과 달리 확연히 돋보이는 스타일을 뽐냈습니다. 앞서 출시된 아반떼 HD가 펑퍼짐한 모습으로 붕어 같다며 놀림을 받고 있던 와중 벤틀리를 집어삼키며 등장한 포르테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죠.

기아차 패밀리 룩으로 자리잡은 일명 '호랑이 코 그릴'을 중심으로 라인을 따라 길게 이어진 헤드램프가 스포티한 분위기를 주도했고, 17인치 대형 알루미늄 휠, 사선으로 치켜올린 사이드 캐릭터 라인과 프론트 및 리어 오버행을 최대한 짧게 설정하면서 역동감이 느껴지는 측면, 마치 스포일러를 단 듯 각을 세운 트렁크 리드와 날카로운 리어램프가 돋보이는 후면부는 날렵한 앞모습과 조화를 이뤘죠.

두툼한 범퍼로 둔중한 이미지였던 아반떼와 달리 하단에 어두운 플라스틱 가니시를 덧대 무게감을 덜어낸 것도 좋았어요. 전체적으로 '피터 슈라이어'가 내세운 직선의 단순미가 돋보였고 겉모습만 봐도 아반떼 HD와 같은 뼈대로 만들어진 모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기아차만의 색을 확실하게 가진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혼다 '시빅'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고 17인치를 수용하는 넉넉한 휠 하우스는 하위 트림에 작은 휠을 끼울수록 급격하게 볼품없어졌습니다. 또 앞뒤 오버행을 극단적으로 줄이면서 짧아진 트렁크 때문에 시각적으로 기아차가 짜리몽땅해 보이는 결과를 낳기도 했는데, 아반떼 HD보다 25mm나 더 길었지만 눈으로는 오히려 더 작아보였죠.

기아차의 색채는 실내에서 더욱 짙어졌습니다. 다양한 연령대를 고민했던 전작과 달리 오로지 신세대에 초점을 맞춘 듯 스포티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었고, 고리타분한 우드그레인 대신 고광택 패널과 메탈그레인 장식으로 꾸며 도시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죠. 브랜드 컬러로 설정한 붉은색 조명과 둥근 혼 커버를 중심으로 한 스티어링 휠은 은근히 아우디를 연상케 했어요. 물론 닮았다고 해도 지적하기가 좀 애매했죠.

'LUXURY 1.6'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자신만만하게 내세운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당시 오피러스에도 없던 버튼 시동 스마트키, 하이패스 룸미러를 추가하는 등 구성면에서 아반떼는 물론 아예 급을 뛰어넘는 최신 편의장비를 채워넣은 것도 특징이었습니다.

또 AUX 및 USB 포트를 포함한 블루투스 오디오를 탑재해 편리한 음악 감상이 가능했고 부실한 성능과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제조사의 격려금을 주는 것에 가까웠던 기존의 순정 내비게이션 대신 저렴한 음성인식 DMB 내비게이션을 새롭게 선보여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스포츠카에서나 볼법한 3-실린더 계기판은 화려한 무드램프, 차량의 상태를 한글로 표기해주는 단색 정보창까지 마련해 멋과 기능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주행 환경에 따라 초록, 빨간색으로 변하는 에코 경고등을 통해 운전자의 경제 운전을 유도하는 에코 드라이빙 램프 같은 깨알 같은 기능도 내장했어요.

다만 편의장비를 중형차급으로 업그레이드한 대신 내장재는 소형차급으로 다운그레이드 했습니다. 딱딱한 플라스틱 소재가 유난히 도드라져 감성 품질은 오히려 전작만 못했고, 오염에는 강했지만 먼지와 스크래치에는 훨씬 취약했죠. 뒷좌석은 늘어난 휠 베이스와 전폭으로 거주성이 더 좋아졌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뒷좌석 암레스트와 6:4 폴딩 기능을 쪼잔하게 최상위 트림에만 한정하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파워트레인은 현대 기아차의 소형 모델에 두루 쓰인 4기통 1.6L 가솔린과 디젤, 2.0L 가솔린에 5단 수동 및 4단 자동 변속기가 맞물려 운행 환경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특히 디젤과 2.0 L 모델은 아반떼에도 안 올라간 개선형 엔진이 탑재되어 의외로 파워트레인에서도 아반떼를 앞섰죠.

