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 기간 끝나도 환불 가능”…환불규정 회색지대 줄어든다

김모(29)씨는 최근 서울 시내의 한 팝업스토어에서 4만원짜리 모자 구매 후 환불을 하려다 거절당했다. 업체에선 팝업스토어 운영이 끝나 환불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씨는 25일 “영수증에 환불 기한 7일이 명시돼 있었다”며 “팝업스토어라는 이유만으로 환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김씨 사례처럼 단기간 매장을 열었다가 철수하는 팝업스토어들의 묻지마 환불 거절이 앞으로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점을 반영해 팝업스토어 등의 특수판매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팝업스토어 업계는 단기간 운영을 이유로 교환·환불을 거부하거나, 현장 이벤트와 한정 할인 등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인 뒤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침 개정안에 방문판매로 인정받기 위한 두 가지 요건인 ‘장소 요건’과 ‘행위 요건’을 구체화했다. 사업장 외 장소의 예시로 팝업스토어·체험형 전시장·박람회 부스를 명시했다. 단기간 설치된 행사형 매장이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방문판매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방문판매의 또 다른 요건인 권유 개념을 광고·청약 등과 비교해 제시하고, 어떤 경우가 권유에 해당하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도록 했다. 예컨대 현장 구매 시 다른 구매경로보다 높은 할인을 제공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 방문판매법은 과거 가정 방문판매나 ‘떴다방’을 상정해 만들어져 팝업스토어 같은 임시 매장에는 적용이 불명확했다”며 “이번 개정으로 일정 요건을 충족한 팝업스토어는 방문판매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팝업스토어 거래가 방문판매로 판단되면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른 청약철회 규정이 적용돼, 소비자는 구매 후 14일 이내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4년 서울 시내 팝업스토어 20곳을 조사한 결과 상품을 판매하는 18곳 가운데 14일 이내 환불을 허용한 곳은 1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7일 이내(8곳), 매장 운영 기간 내(5곳), 환불 불가(4곳)와 같은 약관을 적용했다. 이 중 2곳은 제품 하자 분쟁 시 소비자에게 개봉 과정 촬영 영상을 요구해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약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박준우 변호사는 “팝업스토어가 사업장 외 장소로 명시되면서 청약철회권 적용 주장이 용이해졌다”며 “다만 실제 판단 여부는 개별 거래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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