주행 감각도 생김새에 걸맞게 날렵했습니다. 가벼운 공차 중량과 소폭 개선된 조향감으로 동급에서 주행감이 가장 경쾌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1.6L 가솔린 모델보다 출력과 토크가 모두 높은 디젤 모델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죠.

다만 'LUXURY 1.6'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하게 차급의 한계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하부 소음, 하위 트림에는 후륜 드럼 브레이크를 넣으면서 다소 경박스러운 제동감에 불쾌한 진동까지 선사했습니다. 또 이때만 해도 자세 제어 장치가 옵션으로 빠져있던 시기이기 때문에 VDC의 장착 여부나 타이어 사이즈 등 트림에 따라 주행 안정성이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

무엇보다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쓴 아반떼 HD와 달리 원가 절감의 일환으로 소형차에 주로 쓰이는 토션빔 서스펜션으로 변경됐는데, 다행히 일상적인 주행 성능에서 큰 차이를 느끼긴 힘들었지만 일부 자동차 매체에서 고속주행 시 뒤쪽 흔들림이 많아졌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뒷좌석 승차감도 아반떼는커녕 후륜 듀얼링크 서스펜션을 썼던 전작 '쎄라토'만도 못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후 GM 대우 '라세티 프리미어', 르노삼성 '뉴 SM3', 현대 '아반떼 MD' 등 경쟁차들 역시 후륜 토션빔 서스펜션으로 대동단결하면서 비난이 사그라들긴 했지만 출시 당시에는 상위 모델인 '로체'와 마찬가지로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의심이 따라다녔죠.

전자식 스티어링 'MDPS'의 완성도 역시 높지 않았던 때라 오랜 세월 검증된 유압식에 비해 운전 감각에서 이질감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뭔가 유격이 있는 느낌이었는데 가벼운 감각은 경우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했지만, 안정감, 고급감과는 분명 거리가 있었습니다. 주차 같이 빠르게 핸들을 돌려야 되는 경우에는 장난감처럼 윙윙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나기도 했어요.

이 밖에 경제성을 앞세운 디젤 모델에 수동 변속기를 제공하지 않은 것과 나중에는 아예 2천만 원에 육박하는 단일 트림만 남겨놓은 것도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구성이었죠.

한편 포르테는 여러 파생 모델을 함께 준비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 모델이었습니다.

그 중 첫 번째는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춰 선보인 하이브리드였는데요. 앞서 '프라이드'에 시험적으로 탑재했던 가솔린 하이브리드가 아닌 형제차 아반떼와 공유하는 세계 최초 'LPG 하이브리드'였습니다. 친환경 차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인상을 매섭게 꾸민 아반떼와 달리 휘황찬란한 형광 라임색 전용 컬러와 전용 휠, 소소하게 다른 몇몇 디테일을 제외하면 일반 세단과 큰 차이가 없었고 포르테의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던 소비자들에게 어필했습니다.

가격이 비싸 판매량은 저조했지만 일반인이 살 수 있는 몇 안되는 LPG 세단인데다 LPG를 쓰면서도 리터당 17km라는 뛰어난 연비를 선사해 오너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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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단점 역시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그대로 공유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연비를 위해 현대 파워텍의 CVT, 즉 무단 변속기를 적용했는데 주행 성능은 쾌적했지만 엔진과 모터의 힘에 비해 미션의 한계가 낮아 높은 확률로 문제를 일으켰죠. 기아차도 이를 의식해 1회에 한해 무료로 교환해 주긴 했지만 문제는 그 이후로도 동일한 문제로 미션이 망가졌고 결국 오너들은 중고 시세와 버금가는 비싼 돈을 주고 사비로 교체해야만 했습니다. 동호회 오너들 사이에서는 미션 교체용 적금을 하나씩 들고 있다는 웃지 못할 사연이 전해지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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